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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이에게 받은 위로
게시물ID : gomin_12628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르주인님
추천 : 2
조회수 : 4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18 01:08:53

호주 카페에서 일하는 워홀러에요.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매니저가 바뀌면서 쉬프트가 반으로 줄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마감까지 일했었는데, 금요일날 쉬프트가 줄어서
마감전에 퇴근을 했는데, 월요일날 그러니까 어제 출근을 하니
냉장고에 가득차 있어야 할 음료수가 하나도 없이 텅 빈거에요.
항상 금요일 퇴근전에 제가 채워놓고 퇴근했는데
제가 일찍 퇴근하니 아무도 채워놓지 않았더라구요.
한숨 쉬어가며 냉장고에 갖은 음료수를 채우고

디시워셔 룸을 들어가니 아무도 치우지 않은 산더미 같은 온갖 그릇들이 절 반겼어요.
정말 오만 된발음으로 구성 된 쌍욕들이 뇌를 거치지 않고 막 나왔어요.
가뜩이나 돈도 벌던 돈의 반밖에 못 버는데,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고 온갖 잡일이 반기니
내가 여기서 무얼 하는건가부터 시작해서, 온갖 우울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주말에 신나게 놀고와서, 월요일 아침부터 아무도 알아듯지 못할 한국욕을 간간히 뱉어가며
하루종일 마감까지 온갖 짜증과 우울함으로 요동치는 마음을 안고 버스를 기다렸어요.

항상 똑같은 기사 아저씨가 운전하는, 똑같은 시간에 도착하는, 똑같은 번호의 버스.
평소와 같이 하루의 피곤함과 오늘은 우울함까지 덤으로 앉고 버스에 올라탔어요.
항상 피곤함에 쩔어 인사만 건냈던 버스 기사 아저씨가
시프트가 줄어서 며칠만에 버스에 탔더니 저에게 아는 척을 하면서,
여기 학교에 다니냐고 물어 보더라구요.
생각지도 못한 아는 척에 한참을 멍때리다가 대답했어요.
여기에서 일한다구요.

정말 별거 아닌 대화였는데,
하루종일 우울함과 짜증으로 요동치던 마음이
낯선이의  아는 척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사그라 들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날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게 이렇게 고마운 일일 줄이야.
하루종일 말도 잘 안통하는 외국인들 상대해가며, 외국인 동료들 사이에서 겪은 온갖 설움이 사그라 들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 생각지도 못한 방식의 위로.
고마워요 아저씨.
덕분에 오늘밤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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