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양자 토론을 통한 진보 VS 보수 구도 지금까지 5회 진행된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며 많은 분들이 말합니다. "아니, 저런 토론 실력으로 왜 안철수는 양자토론을 하자고 한거야?"
그러나 안철수가 주장한 양자토론의 목적은 '토론 실력'에 있지 않습니다. 진보 vs 보수라는 프레임 만들기에 있습니다.
다섯 번의 토론에서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심상정은 문재인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토론 내용이 아니라, 포지션의 이야기입니다.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심상정 덕분에, 문재인 후보 성향이 자연스럽게 중도/온건 진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도/온건 보수 포지션을 잡으려던 안철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붕 떠버립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호남, 중도, 20대 지지후보 미확정 유권자, 5~60대 보수가 안철수의 공략 대상이었습니다. 성향이 다른 그룹들을 공략한다는 건, 한 마디로 외줄타기처럼 위험한 게임. 호남을 위한 발언에 치중하면 보수가 떠나고, 보수에 집중하면 호남과 촛불의 20대가 외면할테니까요. 아마도 이 해결 방법으로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반문 프레임'을 이용하려 했을겁니다.
즉, 원래대로 '언론을 이용한 여론 왜곡'이 성공했다면 4월 2주 말쯤에 여론조사 상,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가 성립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언론과 안철수의 압박으로, 4월 19일 1차 후보 토론 후에는 양자 토론이 이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프레임을 모를리 없는 더민주가 거부했겠지만, 이 경우 언론에서 난리를 쳤겠지요.)
그럼 양자 토론은 어찌 진행되었을까요?
1. 문재인 후보는 진보 이미지, 안철수는 중도와 온건 보수 이미지를 가져갔을 것입니다. 2. 안철수는 (양자 가상 대결에서 그랬듯이) 보수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대변자로 보였을 것입니다. 3. 반문 성향 유권자(호남, 60대 이상)들은 어떤 상황이든 문재인 반대편의 안철수가 좋게 보였을 겁니다. 4. 문재인의 안철수 공격은, 보수들에게 '박근혜를 공격하던 이정희'를 떠올리게 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반문은 토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문재인만 아니면 되는 것이었고, 보수는 보수를 대변하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양자토론 시도는 실패했고, 다자토론이 다섯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서 안철수에게 3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번째는 유권자들이 토론을 보는 행태가 바뀌었습니다. 많은 언론이 말하듯이, 토론은 지지자들의 집결 시키기 위함이지, 결과를 바꾸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토론을 보고 지지자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가장 피해를 본 것이 안철수이고, 문재인 후보도 일부 타격을 받습니다.
--- 중앙일보 23~24일 여론조사 --- TV 토론 후, 지지후보 변경 생각 20.4%(전주 조사 10.6%) TV 토론 후에도 지지후보 변경 없음 73.4%(전주 조사 86%)
결과적으로 안철수는 보수와 5~60대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집니다.
<한국갤럽 4월 2,3,4주차 세부 지지율, 보수성향 지지율과 5~60대 지지율이 큰 폭으로 빠졌다>
참고로 문재인 후보는 20대~30대의 이탈이 커졌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후보의 경우, 19일 1차 토론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20대 지지율이 5%p 오릅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2,3차 토론에서 두각을 못보인 문재인 후보는 9%p 하락하고 , 두각을 보인 심상정 후보는 11%p 상승합니다. 물론 이는 문재인 - 안철수 지지율 격차가 커짐에 따른 결집 분열 이유도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의당 지지자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27% -> 28% -> 26%로 큰 격차가 없음을 볼 때 주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한국갤럽 4월 2,3,4주차 세부 지지율, 문재인은 20대와 30대 지지율이 감소 및 50대 지지율 상승, 심상정 20대 지지율 상승>
두 번째로는 안철수가 토론에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1등을 목표로 하는 사람은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입니다. 잃을 것이 없었던 심상정과 유승민, 지키기만 하면 되는 문재인(대세론)과 홍준표(보수표)였습니다. 반면 안철수는 어떻게든 공격해서 표를 뺏어와야 하는데, 이 역할을 잃을 것이 없는 심상정, 유승민에게 뺏겨버립니다. 이는 많은 오유분들이 지적하듯이,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을 두 손에 무리하게 쥐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안철수를 보수의 대안으로 생각했던 5~60대와 보수표 이탈은 특히 컸습니다. 안철수는 공격하고 달려들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이 그를 패배로 이끌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결국 본인들이 만든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대통령된다) 프레임이,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대통령된다)에 먹혀버렸습니다.
철저하게 두들겨맞고, 보수표와 5~60대 지지율을 위에처럼 송두리째 홍준표에게 헌납한 것이 토론의 전부입니다.
<박지원의 평양대사 발언을 공격하자, 안철수가 농담한 것 가지고 그만 괴롭혀라. 직책 안 맡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항의>
<그러나 안철수의 농담 발언은 다시 호남과 정읍시민들의 분노를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네거티브를 하기 위해 최악의 수를 썼다는 겁니다. 3차 토론에서 나온 '갑철수, mb 아바타' 언급은 '대형 단설 유치원 억제'와 함께 이번 대선 최악의 단어 3위 안에 들 것입니다.
역시 다들 아시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무언가를 부정하려하면 할수록 상대에게 각인시킨다는 프레임 이슈'를 스스로 던진 것입니다.
'프레임은 프레임으로 덮어라.' 라고 합니다.
즉 부정하거나 해명할 것이 아니라, 다른 프레임을 던져 시선을 돌려야만 합니다.
그런데 안철수는 '갑철수, mb아바타로 안철수 공격'하라는 내용이 담긴 더민주 문건(더민주는 내부 직원의 비공식 문서라고 해명)으로 문재인을 공격하려는 욕심에 자충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썰에는 종편에서 문재인을 죽어라 싫어하는 황OO, 이OO, 최OO와 함께 유명한 민OO의 어드바이스였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두 번째 주머니인 양자 대결 TV토론은 시도는 실패했고, 다자 대결 TV토론은 죽을 쑤며 지지율 추락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제는 골든 크로스는 고사하고, 실버 크로스를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론 돼지 발정제로 강간 모의나 하는 그런 인간 이하의 대상과 실버크로스를 걱정하는 이 정국이 참으로 씁쓸합니다만..)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주머니, "단일화를 통한 굳히기"입니다. 이미 상황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지만, 안철수는 이 주머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회에 그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