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옛날 규수 낭자들
꽃바구니 들고 들길
님도 보고 꽃도 보고
분꽃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들길에 가득 핀
이름 모를 들꽃
씨 중 가장 귀한
어른들이 애지중지
온갖 곡식들의 씨
목화 고추 감자 씨
그 씨앗이 풍성한
풍년을 기원했던
진부령
관동에서 관서로
넘던 가장 북쪽 길
관동 영호남 선비
한양 과거 보려
대관령 추풍령
문경 새재 지리산
며칠씩 걷던 길이
이젠 몇 시간이면
사통팔달 이어진
핏줄 같은 도로망
파 도
바람이 불면
거센 파도 생기는
바람이 없으면
늘 잔잔한 바다
세상도 조용하면
민초 생업에 전념
어쩌다 삶에 파도
생기면 거세지는
그 파도 무서움
잘 아는 이 사전
철저하게 봉쇄하는
그래서 생긴 산성
그것을 증명하는
칼로 일어선 이들
칼로 쇠한다는데
산성으로 일어선
이들 산성으로
가는 세월
가는 세월 아쉽지
않은 이 그 누구
철없는 청년들은
세월아 빨리빨리
삶의 연식 좀 있는 이
남다른 미련 있는 이
가는 세월이 아쉬운
제힘으로 무엇이든
다 한다 자랑하는
하지만 자연 이치
가는 세월 잡진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