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산 2 : 3 LG ▲석자평 : 짜릿함
-승리투수 : 이동현
-세이브 : 없음
-패전투수 : 윤명준
-주요선수 : '끝내기포', 이진영의 마침표
이진영이 경기를 끝냈다.
1회부터 8회까지 선두타자가 무려 여섯 차례 1루 베이스를 밟은 LG는 운도 안 따랐고 집중력도 부족했다. 2회말 김용의의 기습 스퀴즈 번트가 끝이었다. 되레 4회초 오재원에게 1타점 2루타, 5회초 최주환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리드까지 내줬다. 6, 7, 8회에도 무득점에 그쳐 팬들의 희망은 점점 사라져만 갔다.
그러나 9회말, 두산 마무리 윤명준이 등판하면서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선두타자 대타 이병규(9)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무사 1루의 찬스를 맞이한 가운데, 볼카운트 1-1에서 5번 타자 이진영이 윤명준의 커브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투런포를 작렬했다.
직구를 보고 있었는데, 운 좋게 얻어걸렸다며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힌 이진영.금요일 이병규(9)에 이어 다시 한 번 홈런으로 승리의 기쁨을 맛본 LG는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했다. 두산은 '윤명준 딜레마'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답답하다.
(2) kt 5 : 3 넥센 ▲석자평 : 첫 위닝
-승리투수 : 최원재
-세이브 : 장시환
-패전투수 : 피어밴드
-주요선수 : 마르테, 조금씩 올라오는 타격감!
혼자서 4타점을 올린 앤디 마르테의 활약 속에 kt가 올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선발투수 박세웅이 3이닝 동안 3피안타 2탈삼진 3볼넷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최원재가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4개의 피안타와 2개의 볼넷을 허용했음에도 위기관리능력을 뽐내면서 넥센의 강타선을 제압했다.
윤근영 이후 네 번째로 등판한 마무리 장시환은 3.1이닝을 소화하며 피안타, 볼넷 한 개 없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35구 3K, 올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4번 타자 앤디 마르테는 홈런을 포함해 4타점을 기록,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이었다. 이로써 상승세를 이어간 kt는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한 주를 마무리했다. 반면 피어밴드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패배한 넥센은 충격이 다소 커 보인다.
(3) KIA 9 : 7 삼성 ▲석자평 : 역시나
-승리투수 : 스틴슨
-세이브 : 없음
-패전투수 : 장원삼
-주요선수 : '멀티포' 김주찬, 연패 끊었다
5경기 전패, KIA는 이번주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스틴슨이 등판하는 것에 기대를 걸었지만 상대 선발이 장원삼이었기에 결코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2회초 최용규의 솔로포로 먼저 선취점을 뽑은 KIA는 3회말 박석민의 3점포로 역전을 당했다. 스코어 1-3, 그러나 KIA는 4회초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김다원의 1타점 2루타로 한 점을 따라붙더니 5회초에는 김주찬의 투런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6회초 김다원의 투런포와 7회초 나지완의 1타점 적시타로 승리를 굳혔고 8회 이성우의 희생플라이, 9회초 김주찬이 또 홈런포를 가동하며 두 점을 추가했다. 4회부터 9회까지 6이닝 연속 득점, 무서운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연패를 끊었다. 다만 9회 등판한 윤석민의 부진한 투구는 마무리 윤석민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을 남겼다.
(4) 한화 3 : 15 롯데 ▲석자평 : 원펀치
-승리투수 : 린드블럼
-세이브 : 없음
-패전투수 : 탈보트
-주요선수 : '만루포' 김대우, '나도 있어!'
이래저래 말이 많은 경기였다. 오후 5시에 편성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기에 경기가 끝난 지금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회말부터 롯데 타선은 상대 선발 탈보트를 공략하며 끈질기게 괴롭혔다. 특히 김대우가 데뷔 첫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초반에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1회말에만 7득점을 뽑은 롯데는 2회말에도 정훈의 홈런과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네 점을 도망가 점수 차를 10점 차까지 벌려놓았다.
그러나 5회말,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1-15, 14점 차로 벌어진 가운데 2사 2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이동걸의 연속된 몸쪽 위협구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2구 연속 볼이 들어왔고, 결국 3구가 몸을 맞추자 결국 황재균은 발걸음을 마운드로 옮기는 몸짓을 취했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왔고, 시즌 1호 벤치클리어링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위협구를 던진 이동걸은 퇴장조치를 받아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라운드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만 남았다. 프로야구는 하나의 컨텐츠로서,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빈볼 벤치클리어링'은 아쉬움뿐만 아니라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롯데 타선의 원펀치가 좋은 볼거리였다면, 나와선 안 되는 빈볼 장면은 기분나쁜 원펀치였다.
(5) SK 11 : 8 NC ▲석자평 : 해결사
-승리투수 : 김광현(6실점)
-세이브 : 윤길현
-패전투수 : 해커
-주요선수 : 최정, 해결사 노릇 톡톡히 했다
6실점을 내주고도 타선의 지원으로 김광현은 승리투수가 됐다. '창피한' 승리투수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운이 따랐다. 최정과 브라운이 나란히 홈런을 때리며 '백투백포'를 작렬해 무게감을 더했고, 4회 6득점, 5회 5득점으로 타선의 응집력을 엿볼 수 있었다. 2번 타순에 배치된 박재상과 5번 박정권, 9번 김성현이 멀티히트를 기록해 타자들의 고른 활약이 빛났다. 홈런을 때린 최정도 멀티히트 기록.
NC는 6점 차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4회말부터 추격의 불씨를 당겼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테임즈까지 홈런포를 가동하면서 9회말에는 세 점 차까지 간격을 좁혀놓았는데, 결국 패배의 쓴맛을 봤다. 위닝시리즈를 가져간 SK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천을 향하게 됐다. 본의 아니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김용희 감독은 알아서 하는 선수들 덕분에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팀을 지휘할 수 있었다.
이번 3연전의 숨은 MVP는 햄스트링 '부상투혼' 김용희 감독.
유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