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주인직접"이라고 쓰인 월세광고를 찾아 중개수수료라도 아끼려고 하는 만년세입자임을 밝힙니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볼까 하다가 너무나 경쟁이 심해서 먹고살기 힘들까봐 다른 쪽으로 알아보는 중입니다.
제 일가친척 중에는 8촌 형님 한분이 공인중개사일뿐이니 공인중개사들 편에 설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전세값 폭등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시 중개사가 받는 수수료가 많이 상승되었습니다.
일부 물건의 경우 전세 수수료가 매매 수수료를 상회하기도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죠.
원인이나 사정이야 어쨋든 간에, 중개업소(복덕방) 난립과, 부동산 거래량 감소로 인해 만성적으로 수입부족에 허덕이며,
연간 20%에 가까운 중개업소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이런 어려움들이 어느정도 해소될 정도로 전세값이 오르니
중개인들로서는 다시 형편이 피는 셈이죠.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중개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조치를 취합니다.
부동산 수수료율(거래가의 일정 비율)을 절반으로 낮춰(0.8% -> 0.4%) 버린 것입니다.
임대자/세입자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랍니다.
그리고 중개인들을 은근히 기생충처럼 묘사합니다.
전세값 폭등을 부추겨 이익을 취하는 집단인 것처럼요.
이건 전형적인 웩더독(꼬리가 개를 흔듬)식 규제입니다.
전세값 폭등은 중개인들이 유발한 것이 아니라, 근원을 캐들어가 보면 저금리정책을 구사하는 정부당국과 재벌기업이 유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금리정책은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저성장의 악순환에 빠지게 만듭니다.)
거래수수료(율)를 낮춰서 부담을 줄인다고 해서 거래량이 증가(정부입자에서는 세수입 증가)한다거나 전세값이 내려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중개수수료 부담을 절반으로 줄여드릴테니 부동산거래 많이 하라???"
소가 웃을 일이죠.
물론 한국의 독특한 전세제도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긴 합니다.
전세값이 오르든 내리든 이를 보는 제 시선은 상관없죠.
제가 말하려는 건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입니다.
이런 건 대한민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죠.
"귀족노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기둔화로 인해 결국 취업률을 떨어뜨린다."
"공무원들의 철밥통 의식 때문에 공무원연금의 적자심화를 해소하지 못하여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
"국민들의 외제선호 경향 때문에 해외직구 사기 사건이 폭증하고 있다."
"노력을 하려는 생각은 하지않고 편한 삶만 추구하다 보니 고시생이 너무나 증가하고 있어 취업율 악화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아무 이유없이 애를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아 놓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거봐 이거봐~ 얘는 매사가 부정적이라서 사람을 맨날 째려봐."라고
거짓부렁 하는 녀석을 어떻게 작살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