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위해 만든 자리일 텐데 분위기는 냉랭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안 운동회'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런 비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권경상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발끈했다. "동의할 수 없다. 오씨에이(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도 '열일곱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 되고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진행 노하우를 배우려고 몇몇 나라들로부터 연락이 오고있다. 그런데 운동회라니 굉장한 모욕이다."
대회 초반 미숙한 운영과 터져나오는 문제점들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보자며 조직위가 마련한 미디어브리핑은 되레 갈등을 더 부추기는 현장 같았다. 26일 송도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선 고성이 나왔다. 한 기자의 질문을 조직위가 개인 의견이라며 무시한 게 이유였다. 권 사무총장은 "쏟아지는 지적이나 보도는 어떻게 생각하냐? 오씨에이 회장의 생각인가 본인의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참고해달라"며 말을 돌렸다. 질문을 한 기자가 "그게 대답이냐!"며 소리를 질렀다. 뒤이어 브리핑 사회자가 상황을 정리했다. "개인적 의견을 표명하려면 다른 시간을 이용해 주십시오."
연일 쏟아지는 비판에 조직위 책임자들의 표정과 말에도 날이 서 있었다. 답변의 내용보다 무성의해 보이는 태도가 분위기를 더 나쁘게 했다. 한 외신기자가 "도핑 테스트 결과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냐"고 묻자 "도핑은 오씨에이 소관이다. 조직위가 발표할 내용이 아니다"고 답했고, 히잡 착용 불허 방침에 반발해 출전을 거부한 카타르 여자 농구팀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리핑에 참석한 한 기자는 "(조직위가) 대회 진행자이자 행사의 주인인데도 '자기네(조직위)들은 좌우지간 잘못한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래가지곤 대화가 진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조직위 한 관계자는 "언론들이 무턱대고 비판만 한다. 긍정적인 면도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