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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의 결말)
그 문제의 미스터리남이 내 어깨를 잡은거야. 은근 술냄새 슬슬 풍기며. 와우 가지가지한다 진짜로. 정말 참을만큼 참았지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남이 먼저 말을 꺼내네.
"저 저기요. 사...사실은.."
"사실은 뭐요!!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아 저...그...그러니까..."
남자는 뭔가 많이 난처한 듯 말을 잇지 못하는거야. 그러더니. 말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가려고 하네.
"저 아 아닙니다. 시 실례 많았습니다. 제가 좀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번 필이 꽂히면 참지를 못합니다"
"차...참지 못한다고요? "
와우 이 남자 정말 대책없는 남자네. 아주 대놓고 참지 못한다고 하네. 생긴거와 달리 완전 딴나라 스타일. 척보니 무직이야. 노총각이고. 물론 머니도 없고. 당연 자신감도 없고.
당연 유산도 없고, 어디 언감생심 나같은 녀를 노려. 주제에 사람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졸졸 따라오다가, 이제 현실을 깨달은거지. 에~휴, 한심한 남같으리나구.
"저 뭘 참지 못하겠는지 모르겠으나. 그러시면 안됩니다."
"아, 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신 그러지마세요"
"네 네..죄송합니다...."
에휴 줏대도 없는 남 같으니라고. 녀들은 리더쉽있는 남을 좋아하는데, 아무것도 없어도. 그거 하나로 녀를 사로잡는 특급로멘스가 얼마나 많은데..쯧쯧..가련하구나. 어찌됐거나 내 알바 아니지.
그냥 뒤돌아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또 뭔가 뒤끝이 은근 신경이 쓰이는거야. 뭔가 찝찝해 뭔가가. 은근슬쩍 뒤돌아보니 남이 아직 그대로 있는거야. 뭐예요. 뭐 할말 있어요?...하는 눈빛으로 보았지.
"아 네 저 괜찮으시다면"
"괜찮다면 뭐요!"
"커피 한 잔만 하실 수 있을까요?"
"커 커피라고요? 초면예요?"
"초면이면 어떻습니까. 초면이라 더 스릴있는거 아닙니까"
"어짜피 사는게 다 안개 속을 걷는거나 마찬가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숨을 쉬고 있지만, 내일은 숨을 쉬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또 이렇게 남이지만, 모르는 일 아닙니다. 또 다른 어떤 관계가 되어 있을지...."
또 다른 어떤 관계? 어라 이 남자봐라? 은근 한 말씀하네? 그러니까 뭐야. 나와 뭐 잘해보자 그 말? 에~휴 주제에 사람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내가 뭐 만만한 콩떡인줄 알아. 흥! 어림없는 소리. 그냥 따악 잘라 거절하려는데...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는 거야. 미스터리남, 전화 받으며...
“아, 김비서. 내가 좀 늦을거 같으니, 일단 먼저 회의자료 건네고, 진행하고 있어. 다 알잖아 잘 알아서 해봐. 실수하지 말고”
뭐, 김비서? 뭐야 좀 있는 남이야? 이렇게 되면 얘기가 틀려지는데. 뭐가 틀려지냐구? 에구 다 알면서. 우리 서로 생각이 일치한 거 같은데, 저 놈의 정체가, 은근 궁금해지네.
녀를 꾀기 위한 함정인지, 아니면 진짜로 진국인지, 그냥 보내는 건 왠지 찝찝해. 혹시 모르잖아. 나를 구름 위에 올려 줄 왕자님인지.
일단 뚜껑을 열어보고 볼일이야. 혹 그 열에 내 콧등이 화상을 입을지언정, 그 화기에 내 이 양볼이 검붉게 그을릴지언지. 삶이 그렇잖아.
수직상승하려면 약간의 위험부담은 감수해야지. 그냥 정석대로 가자면 리스크는 줄겠지만, 어느 세월에 저 높고 높은 정상에 오르냐구. 나의 로망 재발남의 녀.
“아, 죄송합니다. 급한 전화가 와서요. 저 어디까지 얘기를...”
“뭐 어디가서 커피라도 마시자고...”
“아 맞아요. 어디 잠깐 들어가실까요”
“네 그러죠 뭐. 근데 저 좀 바뻐요. 잠깐만 되요”
잠깐만 되긴 뭐가 잠깐만돼. 있는거라곤 시간밖에 없는 녀인데. 근데 왜 그랬냐고? 그게 녀가 너무 그러면 좀 그렇잖아. 줄다리기를 잘해야지. 그게 바로 남녀방정식의 기본아냐. 알면서 그래.
