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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0개의 장벽
게시물ID : sisa_791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4
조회수 : 68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0/02/25 14:35:40
오유는 유머사이트입니다. 이 점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사실 저도 우연히 알게된 오유에 와서 베오베나 베스트만 훑어 보면서 잠깐 긴장풀고 웃는 시간을 가지던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오유의 존재이유고 가치라는 점에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보니, 시사게시판이 있더군요. 그래서 수시로 들여다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사 관련된 글을 좀 썼던 터라, 관심이 더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저 그렇게 별 생각없이 지켜보다가 최근 어느날 문득 관심이 생긴 겁니다. 오유의 시게에는 왜 직접 자신의 주장을 담아 쓴 글이 거의 없고, 다른 언론에서 보도된 기사링크와 거기에 대한 짤막한 해설만 주로 올라오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겁니다. 

오유는 나름대로 꽤 큰 트래픽을 가진 사이트입니다. 즉 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죠. 그러면 당연히 그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고 다시 서로 교환되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순간적으로 배를 잡고 숨을 못 쉴 정도로 웃긴 얘기들도 많지만, 결국 사람들은 모이면 살아가는 얘기들을 하기 마련이라는 거죠. 오유 역시 단순히 웃긴 얘기도 많지만,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 놓는 모습도 있고, 입대를 앞둔 불안감을 서로 위로해 주고 하는 인간적인 면이 더 매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시사문제에 관한 토론과 논쟁도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유의 규모나 트래픽에 비해, 시게판의 글들은 그렇게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물론 새로 나온 기사를 신속하게 링크를 걸고, 그것만 훑어봐도 어지간한 새소식은 알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웃음과 정을 나누는 사이사이, 진지한 정치토론도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제가 가끔이나마 글을 좀 올려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글을 몇개 올렸고, 저는 오유에 대해서 좀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유머도 아닌 글을 자꾸 올리는 것에 대해 제가 가졌던 약간의 미안한 마음이 무마되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특이한 부분은 모든 하위 게시판에서 추천 열개 이상을 받게 되면 베스트 게시판으로 가게 됩니다. 그 곳에는 각 게시판에서 추천 열개의 관문을 통과한 글들이 모여듭니다. 실제 조회수는 게시판 내부에서는 그리 높지 않고 베스트에 가야 천단위 조회수가 나오더군요. 즉, 오유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베스트에 올라온 글들까지만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시게와 베스트에 있는 의견들의 비율이 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유머를 찾아온 사람들의 다수는 시사물을 읽을 생각이 별로 없겠죠. 그래서 시게에서 베스트로 올라온 글들은 다른 유머에 비해 조회수가 현저하게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게 내부에서는 소위 보수쪽으로 분류되는 의견들이 꽤 있는 반면, 베스트에 가면 그런 쪽의 의견들이 거의 극소수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추천 열개의 장벽을 사이에 두고 시게와 베스트가 보여주는 차이점인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게나 베스트 양쪽의 공통점은 다수가 "제대로 된 토론"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 중의 일부는 "제대로 된 토론"은 어차피 불가능한 것 아닌가하는 소극적인 입장이기도 합니다만, 그런 의견 자체도 제대로 된 토론의 존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시게에 제대로된 토론이 가끔이라도 벌어진다면, 베오베나 베스트만 보던 사람들도 일정부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고, 양쪽의 의견 격차도 줄어들 것 같습니다. 

반면 오유의 시스템은 제대로 된 토론이 유지되기에 그리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국내에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 토론이 된다 싶으면 바로 욕설을 동반한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고, 진지한 사람들은 뒤로 빠지고 악플러들이 활개를 치는 식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집니다. 저는 별로 의미없게 생각하지만, 보수를 받는 알바들의 역할도 한몫을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오유의 추천,반대,아이피 신고 시스템은 관리자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감정적인 반대질로 인해 토론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비로그인 상태의 글 작성, 프록시 사용의 문제, 아이피 신고문제등, 토론 분위기에 방해되는 시스템이 상당히 있습니다. 유머사이트라는 본질로 인해 토론 시스템을 별도로 갖추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문제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러나, 오유같이 유머를 기반으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함께 웃고 즐기는 곳에서는 본연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이상, 어느정도 양측의 의견이 적절하게 공존하면서 서로 티격태격을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서 서로 상대측의 의견 중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저런 새로운 점도 있구나, 하고 한번이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해도 굉장히 큰 이득일 것입니다. 

거기에 새롭게 이 사회에 대한 관점을 확보하려는 학생층의 질문에 양측이 경쟁적으로 성실한 답변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며, 중요한 사회적 사안에 대해 서로간의 의견을 최대한 진지하고 성실하게 교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 안 쉬운지는 다들 아실 것 입니다. 

그래도 한번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 시간 나는대로 생각 떠오르는 대로 종종 글을 써서 올릴 생각입니다. 물론 제 글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겠고, 동의 안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제 글에 반론을 다시는 분들에게는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성의껏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다른 의견이 담긴 글들을 기대해 볼 생각입니다. 성의있게 쓰여진, 그리고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글들 말입니다. 그런 글들이 올라온다면 비록 제가 동의하지 못할 지라도 열심히 읽어보고 정중한 반론을 달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편안히 글 쓸만한 상황이 못되는 중에 생각이 가는 대로 써올린 글이라서, 어제도 어느 분이 말씀하신대로 기승전결이 제대로 안 잡힌 글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부터는 좀더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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