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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빵 사건과 권력
게시물ID : sisa_790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뚝심송
추천 : 1
조회수 : 84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0/02/20 17:21:35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학생들이 집단으로 선배들의 명령으로 알몸들이 드러날 정도로 교복을 찢고 하는 행태가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군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봐야 해결될 것은 하나도 없고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먼저 들면서 씁쓸한 심정입니다. 

이런 류의 일들을 접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심각하면서도 핵심이 되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이 문제들의 핵심에는 잘못된 권력관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왕따 문제에도 사실은 권력의 문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뭔가 잘못했을 수도 있고, 왕따를 가하는 아이들의 잔인함도 문제가 있으며, 집단의 문화가 잘못된 형식으로 나가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끊임없이 자신의 권력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아이들의 잘못된 권력관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입시만을 위하여 모든 시간을 소비하는 학생들에게 부모님의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것"이라는 말은 전혀 와닿지 않고 오직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부모님의 권력에 대한 질투심만 남게 됩니다. 결국 내가 행복해지려면 내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남을 통제해야 된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고, 친구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왕따에 동조하는 친구들 역시, 내가 이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면 권력으로부터 소외될 것이고, 그 무리에 동참함으로써 권력을 같이 누리게 된다는 생각에 평소 혼자서는 도저히 하지 못할 잔인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알몸 졸업식 뒤풀이를 놓고, 성적 수치심도 없는 비도덕적이고 문란한 행동이라고 개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요즘 아이들이 너무 버릇없어 진다고 한숨을 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도 1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의 중학교 졸업생들을 모아놓고 말도 안되는 짓을 강요하는 선배들의 권력표출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감당이 안되는 일을 시키고 아이들이 그 말을 따르는 과정에서 더욱 황당한 일을 시키고, 아이들이 괴로와 할 수록 권력이 더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죠. 그래서 그런 이상행동을 시키고, 그것을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리고 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권력이라는 것은, 구성원들의 동의하에 위임된 일시적인 권한일 뿐입니다. 즉, 권력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안위를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하는 제한된 힘이라는 것이죠. 동의가 없는 권력은 독재일 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권력만 잡으면 돈도 가질 수 있고, 남을 짓밟을 수도 있으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도 용납이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잘못된 권력행사에 저항하는 행동은 오히려 사회를 소란스럽게 하는 행동으로 비난받고,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대세를 따라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만 살아남고, 저항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빈곤해지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권력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혹독하게 입시전쟁에 내몰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의 합의에 따른 결정은 사라지고 일방적인 통제만이 남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통제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오로지 권력의 획득에만 열중하게 되며, 일단 권력을 획득하면 그간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온갖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 권력이 없는 다른이들을 짓밟기 시작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그런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 바로 알몸 졸업식 뒤풀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로 보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언제나 성인들의 사회를 투영하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강요하는 선배와 당하는 후배들, 어디서 많이 본 광경 아닙니까? 사회 유력인사들이 연예인 지망생을 술집으로 불러내 술 따르게 시키고 어딘가 알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고, 그런 일을 당한 여성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서까지 호소를 해도 아무 문제 없이 덮이고 넘어가는 사회를 그대로 두고 보는 사람들이 알몸으로 졸업식 뒤풀이를 강요하고 그걸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아이들을 도대체 무슨 권리로 야단을 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정치권력, 행정권력, 언론권력, 이 모든 권력들은 모두 다 이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개개인들이 가진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단체합의를 통해 시스템에 주어진 권한일 뿐입니다. 

언젠가 그 권력들이 원래의 목적대로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게 되는 세상이 오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절대 공짜로 오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그 비용을 치루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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