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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 주영헌
마음속에 다른 마음이 자리 잡을 때
몸에서 열이 나죠
잠시라도 한 몸에
두 마음을 품었기 때문일까요
당신의 위치는 매번 달랐어요
지구본을 돌리며 당신을 찾았죠
등을 맞대고 누운 당신은
지구의 반대쪽
나는 짝사랑에 익숙한 사람
돌아누운 등이
절벽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다짐할래요
당신을 진심으로 오해하고 있었나 봐요
당신이 잘 살아야
내가 살아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 주영헌
뒤돌아서는 당신의 그림자는 왜 짙은 그늘로만 기울어지나요
안 그래도 휘어진 등 힘들어 보여서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힘은 어디서 오나요
벽에 못 하나 박는 일이나
시장바구니에 저녁거리를 담는 일
퇴근한 사무실에 홀로 남아 야근하는 일이나
과장님의 주말 카톡까지도
생각해보면, 모두
심心 써야 하는 일입니다
그 마음 때문에
울컥하는 또 다른 마음도 있습니다
말로는 내 마음 다 담아낼 수 없어
당신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심心내요
힘내요
주영헌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