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에 대한 악평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과학적인 고증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사랑"이라는 주제에 함몰되었다는 것입니다. 다 엉터리 악평이라는 생각입니다.
1. 어느 분야이든지 전공자는 비전공자에게 뻐기고 싶은 마음이 많든 적든 있게 마련이예요. 저는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사람들이 "도덕적 해이"를 "도덕"과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할 때마다 지적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물리학에 정통한 사람들은 인터스텔라가 묘사한 블랙홀이라든가 그런 게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는데, 이건 물리학 논문도,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대중영화입니다. 그리고 대중영화에서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합니다. 보통 고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역사 관련물에서 나오는데, 지적하는 사람은 해답을 제시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인터스텔라의 고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무슨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2. 일단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랑은 남녀 간의 로맨스가 아닙니다.놀런 특유의 전통을 따라 홀애비가 주인공으로 나왔으며, 심지어 그 홀애비는 전 부인을 거의 그리워하지도 않으며(언급이 나오기 하는데, 부인을 그리워한다기보다 후퇴한 기술수준에 대한 분노에 더 가깝죠), 브랜드의 로맨스는 단지 설정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인터스텔라의 사랑은 자식에 대한 사랑인데, 이게 전형적인 헐리우드의 소재인지는 매우 의문이네요.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단지 극을 이끌어가기 위한 주인공의 동기로만 있는 게 아니예요. 어쩌면 소재인 우주나 시간에 대한 묘사보다도 더 핵심적인 주제가 자식에 대한 사랑입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진화론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유명한 몽타주는 진화를 함축한 것입니다. (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돌도끼 쓰던 존재나 우주선 타는 존재나 유전자의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번식력과 생존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측면에서는 진화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우주에 대한 탐구는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밀접한 관계라는 것입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결국 진화론이고, 이런 요소는 영화 곳곳에 나옵니다. 브랜드 시니어 박사는 자신의 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플랜B를 추진합니다. 만 박사는 인간과 로봇의 차이점, 생존본능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여기서의 사랑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답으로서 제시한 것이지, 편한 결말을 내기 위해 채용한 소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