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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문재인 지지를 철회한 이유
게시물ID : sisa_913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버트런드
추천 : 1/53
조회수 : 1568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7/04/29 12: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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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얼마 전 주갤에 올렸던 글입니다.
당시 오유에도 함께 올리려 했으나
오유에 글쓰는 자격 얻느라 며칠 지나 올리게 됐네요.
 
참고로 저는 지난 대선에서
김대중-김대중-노무현-정동영-문재인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입니다.
 
 
**

요 며칠 트위터와 각종 온라인 여론을 수단으로 대선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95년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를 읽고 우리 사회와 그것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 이후
<인물과 사상>류에 빠져들고, '우리모두' 안티조선에 적극 동참했던,
그러면서 자연스레 노사모에 나가 초기부터 열심으로 활동했던 그때,
그 뜨겁고도 간절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운 한편, 
혼란스럽고 괴롭기도 하였다.

유신과 학살정권 이후 그 부역자들이 정권을 잡아오던 세월,
거기에 저항했던 민주화세력이 정권을 잡았던 10년,
그리고 퇴행의 이명박 박근혜 시절을 거친 후 다가온
지금 대선은 (예전엔 상상조차 못했던) 기쁨을 내게 주고 있다.

5,6공 잔당들이 지지율 10% 근처를 헤매고
거기에 저항했거나 동참하지 않았던 세력들이 2강 구도를,
그리고 진보정당이 꼬마당으로 전락한 수구당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당 문재인과 국민의당 안철수는 2강 구도로 전투를 치루고 있다.

정치는 전쟁과도 같고,
승자독식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므로
정의롭다 말하는 집단조차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리고 상대가 과거 5,6공-조선일보 같은 무리라면
저항 세력에게 수단에 있어서의 정의를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두 당 후보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의 기준으로 볼 때
예전처럼 쉽고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그러므로 두 후보가 어떤 수단을 동원하고 있느냐 역시
후보를 평가하는 중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문재인과 국민의당-안철수는
어느 한 쪽이 선이고, 다른 한쪽이 악인 구도가 아니다.

민주당-문재인을 지지자들을 잘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적극적인 '노빠'의 시기를 포함해 '친노프레임'을 벗어나기까지 
긴 시간 거기에 머물러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민주당-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 판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선악의 대결(진보와 수구)로 귀속시키려는 친노프레임과
그 단순 프레임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은 존중할 수 없다.

국민의당-안철수가 절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의당-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5,6공세력에 반대했고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지지 보냈던 사람들 많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깊히 이해한다면 
마음을 바꿔 국민의당-안철수를 차악으로 지지할 수도 있고,
다른 후보 지지하면서도 국민의당-안철수에게 선의의 경쟁을 위한 박수 정도 보낼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대선, 민주당-문재인 지지자들은 도를 넘는 모욕을 가하고 있다.
국민의당-안철수상대가 사회악이라 진심으로 믿어 그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 승리를 위해 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지영, 조국, 김정란, 안도현, 김어준, 조기숙 등 민주당 스피커라 불리는 유명인사들이 그 프레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꼭 그런 식으로 치뤄야만 했던 걸까?

그들은 자신들이 움켜쥔 정의만을 바라보고, 수단에 있어서의 정의는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이 쥐고 있는 정의가 아무리 커 보이고, 또 상대방의 정의가 아무리 왜소해 보인다 하더라도 
지금의 대선 상황에서 '안철수, 너는 절대 안돼'식의 발언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정치인도 아닌, 지식인들이 그래선 안 된다.
비판도 아니고,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관객들을 기만해선 안 된다.
그건 우리가 혐오했던 과거 조선일보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국민의당-안철수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쌓아온 도덕적 본성에 상처 내는 모욕적인 공격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너무 적어 보인다.

지금이 대선이라는 전투 현장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친노'들의, 자신만이 옳다는 순혈주의적 패권적 행태가 전보다 더 강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이번 대선, 문재인 지지자들이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맹목적인 행태는 도를 넘어선 걸로 보인다.


지난 며칠 살펴본 걸 토대로,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문재인 지지를 철회한다고.

그들이 자유한국당과 경합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지난번처럼 눈감고 문재인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문재인을 지지할 수 없다.
수단에 있어서의 정의를 무시하는 집단이 과연 권력을 정의롭게 휘두를 수 있을까? 아마도 몹시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시켰듯 자신의 사리사욕 역시 합리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안철수를 찍겠다 결정한 건 아니다.
안철수에게 표를 던질 생각하면 적잖은 심리적인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비판 얘기를 많이 들은 영향인 것 같다.

안철수에게 표를 줄지,
심상정에게 표를 던질지,
이 감격스러웠지만, 혐오스럽게 망가진 대선을 외면해버릴지,

또 하나의 결정은 안철수에 대해, 그리고 현재 한국 정치지형에 대해 좀더 가늠해본 후 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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