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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이들
게시물ID : readers_171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명확한정성
추천 : 1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1/12 02:01:36

당신이 죽은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물론이죠.


오오 세상에. 아는 사람이 있었다니. 좋아요 말해보시죠.


돈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죠.


오오.. 근접했어요...!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세상에! 어쩌면 최초의 '깨달은 이'가 될지도 몰라...!)


총을 사는 데에 돈을 썼어야 했는데, 어만데다 돈을 써버렸죠.


...네?


그래요, 이제야 신 앞에서 고백하지만, 그 예쁜 여자 아바타는 이렇게 더러운 남자 몸뚱이를 가진 저의 캐릭터였습니다... 저의 변태같은 욕망 때문에 캐

릭을 최대한 예쁘게 꾸며보느라고, 캐시를 죄다 스킨 사는 데에만 질러버렸죠.. 결국은 이렇게 B팀의 저격을 피하지 못했네요 ㅎㅎ


....


죄송합니다. 모든 사람들을 속였어요. 여자인척하고 돈도 많이 뜯어냈는데, 그래요,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총을 샀어야 했어요. 반성합니다.


.....


자 이제 다시 리스폰 해주시죠. ㅎㅎ


...


아 이제 총 사서 제대로 게임 하겠다니깐요. 빨리 리스폰 해주세요. ㅎㅎ


.. 아무래도 지금 정리를 제대로 해야할 것 같네요. 한가지 잘못알고 계신 게 있습니다.


....예?


그러니까.... 받아들이기 어려우실지도 모르겠지만...


..... 무슨 말씀을 해주시려는 거죠...?


별 수 없네요.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실을 똑바로 들으셔야 해요.


뭐죠... 저 왠지 예감할 것 같아요... 아니... 뭔지 알 것만 같은데요....! 으....! 말해주지 마세요! 듣지 않겠어요!


진실은 들어야만 합니다.


안 듣겠다고요!!


그 한가지 틀린 점은...


듣지 않을거야/!! 으아아아!!!


제가 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예?


저는 신이 아니라, 당신이 돈을 뜯어간 남캐 <최강 남일고>의 주인입니다.


아아....!


지금 날 속인 내 눈앞의 더러운 당신을 존나 때리고 싶죠.


아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주머니 속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먹을 꽉 쥐어본다)


제 말 안 끝났습니다. 한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예... 더 중요한 것도 있나요..


제가 저승사자라는 점입니다.


....(주먹을 푼다) ... 아이고...


지금 탄식하신 겁니까? 저승사자 싫어합니까?


아닙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저승사자님.. 오래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저도 꽤 좋아했지요 당신을. 물론 거짓된 캐릭터였지만.


아아...


제 사랑을 덧없게 만든 대가로 당신은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아이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저 이제 완전히 회개했거든요.. 죽어도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한 번 죽고 다시 태어나면 다신 안하겠군요.


아아....! 한번만 살려주세요..! 이렇게 빌겠습ㄴㅣ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있나요!!


있었죠.


아아...!!


'깨달은 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제 가시죠.


.......... 예....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깨달은 이'란 대체 무엇이죠..


궁금합니까?


예...


'깨달은 이' 란 자신이 죽은 이유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 그렇군요.. 하아..... 음........ 예? 잠깐만요! 저는 제가 죽은 이유를 제대로 알았는걸요! 원론적으로 따져보면 결국 제가 제 캐릭을 꾸미느라 당신의

돈을 꾸민 거고, 그러면 결국 저는 제대로 말한 건데요!


... 그렇습니다.


그러면 저를 지금 다시 지상으로 보내주셔야 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멈추지 않으시는 거죠! 왜죠! 당신을 염라대왕에게 신고하겠어요! 애먼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난 맞췄어!! 난 깨달은 이라고!!!


...신고할 필요 없습니다. 염라대왕은 이미 알고 계시니까요.


예??


저는 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을 지옥으로 데려가는 댓가로, 제 존재가 영원히 사라지기로 거래했습니다. 염라대왕과.


...... 뭐라구요?


그래요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였지만, 당신이 정말로 '깨달은 이'가 될 줄은 몰랐어요. 저는 사라지게 되겠군요.


..... 예??! 왜죠!! 왜 저를 그렇게까지!!!! 왜!!!


.....


왜!!!!! 시발!!!!! 젠장!!!!!!!


...저는 진심이었습니다.


..뭐?


당신의 캐릭터 <료코쨩>을 저는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


누군가를 사랑해본다는 것은 저승사자인 저로써는 처음이었습니다. .... 그 감정이란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행복이란 감정은 대체 무엇인지에 대

해 알게된 순간, 나는 료코짱의 화면 너머의 모습을 보고 싶었고, 기어코 확인한 저는....... 영원히 료코쨩을 잃게 되고 말았습니다. 저의 료코쨩은 이제

더이상 아무데도 존재하질 않습니다.


...


제가 존재해야할 이유도 없어지더군요.


....


저는 더이상 존재하고 싶지 않았고, 또한 당신에게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


자, 이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러면 당신은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고, 저는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 안녕.


.. 잠깐만요.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알아요, 그냥 한 마디만 하고 들어갈게요.


.. 좋습니다.


..... 제 캐릭터일뿐일지라도, 그렇게 사랑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렇게...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감동

을 받아서... 그래요, 제 캐릭터일 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저와 관련된 것을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마치 저를 사랑받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더러운

몸뚱이가 이런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더욱...(문으로 한 발 들이민

다)


......... 잠깐!


..사죄드립니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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