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부모님이 해 주신 음식은 제외하고 이야기 해 볼까요.
시간순서대로 적어보겠습니다.
1. 고3시절 마셨던 잎녹차
고3 여름날 집 근처 골목길에 지역 특산물 홍보차 왔다면서 잡상인이 들어왔습니다.
나와서 홍보를 듣는것 만으로 선물을 준다는 광고에
심심한 주말 낮, 방에서 뒹굴던 글쓴이는 살포시 포터 트럭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뛰어난 집중력과 얉고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홍보원(이라고 쓰고 판매원이라고 읽는)이 낸 퀴즈를 몇가지 맞춘 글쓴이는
매실고추장과 잎녹차가 든 비닐 지퍼백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몇개월 후 날씨가 쌀쌀해지고 뭔가 뜨끈한 것이 마시고 싶었던 글쓴이는
뒤늦게 찾아온 중2병으로 인해 커피와는 다른 뭔가 특이한 것을 마시고 싶었고,
부억 찬장에 처박아두었던 잎녹차를 기억해 냅니다.
학교에 등교한 글쓴이는 그까이꺼 대충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스뎅 등산용 머그컵에 말린 녹찻잎을 한꼬집 넣고
정수기 뜨신물을 부어서 마셔보았습니다.
그 이후 글쓴이는 현미녹차를 마실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미녹차 맛 없쩡
2.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 마셨던 기네스 맥주
집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수입가구점에서 일할 때 였습니다.
가구는 무겁고, 습기는 엄청나고, 먼지는 날아다니고
하지만 높은 시급과 훈훈한 매장 분위기, 주급 이라는 보기드문 급여방식에
별다른 불만 없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육수를 한가득 흘리고 퇴근하던날
지갑도 두둑하고 날씨는 덥고 목도 마르고 하니
조금은 사치를 부려도 괜찮잖아? 라는 생각에 인근 미니스톱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소 수입맥주에 대한 판타지에 빠져있던 바
거무튀튀하고 가장 비싸서 마실 엄두도 나지 않던
그 맥주를 꺼내들었습니다.
가게를 나서며 캔을 깐 순간
폭발적으로 튀어나오는 갈색 거품에 놀라면서
손에 묻은 거품을 털어내며 한모금 마신 순간
물론 그 이후 몇번을 다시 마셔봐도 그 맛은 나지 않았습니다.
3. 대학교 3학년 1학기, 귀가길에 먹었던 감자고로케와 더치맥주
이때 저는 반쯤 미쳐있었습니다.
평일 낮에는 동아리 임원진으로서 활동하면서
수업시간에는 퍼질러 자고
밤에는 동아리 업무와 과제로 밤을 새우고
토일월 3일은 편의점 야간알바로 근무중이었으니
거기다가 저희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 시간은
잘 뚫리면 1시간 막히면 1시간 30분 거리였습니다.
신도림-까치산 왕복 구간에서 잠들어서 3번을 왕복한 일도 있었네요
그렇게 집 근처 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
진짜 너무너무 졸리던 차에 고로케 집이 보였습니다.
마침 배도 고프던 차에 가게로 들어가 가장 싼 감자고로케 3개를 주문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 가게의 고로케 사진입니다.)
가게를 나와서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고로케를 한입 배어물었고 그 맛은
그야말로 잠이 확 깨는 맛이었습니다.
바삭한 껍질과 달콤한 감자와 그 모두를 아우르는 대화합의 기름맛.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멀쩡한 정신으로 다시 그 가게를 찾아서 들어갔더니
더치맥주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여름 기네스를 시작으로 수입맥주와 같은 좀 색다른 술을 좋아하게 되어버렸고
망설임 없이 고로케와 더치맥주를 주문했더랬습니다.
(실제로 그 가게에서 찍은 더치맥주)
더치커피와 생맥주의 조합이 이렇게 맛있는 결과가 날 줄은 몰랐네요.
마음 같아서는 생맥주 병에다가 넣어서
테이크아웃 해 가고 싶었지만
그건 안된다고..................
그 후 그 가게는 제가 선정한 우리동네 맛집중 하나가 되었고, 그 후에도 많이 사먹었습니다.
다만 최근에 다시 가보니 요리하시는 분이 바뀌어서 그런지 맛이 조금 ..........
이외에 더 있는지는 생각을 좀.........
그러고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