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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 늦은 밤의 등산길
게시물ID : panic_74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약중독자
추천 : 30
조회수 : 217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1/16 0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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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에 가까운 아주 어두운 밤이였다.
아름다운 모양의 초승달의 빛이 그 온통 검은 밤마저도 환하게 빛내어,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 망할 달빛이 모든 불운의 시발점이었다. 그 아름다운 달빛이 나를 그 위험한 새벽에 아무 생각 없이 걷도록 만들었다.

쌀쌀한 가을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을 달빛과 가로등 빛에만 의지해서 목적지 없이 하염없이 걸으며 느끼는 시원한 바람이란 그야말로 최고다.
이걸 경험해본 사람들은 아마 이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그 새벽에 낯선 길을 걸어다녔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해줄 것 같다.

난 그렇게 마냥 걷다가 낡은 푯말을 발견했다. 고개를 살짝 들어 확인해보니 그건 이정표였다.
그걸 보고서야 나는 내가 지금까지 왔던 길이 동네 뒷산 등산로라는걸 알게 됐다.
아무리 밤길을 걷는걸 좋아하는 나라도 산길을 걷는건 좀 꺼려졌다. 그래서 숨을 고르고 내려가는 찰나에,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풀숲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많이 올라온게 아니었으니 위험한 동물 따위는 아닐거라 생각하고 그저 운동기구에서 조용히 운동하는 아저씨 등산객이겠지 하고 그쪽을 무심코 쳐다보았다.

뭔가가 이상했다. 나는 슬쩍 그쪽을 쳐다본후, 곧바로 몸을 돌려 근처 벽 뒤로 숨었다. 그리고 숨죽이고 곁눈질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작은 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판 것 같은데 슬슬 묻읍시다."

"넌 거기 다리 쪽 들어라. 하나 둘 셋, 읏차!"


쳐다봤을때 꽤나 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명확히 들렸다. 분명 그들은 뭔가를 하고 있었다.
부정하기엔 삽으로 흙을 퍼는 소리와 '다리를 들어라' 라는 말이 너무나 똑똑히 들렸다.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조폭들이 사람을 묻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난 호기심이 강했다. 당장이라도 도망쳐야 했지만 난 그 상황에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뒷받침해주거나 그 반대로 만들어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난 그쪽을 쳐다본후, 일말의 희망마저도 사라졌다. 조폭 두 명이서 사람을 들고 있었다.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이 먼 거리에서도 보일만큼 그 사람은 손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었다.
대체 왜 그 사람은 반항하지 않는 것인지,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인지 또 의문점이 들었지만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도망쳐야 했다.
난 곧장 올라왔던 길로 다시 전력질주했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 그래, 그것이 최대의 실수였다.

그쪽에서 나는 목소리가 이쪽까지 들렸었다. 그러므로 이쪽에서 나는 소리도 그쪽까지 들린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난 잠시 망각했던 것이다.
최대한 발소리를 작게 해서 그쪽과 최대한 멀어질때까지 걸어간 다음 뛰었어야 했는데, 그건 정말 멍청한 실수였다.
내 운동화가 빗물 흐르는 길바닥과 부딪혀서 내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 조폭들은 그 즉시 달려왔다.
이게 내 정신을 잃기 전까지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 당시 조폭들이 날 잡아서 마구 구타했지만 기적적으로 나는 살았다. 나는 지금 링거를 꽂고 병원 입원실 침대에 누워있다.
폭행을 당하고 난 뒤 조폭들이 완전히 곤죽이 되어버린 나를 등산로 주변 풀숲에 대충 팽개쳐놓고 갔고, 그 다음날 아침 등산객이 나를 발견하여 119에 신고해서 이 병원에 실려왔다는게 의사의 설명이었다.
아마 조폭들은 내가 죽은줄 알고 내팽겨쳐놓고 갔을 것이다. 나는 조폭들이 내가 살아있는걸 알면 또 다시 나를 죽일거라고 생각해서 병원에서 퇴원한후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결심했다.

혹시 조폭들이 병원까지 찾아와서 해코지하지 않을까라는 망상도 했지만, 내가 수술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날 찾아온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마취가 풀린 뒤 깨어나보니, 눈을 감고 있어도 아직 수술 중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수술 중에 마취가 풀려도 괜찮은건가? 말을 해야하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렴풋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선생, 메스 좀. 어, 고마워. 여긴 어떻게 할까?"

"이 부분을 깔끔하게 절개해야 돼. 제일 중요해."

"음, 그렇지. 생채기라도 나면 곤란하니까 말이지."

"잠깐만 잠깐만, 이거 빨리 이식해야돼. 빨리."


내가 아무래도 조폭들한테 맞으면서 많이 다친 것 같았다. 장기를 이식받아야 할 정도라니. 그나저나 아프다. 말을 해야 하는데...


"저기, 이 사람 마취가 풀렸습니다."

"어? 진짜? 진짜네. 다시 마취시켜."

"별 말 안했죠?"

"으.. 음... 뭐..."


다행이다. 이렇게 마취 풀린 상태로 계속 있으면 아파서 쇼크로 죽을 것만 같았다.
의사들이 빨리 알아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 건강하지 않은 장기가 많아."

"하아... 도움이 안되는군.."


나는 다시 마취로 인해 잠들었다.
마취에서 다시 깨어났을땐 나는 들것에 실려서 급하게 옮겨지고 있었다.
많이 추웠다. 내가 지금 병원 안에 있는건지도, 밖에 있는건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담요같은 것을 덮어달라고 하고 싶어도 말할 기력조차 없어서 하지 못했다.

그 직후 나는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러자 몇 시간째 안 떠졌던 눈이, 떠졌다. 난 주위의 광경을 보고 그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눈은 떠졌지만 아직도 말할 기력이 없고, 마취 탓인지 몸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저 시각과 청각만 온전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판 것 같은데 슬슬 묻읍시다."

"넌 거기 다리 쪽 들어라. 하나 둘 셋, 읏차!"


그 순간 내 눈에 반대편에서 이쪽을 엿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명확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소리를 지를 수조차 없었다. 나는 살고 싶었다. 살고 싶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구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나는 계속 그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안 지나 내 눈에 흙먼지가 잔뜩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새벽에 가까운 아주 어두운 밤이였다.
아름다운 모양의 초승달의 빛이 그 온통 검은 밤마저도 환하게 빛내어, 나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 망할 달빛이 모든 불운의 시발점이었다. 그 아름다운 달빛이 나를 그 위험한 새벽에 아무 생각 없이 걷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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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인공은 저랑 상당히 비슷합니다. 저도 늦은 밤에 돌아다니는걸 좋아해요. 물론 위험하니까 실제로 돌아다니진 않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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