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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고대 도시, 소돔의 정체는?
게시물ID : mystery_91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3
조회수 : 67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3/23 1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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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창세기 18장 16절에서 19장 29절을 보면, 소돔(Sodom)과 고모라(Gomorrah)라는 두 도시가 나옵니다. 이 두 도시들은 큰 죄악을 저질러서 거기에서 울려 퍼지는 아우성 소리에 신(야훼)이 화가 날 지경이었다고 하는데, 그 자세한 내막은 대강 이렇습니다.


어느 날 신이 보낸 천사 두 명이 저녁 무렵, 소돔에 도착했습니다. 소돔의 성문 주위에 앉아있던 롯이라는 사람이 그들을 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롯은 신이 축복을 내린 정의로운 사람인 아브라함의 조카였습니다. 


롯은 누룩이 들지 않은 빵을 천사들에게 대접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 노인과 젊은이들을 포함한 소돔의 시민들이 롯의 집으로 몰려와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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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너의 집에 온 자들이 어디에 있느냐? 우리가 그들과 재미를 좀 보게(혹은 볼 일이 있으니) 끌어내라!”


여기서 언급된 ‘재미를 좀 보게’라는 문장은 완곡하게 번역을 한 것입니다. 영어 성경을 보면, ‘재미를 좀 보게’라는 말은 강간을 뜻하는 단어 레이프(Rape)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소돔 시민들은 노인이고 젊은이고 가릴 것 없이 천사들을 강간하러 롯의 집으로 몰려 왔던 것입니다. 


시민들의 성별이 명확히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성경에서 강간의 주체는 대부분 남자고 천사들도 남자로 묘사된다는 점을 본다면, 이는 소돔의 남자들이 죄다 남자인 천사들을 강간하러 몰려왔다고 해석해야 적합합니다.


그렇다면 신이 분노했다던 소돔의 죄악은 남자와 남자끼리의 동성애였던 것일까요? 보수적인 기독교 교단에서는 그렇다고 가르치고, 진보적인 기독교 교단에서는 동성애가 아니라 성적 폭력인 강간이 문제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동성애를 좋게 묘사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과(로마서 1장 26~27절: 남자와 남자끼리 잠자리에 들면 저주를 받을 가증한 짓) 합법적으로 결혼을 한 부부끼리의 성관계가 아닌 모든 성관계는 죄악이며, 음욕에 불타는 자는 결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성경의 가르침들로 보건대, 이 부분에서는 보수적 교단의 해석이 옳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자 천사들이 손을 내밀어 그들의 눈을 잠시 멀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롯에게 “우리는 신의 명령으로 이 도시를 멸망시키려 왔다. 너는 가족들을 데리고 어서 여기를 떠나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코 뒤를 돌아다보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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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은 딸들과 약혼한 남자들에게 찾아가 “이 도시는 천벌을 받아 망할 테니, 우리와 함께 떠나자.”라고 권유했으나, 예비 사위들은 롯이 정신이 나가 헛소리를 한다고 비웃으며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결국 롯은 아내와 두 딸들만 데리고 소돔을 빠져나가 ‘소알’이라는 작은 도시로 피신했습니다.


롯이 빠져나가자, 신은 하늘에서 직접 유황의 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습니다. 소돔은 상세히 언급되었는데 고모라는 그저 이름만 나온 것을 본다면, 아마 고모라의 사정도 소돔에서처럼 동성 강간이 일상으로 벌어졌던 듯합니다. 


아무튼 신이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은 불로 두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물론 땅에 돋은 식물들까지 모조리 불에 타 죽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가 있던 곳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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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롯이 피신을 하던 와중에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소금 기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아내를 잃은 롯은 소알로 피신했다가 소알 시민들을 두려워하여 소알에서 나와 딸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헌데 딸들은 “우리가 세상에 시집을 갈 남자들이 없으니, 아버지의 씨를 받아서 가문을 이어야겠다.”라고 말하며 롯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그와 잠자리에 같이 들어 모압과 벤암미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모압은 모압족의, 벤암미는 암몬족의 시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소돔 설화는 여러 면에서 흥미롭습니다. 우선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보다 소금 기둥으로 변했다는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을 빠져나오던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지 말라던 저승의 신 하데스의 말을 어기고 뒤를 돌아 아내인 에우리디케를 보다가 그만 그녀가 저승으로 끌려가 사라졌다는 내용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성경 학자 게리 그린버그는 그의 책인 <성서가 된 신화>에서 소돔은 지상이 아닌 저승에 있던 도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롯의 딸들이 “우리가 세상에 시집을 갈 남자들이 없다.”라고 말한 부분도 이상합니다. 소알이라는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아니면 주변에 다른 도시들을 찾아가서 그곳 남자들과 결혼을 하면 될 텐데, 시집을 갈 남자들이 없다고 말한 것과는 서로 모순이 됩니다. 이는 마치 전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언입니다. 


그래서 영국의 신화학자인 사무엘 헨리 후크는 <중동 신화>에서 소돔 설화는 노아의 대홍수와 비슷한 인류 멸망 전설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중동의 판타지 백과사전/ 도현신 지음/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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