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그 아파트에서 겪은 신기한 경험담 쓴 징어입니다. 이렇게 다시 한번 2편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들 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내놓는다는게 저에게는 사실 조금 힘든 결정이었습니다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번 기회에 저에게도 치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겠네요.
먼저 이야기에 앞서.. 이야기에서 다루어질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글이 길어 질수도 있다는점 미리 양해구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올라갈 무렵,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 아파트 단지는 신도시여서 그런지 제 또래 친구들이 참 많았거든요.
그렇게 우린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같은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죠.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긴 겨울방학 동안에도 자주 왕래하며 그친구 집에서 자주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을 매우 잘 그리고 외동딸이었던 그 친구는 타인에 대한 사려심도 깊고 그때당시 인기있었던 그룹 쿨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렇게 방학 내내 앞으로 펼쳐질 중학교 생활을 고대하며 저흰 입학식을 앞두고 있었죠.
중학교 입학식날 저와 그 친구 (H 라고 할게요), 그리고 다른친구 한명, 이렇게 총 셋은 다 같이 만나서 새로운 중학교로 가기로 했어요. 저희 모두 한 단지에 살
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입학식날 아침, H를 제외한 저와 다른친구는 살던 동이 서로 가까운 관계로 미리 만나서 그 친구를 만나기로 한곳으로 가서 친구를 기다
렸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H는 나오지 않았고 첫 입학식에 늦을까봐 초조해진 우리 둘은 친구네 집으로 직접 올라갔어요.
올라가보니 H는 새로운 교복에 맞춰서 준비된 넥타이에 문제가 생겨 애를 먹고있었어요.
넥타이 매듭부분에는 안에는 플라스틱심이 들어가있었고 밖으로는 고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고리 부분을 목에 끼워야만 넥타이를 맨것같은 모습이 완성
이 되는거였죠.
근데 그 플라스틱 부분이 부러져 버린거에요. 이 친구는 매니큐어며 본드며 동원해서 그 플라스틱 부분을 붙이려 애를 쓰느라 못나오고 있었던거죠.
시간은 점점 지체되고.. 아무래도 저희도 그때 어렸던지라 교복을 제대로 입지 않으면 첫날부터 호되게 혼날거라고 지레 겁을 먹어서 더욱더 그랬던것 같아요..
이대로 늦을수는 없다고 생각한 저희 셋은 H의 부러진 넥타이를 따로 챙겨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학교로 가기위해 큰 횡단보도 앞에 섰어요.
H는 자신때문에 셋다 늦게 생겼다고 속으로 자책하며 꽤 스스로 압박을 느끼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렇게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졌고 H는 파란불이 켜짐과 동시에 횡단보도를 건너려 발을 내딛었고.. 제가 왼쪽을 보니 큰 버스가 오고 있었죠..
제가 그렇게 H의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사고가 났어요...
사고 장면은 그 친구에게 예의가 아닌것같아 묘사는 하지않을게요..
다행히 바로 옆이 소방서라 그렇게 저희는 바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어요.
구급차에서 내릴때 친구 H가 들것에서 일어나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표정으로 여기가 어디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전 모든게 괜찮을줄 알았어요..
그리고 응급실에서 검사를 위해 그 첫 교복이 가위로 잘리는 모습을 보며.. 전 H의 새신발만 쥐고 있었어요.
그 신발은 H가 이모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며 입학식 바로 전날 저와 H가 같이 버스를 타고 받아온 신발이었어요..
사고당시에 제 앞에 떨어진 그 신발 한짝을 저는 다시 친구에게 신겨주고 학교로 가고싶었어요.
그렇게 다시 저는 H가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오후에 다시 보리라 다짐하며 다시 구급차에 올라서 중학교로 돌아갔어요. 입학식은 참여 못하고 10시 넘어서 학
교에 도착한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저는 중학교의 첫날을 보냈어요. 그리고 끝난후 다른친구와 H의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사고 당시에 같이 있었던 친구가 그냥 집에가고 내일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럴법도 했어요.. 그때 저흰 어렸고 아침의 사고가 그렇게 큰 사고인지 인지를 못하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위에 말했듯이 H는 사고직후에도 멀쩡
히 의식을 되찾는듯 했고 어디 부러지거나 한것없이 외모가 평소대로 였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더욱 위험한 상태였을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모든 이
유를 막론하고 학교가 끝난후 바로 가지않은게 저에게는 현재까지도 죄책감으로 남아있어요. 바로 친구를 보러 갔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온 저는 H의 어머님과 통화를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은 토요일이었고 집에서 그 친구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어머
님이 연락을 주시겠지 했던것 같은데.. 아 .. 이것도 저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운 일이에요..
그리고 다음날 오후에 저는 아무래도 초조했는지 시계를 계속 본 기억이 나요. 친구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신경이 쓰였거든요.
그런데 전화벨이 울렸어요...
시간은 다섯시 삼십분 경이었어요.
특이한건 전화벨이 평소와 달랐어요.
띠리링~띠리링~ 하는게 평소 전화벨이라면,
띠~띠띠,띠,띠~~ 하며 약간 끊기는듯, 이어지는듯 기괴하게 울리는 전화벨이었죠
저는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어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무리 외쳐도 아무말도 안들리고 먹먹한 신호음 비슷한.. 뭐라 형용할수 없는 그런 소리만 들리다가 끊기더군요.
그때 저는 왠지 예감했던것 같아요.
아... H가 나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구나.. 라고..
그 이후로 그런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이후 시간이 아주 조금 더 흘러 사고당시 같이 있었던 친구에게 소식이 왔고 H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어요.
전화기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어요. 그리고 너무 미안했고..
H에게서 걸려온 전화라고 믿고있는 그 전화. 그 전화 한통이 너무 고맙고 또 미안했어요.
입학식날 친구를 그렇게 잃고도 어찌저찌 적응해서 중학교를 잘 졸업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잘 살았어요..
가끔 그 친구의 사진을 초등학교 졸업앨범에서 볼때마다 죄책감에 눈을 질끈감고 닫아버렸어요.
저는 평소에 잘때 꿈을 과도하게 늘상 꾸는데요, 이상하게 H는 그 일 이후 단 한번도 제 꿈에 나온적이 없어요.
좋은곳에 갔구나 하며 안심이 되다가도 단 한번을 꿈에 비치지 않는 H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지네요.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나던날.. 저에게 걸려온 전화는 H로 부터가 맞겠죠?
신호음도, 통화음도 너무 이상했던 그 전화. 그리고 곧 걸려온 H의 사망소식.
그 아파트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기묘한 일중에 하나에요.
개인적으로 가슴아프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라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번도 공개적으로 이야기 한적이 없는데
다시한번 예전기억을 더듬어 글로 적으며 스스로 또 상처를 낸것 같네요.
.. 한때 제 소중했던 친구 H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