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이 논란입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5일 기재부 출입기자들과 가진 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들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다 보니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있다"며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에 칼을 빼들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정규직도 짜르기 쉽게 바꾸겠다는 것이냐", "정년은 문서상에만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노동단체 및 근로자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최 부총리가 노동시장이 왜곡돼 있다고 주장한 근거가 타당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최 부총리의 주장은 지난 2011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노동력 고령화와 임금체계 혁신' 연구보고서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력 고령화와 임금체계 혁신' 연구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은 10년이 지나면 급여는 1.85배로, 20년 후에는 2.5배로, 30년 후에는 2.83배까지 오릅니다.
30년 근속 후 독일이 1.88배, 프랑스 1.35배, 영국은 1.5배, 일본이 2.55배인 것에 비하면 상승률이 가파른 것은 사실입니다.
최 부총리는 이에 근거해 우리나라 정규직의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상승률이 너무 높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이 자료의 주석을 보면 우리나라와 외국 모두 2006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려 8년전 수치입니다.
그럼 현재는 어떨까요.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통계를 보면 근속년수가 10년 쯤되면 1년 미만의 1.39배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구보고서에 나오는 독일(1.54배), 일본(1.48배)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10년 이상인 경우에도 1년 미만에 비해 1.76배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난 8년간 정규직의 처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한 보고서와 2013년 기준 통계만 비교해도 정규직은 과보호되기는 커녕 임금상승에 대한 제약만 늘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노동연구원의 보고서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고용노동통계에서도 제조업의 월정액을 기준으로 자료를 뽑았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최 부총리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지난 외환위기 이후 만들어진 '사오정(회사원은 45세가 정년)'이라는 말이 단순한 우스개소리가 아닌 것을 아직도 느끼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시급한 마당에 정규직을 개혁하겠다고 8년전 숫자를 들이미는 건 아무리 양보를 해도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리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구조개혁이 시급한 과제라고 해도 이를 추진하려면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자료와 발언이 필요해 보입니다.
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411261644092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