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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감상(스포있음)
게시물ID : movie_363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ankyzet
추천 : 2
조회수 : 6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16 17:17:57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놀랄만한 영화가 다시 한 번 등장했다! 먼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 영화는 그 내용이나 형식 또는 의미로 보아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을 받았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인터스텔라는 영화 전반에 걸쳐 그 거장의 걸작에 헌정이라도 하듯 그 닮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그렇다하여 이 영화가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단순한 아류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더 발전된 아니 최소한 큐브릭의 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을 더 열어준 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큐브릭의 영화가 보여줬던 절대적 진리의 깨달음의 과정에 사랑과 자기희생이라는 다소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주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덧붙여냈다라고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족애로 대표되는 사랑과 자기희생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인 먼지바람에 황폐화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주인공 쿠퍼와 그의 가족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는 요소는 오로지 가족애뿐이다. 쿠퍼는 좌절된 꿈을 가진 사람이 대개 그러하듯이 농사를 짓고 사는 현실의 처지가 자신의 이상과는 맞지 않음에 다소 불만스러워하지만 그의 가족은 그런 그를 그가 속한 자리에서 절대 떠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닻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붙잡고 있던 그 닻이 그를 성간의 멀고먼 여정으로 보내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혹자는 쿠퍼가 그 임무를 맡게 된 동기에 사랑과 자기희생보다 그 자신의 좌절되었던 꿈에 대한 욕망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여정에 담긴 그의 모습으로 봐선 그의 자아실현 욕구보단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기희생이 훨씬 크게 작용했다 볼 수 있다. 그것은 쿠퍼가 그의 딸 머피에게 한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펼친 몸서리쳐지는 사투에서 드러난다. 그가 그토록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했던 이유는 자신이 가족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가족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의 부재가 그의 가족에게 줄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자 미련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에서도 그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의 여정에 얼마나 큰 동기로 작용했는지 엿볼 수 있다.

 사랑과 자기희생의 키워드는 쿠퍼와 그의 가족 외의 관계에서도 등장한다. 극 중 아멜리아가 선택한 항로에도 사랑은 매우 핵심적인 동기로 작용한다. 쿠퍼와 그의 가족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아멜리아가 에드먼드를 찾기 위한 여정은 매우 닮은 점을 가지고 있다. 쿠퍼가 가족의 구원과 인류의 구원을 동일시하듯이 아멜리아에게도 에드먼드를 찾기 위한 과정이 인류의 구원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영화 속에서 사랑을 구하는 과정은 그들의 구원으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아멜리아의 의견을 거부하고 냉정한 이성과 합리성에만 초점을 맞춘 선택이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는 괴물로 변해버린 만 박사에게로 이끌게 됨은 단순히 영화적 긴장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만은 아닐 것이다. 혹자들은 사랑과 희생에 대한 영화의 일관적인 주제의식이 과도한 낭만성을 드러낸다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에게 있어 그러한 비판은 오히려 현실에 대한 눈 돌림에 다름없다 판단된다. 지금의 이 세상에 합리성과 철저한 실용성 그리고 공리주의에만 입각한 선택들이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을 얼마나 혹독한 얼어붙은 행성으로 변모시키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 박사가 다다른 흙 한 줌 없이 모든 것이 얼어붙은 행성은 더 큰 메타포를 가진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한가지의 답을 제시한다. 그것은 기존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자신들의 영광된 순간과 그것을 영속시키기 위한 도구적 가족애가 아닌, 자기희생적인 사랑 즉 자기와 둘로 갈라놓을 수 없는 혈연적인 존재들에게 우리가 기꺼이 줄 수 있는 사랑 그러나 배타적이지 않고 이기심을 버린 사랑 바로 그런 사랑이 우리가 흙먼지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세상과 얼어붙은 행성을 넘어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는 그저 낭만성에만 기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성과 경험으로 찾은 해답으로 보여진다.

 영화에서 말하듯 머피의 법칙의 의미는 불행한 일이 계속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 필연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당신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놀란은 여기서 한 가지 해답을 보여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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