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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결말)
“제가 실수를 했네요”
“실수라고요? 좀 솔직해집시다!”
“네...?”
“아까부터 계속 따라왔죠?”
“따라오다뇨 누가요? 가던 길인데...”
“이래서 여자 여자 소리를 듣는 겁니다. 왜 여자들은 솔직하지 못하는거죠? 솔직하게 탁 까놓고, 나 당신 맘에 듭니다. 우리 만납시다. 그렇게 말하면, 깔끔하잖아요. 왜 은근슬쩍 뒤로 호박씨 까냐 이말이죠”
“호..호박씨라니요. 이보세요. 보자보자하니까 진짜”
“지금 노처녀죠? 직업도 변변찮고, 왜 나에게만 사랑이 오지 않나, 저주받은 운명만 탓하고, 스스로는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몸매관리 직장관리, 돈관리 뭐 하나 노력도 안하면서...”
“지금 자신을 좀 들여다 보세요. 자, 키도 크지 않고, 몸무게도 좀 나가고, 배도 좀 나오고, 그리고 옷차림새가 그게 뭡니까. 헤어스타일은 또,..오늘 아침 머리 안 감았죠? ”
“네? 그 그걸 어떻게...”
“척이면 착입니다. 보면 모릅니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지금 자신감 완전 제로!. 그러니 맘에 드는 남 꽁무니까 슬슬 따라다니고, 말도 못 붙여보고, 돌아서서 신세한탄 주구장창하고 있고.”
“실패자들의 일관된 이유, 바로 운명이 자기한테만 야박하다. 이유가 뭐냐. 그렇게 원망만 늘어놓습니다. 무엇이든,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 원인은 바로 자신에게 있는 겁니다”
“물론 잘못은 남이 했지만, 그 원인은 나에게 있는 겁니다. 내가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남이 바뀌면 더 좋지만, 무슨 힘으로 그 많은 남들은 바뀌게 합니까. 지금은 마켓팅 시대입니다. 자신을 마케팅해야죠”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어. 열변을 토하며, 마케팅 강의를 시작하는데, 녀는 넋나간 듯 듣고 있었지.
처음에는 화도 많이 났지만, 또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은근 땡기는 거야. 요목조목 따지는 저 말투, 완전 녀 스타일이었지.
이 남을 어떻게 사로잡을까.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이게 왠 일? 스스로 문을 여네. 이 쯤되면, 운명의 여신은 녀쪽으로 돌아선 듯 했어.
“자, 여기서 이럴게 아니고, 들어갑시다”
“네? 들어가다니요. 어...어디를요?”
“어디긴 어딥니까. 집이지요. 부끄러운 척하지 마시고, 우리사이 뭐 이미 그렇고 그런사이 다 알거 아는사이 아닙니까”
정말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거야. 남은 이름만 들어도 놀래 자빠질 뭐기업 마케팅전략 팀장이었거든. 완전 행운녀인거지. 아니 행운녀가 되어가고 있는거지.
보니 이 집도 혼자 사는 것 같고, 자수성가 한 건지, 물려받은 건지 모르겠으나, 재력 일단 되고, 얼굴 일단 되고, 또 직장 또한 완전 되는거 같으니, 또 거기에 말 또한 청산유수니, 일단 5부 능선은 넘은거 같은데, 그래도 모르는 일이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니.
그렇게 해서, 집 안까지 들어갔지. 근데, 막상 집 안에 들어와보니, 뭔가 어색하고 영 이상한거야. 사람을 집에 들이고, 차도 안 내 놓고, 그냥 노트북만 들여다 보고 있는거야.
뭐야 저 사람. 어색해 죽겠네. 이거 계속 앉아있어야해? 그냥 나가야하는거 아냐. 아 미치겠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렇게 앉아있는데, 아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어 한마디 했지.
“저...지금 뭐하세요?”
“보면 모릅니까. 지금 유의 체크리스트 뽑고 있습니다”
“체크리스트라뇨..?”
“자기계발 프로젝트 1부, 자기자신알기 체크리스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를 모르고 경우가 많죠. 행동하기 전에, 먼저 자기알기가 먼저입니다.
“아...네 그렇군요. 가..감사합니다”
감사하다니. 뭐가 감사하다는거야. 나 왜 이러지? 이러면 안되는데...아니지 아니야. 안되긴 뭐가 안돼. 은근 슬쩍, 마케팅 관리 받으며, 친해지는거지 뭐. 뭐 주변에 그런거 많잖아.
배우다가 그렇고 그런사이 되고, 교통사고났다가 가해자 피해자 서로 그렇고 그런사이되고, 뭐 그런 경우 많잖아. 신데렐라가 뭐 다 그렇게 탄생되는거지 뭐. 나라고 안되란 법 있어? 일단 열심히 배우는 척 하면서, 사건 사고 만들면 되는거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녀는 그만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어. 쇼파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렸지. 대부분의 운명이 잠에서 깨이면서 시작하듯 L양의 운명. 아니 인생 2막도 거기서 시작되었어.
눈을 떠보니, 분명 쇼파에서 자고 있었는데, 녀가 침대로 옮겨져 있는거야. 옆자리에 남이 있었냐구? 물론 없었지.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녀 그런 녀 아니거든. 그러더니 문이 열리고 남이 들어오네.
“잘 잤어요?”