대학은 성적 순이지만. 결혼은 성적 순이 아니라구. 신데렐라가 언제 시험봐서 왕자 만났어? 뭔가 촉이 있어 언니들 다 파티가는데, 은근슬쩍 청승(?) 떨며 착한 척(?) 연출하다가 기회를 잡은거아냐.
지금은 착한 것보다, 착한 척이 중요한 세상이야. 선이 악이 되고, 악이 선이 되는 그런 아주 기분 뭐한 세상이 되었거든.
착한 사람이 볼 땐 억울하겠지만, 그 또한 능력이니 어쩔 수 없지.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상. 그게 순리고 진리이니, 검은 진리. 먹구름이 드리워진 검푸른 진리.
그게 또 은근 사람 뒤집어 놓거든. 아무 힘없는 이름들은 그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지. 언제 밟힐지 몰라 전전긍긍. 바보들, 착한 바보들.
녀도 착한 바보야. 그러나 지금은 좀 척이란걸 하기로 했어. 기회를 잡아보고 싶은 거지. 재수 없는 사람, 뒤도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지. 어디 코가 깨지나 볼까.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와 앉았어. 남의 표정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거 같은데, 도무지 말을 못하고 있네.
왜 그런 표정 있잖아. 화장실가고 싶은 데 차마 말을 못하고 눈썹만 씰룩씰룩, 코만 벌룸벌룸, 입가는 왠지 푸르르 잔떨림도 있고, 암튼 정말 미스터리한 남이야.
에휴 답답이야. 그냥 내가 판을 깔아? 낚시밥을 던져봐? 아 아니지. 조금만 더 참자. 녀가 나서는건, 자칫 일을 그르치지. 뜸들이고 있는데, 뚜껑을 열어버릴 순 없지.
단 몇 분만 참으면 되는데 말이야. 지금은 기다림이야. 그게 바로 신의 한 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고 한마디 던지네.
"저, 뭐 드실까요"
"아 네 저는 커피"
"예 저도 커피"
"저 근데 무슨 말씀을......"
"네...저 사실은..그러니까.."
와우 답답, 또다시 입을 다무네. 뭐야 그냥 탁 터놓고 말하지. 나는 답답한 남은 따악 질색인데, 그냥 박차고 나가버려? 돈이면 다야? 맘도 맞아야지. 박력도 좀 있어야지. 그래 이건 아니다. 이건 좀 완전 중증이야. 이렇게 답답스러워서야 원. 나가자.
아..아니야! 그래도 뭐니 뭐니해도 머니가 최고지. 머니만 있으면, 남자가 뭐 종일 말을 하든 말든, 웃든 말든 알게 뭐야. 방구를 뀌는 말든, 콧구멍을 후비든 말든. 그 후빈 손으로 땅콩을 까먹든 말든 알게 뭐야.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데, 날아가는 화살도 멈추게 할 수 있는데, 아니 멈추게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지. 그 촉을 잡아, 다시 거꾸고 돌릴 수 있지.
그 방향을 원하는대로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는데. 돌아선 시간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힘, 바로 돈에 있잖아. 그 줄을 놓을 수야 없지. 참자 참아.
"저, 사실은...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머리는 원래 그렇게 꼭 묶으십니까"
"네에? 머리를 꼭 묶냐고요?"
"네, 머리를 그렇게 꼭 뒤로 묶으시는지요"
"네 그러는데요. 왜요?.."
“저 그게 좀, 머리가 왼쪽으로...그러니까 묶음머리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서요. 어느날 버스를 탔는데, 제 앞에 님의 머리가 보이는거예요, 종점까지 2시간을 가는데,..미치겠더라고요. 제가 그쪽으로 좀 강박..증이 있어서요”
“뭐든 제자리에 있어야하거든요. 뭐든 반듯하게 있어야하는데, 님의 묶음머리가 왼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제가 그 모습이 떠올라 일이 안됩니다"
"혹시 지금도 그렇게 계시나 신경쓰여서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그래서 확인하려고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그렇게 따라갔던 겁니다. 제발 저를 위해, 좀 정중앙으로 묶어줄 수는 없을까요.”
뭐..뭐라고 강박증? 뭐든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머리를 정중앙으로 묶으라고? 와우 미치겠다 정말.
나 이거 재수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에서 코가 깨진거 맞아? 맞다고? 아니라고? 와우 한 가지만 말해줘. 지금 나 실신직전.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