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때문에 냄새나 입맛에 예민해지는데 영양 보충은 해야 하니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재빨리 대령해야 하지요.
이게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심리적으로 불안해서인지 과학적으로 봤을 때도 임신했을 때 먹고 싶은 거 안 사주면 평생 갑니다...-_-;;
죽 전문점이라도 주변에 있으면 좋을텐데, 여긴 미쿸임... 그런 거 없음.. ㅠ_ㅠ
그렇다고 오뚜기 3분 전복죽, 뭐 이런거 끓여줬다간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겠죠.
불행 중 다행인 건 가까운 거리에 대형 한인식품점이 있다는 거. 전복죽은 없어도 활전복은 있습니다. 한마리에 $5씩, 일단 세마리 구입.
약간 둥근 쪽은 내장이 붙어있으니, 뾰족한 쪽 끝으로 숟가락을 밀어넣고 딱딱한 아이스크림 떠내듯 관자까지 한방에 분리시켜 줍니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한 부분입니당. 여기서 잘못하면 사방팔방에 아까운 내장 다 터뜨려서 뿌리는 불상사가 발생함.
내장은 칼로 잘라서 따로 고이 모셔두고...
내장 붙어있던 쪽 반대편에는 딱딱한 이빨이 있으니 ㅅ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뜯어버립니다.
전복 옆면에 검게 붙어있는 이물질은 솔질해서 제거해 줍니다.
회로 먹으려면 깨끗하게 다 씻어내야 하지만 어차피 죽으로 만들거, 그냥 대충 잘 닦이는 옆면만 닦아주고 닦기 힘든 가장자리 부분은 무시합니다.
물을 끓여서 전복을 살짝 데치는 동안, 내장은 물 조금 넣고 믹서에 갈아서 준비합니다.
죽을 끓여야 하니 쌀 한컵을...
"여보, 현미죽 먹고 싶어요, 현미죽~"
쌀 반컵에 현미 반컵을 섞어서 씻은 다음, 참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물을 부어줍니다.
데친 전복은 오그라드는데, 아까 이물질을 제거하지 않았던 가장자리 부분을 잘라냅니다.
이 끄트머리 먹자고 솔질을 죽자고 하는건 아무래도 못할 짓입니다..
전복은 잘게 썰고 (씹는 맛을 원한다면 좀 더 큼직하게 썰어도 됩니다), 추가로 넣고 싶은 재료도 함께 준비합니다.
저는 당근을 썰어넣었는데, 애호박이나 브로콜리를 넣기도 합니다.
오른쪽에는 녹차라떼처럼 보이는 전복 내장 갈은 것.
그 다음엔 그냥 다 쓸어넣고 물 부어서 약불에 끓여주면 끝. 가끔 와서 늘러붙지 않도록 저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고소한 전복죽 완성~
어려운 건 아닌데 전복 잡아서 손질하는게 귀찮은지라 사모님들이 명절 선물로 기피하는게 활전복이라는 말도 있지요.
그래도 맛있어서 용서가 됩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