“아 네, 어 어떻게 된건지. 깜빡 잠이 들었네요”
“원래 다 그런거지요 뭐.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닙니까. 그 깜빡이 은근 멋진 놈입니다. 그 깜빡으로 유의 인생이 자동 업그레이드 됐으니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유의 고민이 한방에 해결됐다는 말씀이죠. 마케팅 전략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졌어요. 왜냐하면, 내가 유를 책임지기로 했으니까요. 아.. 그건 아닙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유의 왼쪽 목에 있는 커다란 점. 그게 바로 행운 점입니다. 저의 모친이 유처럼 목에 점이 있었거든요. 얼마 전에 돌아가셨죠”
“상실감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쇼파에 잠들어있는 유의 목에서 그 점을 발견한 순간, 저는 한 눈에 반했습니다. 결혼합시다”
와우 이게 대체 뭔일이람? 우리 어젯 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24시간도 채 안 지난 사이 아니야. 이런 일이 가능한거야? 원했던 일이지만, 너무 갑작스러우니. 쉽게 뜨거워진 쇠는 쉽게 식는 법. 은근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어.
“자, 일단 밥부터 먹읍시다. 빨리 같이 먹고 싶어요”
뭐야 밥까지 차린거야? 뭐 싫지는 않네. 그렇게 기분 은근 괜찮은 상태애서 밥을 먹으러 나갔지. 뭐 너무 좋아하는척은 안했어.. 알다시피 지금 상황이 좀 그렇잖아. 이런 경우 너무 좋아하면 좀 바보처럼 보이겠지.
“된장찌개 끓였어요. 모처럼 어머니 닮은 유씨를 보게되니, 어머니가 생전 만들어 주시던 된장찌개가 생각나네요. 자 어서 먹어요”
“네, 고맙습니다”
“고맙다니요. 말 놓으시고요. 뭐 부담스러우시면 천천히 하세요. 그게 중요하게 아니니까요. 우리 사랑이 중요한거지. 다른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뭐라고? 우리 사랑? 와우 이거 은근 기분이 좋아지네. 방금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는데 완전 무장해제, 이런 간사한 인간심리 같으니라구.
그런데 문제는 생각보다 좀 빨리 왔어. 그럼 그렇지. 운명의 여신이 그렇게 순수히, 사랑의 보따리를 던져줄 리가 없지.
“아 참, 저는 완전한 사랑이 좋아요. 완전한 하나가 되고 싶어요. 하나가 되기로 했으면, 완전한 하나가 되는거지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네, 밥을 먹을 때 조차 하나가 되고 싶어요. 대부분 밥상머리에서부터, 모든 관계가 삐끗해기지 시작하거든요"
"요즘 세상에 같이 먹는 부부가 몇이나 됩니까. 서로 각자 먹으니 문제가 시작되는 겁이다. 녀는 남의 잔소리 등이 듣기도 싫고, 식단 메뉴도 틀리고, 다이어트 등의 이유로 따로 먹지 않습니까”
“거기서 문제가 시작되는거죠. 그래서 저는 꼭 같이 먹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부부라면, 아...너무 앞서갔나요. 연인이라면...”
네에...그렇군요. 하는 눈빛으로 말을 하며, 식사를 시작하려고 숟가락을 드는데, 남이 갑자기.
“아 잠깐, 우리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같이 먹읍시다”
“네? 지금 같이 먹잖아요”
“아 그런거 말고, 제가 한번 먹으면, 유가 한번 먹는 거요. 다시 말해서 제가 한 숟가락 먹으면, 유가 한 숟가락 먹고, 그렇게 완전한 하나가 되자는 말씀입니다. 그보다 더 완벽한 하나가 어디있겠습니까”
“네에? 바..밥을 한 숟가락씩이요?”
처음에는 너무나 이상했어. 그건 좀 아닌거 같았지. 그런데 남이 그러는거야. 그만큼 녀를 사랑한다고, 아니 사랑하고 싶다고, 너무 사랑해서 밥도 그렇게 같이 먹고 싶다고. 이건 아니다 아니다 생각했지.
근데 그게 참 묘하더라고 아닌거 같았는데, 분명 그랬는데....이유가 녀를 너무 사랑해서라니까. 그게 또 되더라고.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됐냐구? 에구 다 알면서 그래.
둘은 결혼하기고 했고, 그 운명의 날은 바로 내일. 그게 바로 녀가 오늘밤 잠을 못 자는 이유야. 녀는 지금도 계속 고민중.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지. 모든 인간은 다 변태다. 단지 그 사실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할 뿐, 크고 작은 이상들이 내 안에, 남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지도, 그래서 세상이 원망스러운지도. 그래서 지금 그대가 울고 있는지도, 웃고 있는지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떨까.
화가나도 웃는 거야. 돈없어도 웃고, 시험 떨어져도 웃고, 남친이, 여친이 괴롭혀도 웃고, 그렇게 걸어가면 꼭 만날거야. 보다 멋진 미래.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말 강하면서도 약한 친구들이야.
보잖아 날마다 뉴스에서, 억울하게 사고 당하는 사람들, 억울하게 뭐맞고 하늘로 가는 사람들, 얼마 전 PC방 사건 알지? 그렇게 안타깝고, 억울하고 슬픈이야기도 있어. 그건 픽션이 아니고 팩트야. 그럼 알겠지.
조금 더 자신을 사랑하면 어떨까. 이야기가 딴 길로 새나갔네. 그래서 결론은 뭐지? L양은 내일 식장을 가야할까. 뭐라고? 가지말라고? 가라고?...에휴 모르겠다. 한 개만 골라주면 좋으련만, 녀가 결정장애가 있는데...쩝.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