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ebs 공감에 갔다 오는 길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딴 생각하는 것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음악 하는 사람이 공연장에서 그렇게 멋있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 공연장에서 살아 숨 쉬는 진동들이 가슴을 뛰게 하고 멜로디가 마음을 적시고 가사가 그리운 추억을 상기시킨다.
오늘 나왔던 이지형 뮤지션이 불렀던 노래들은 어찌 보면 찌질하고 사랑에 애가다 타버린 남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곡과 사랑에 대한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곡들은 풍부한 감수성이 녹아있었다. 여성들에게 사뭇 매력을 어필할만한 곡을 가져와 여심들의 마음도 녹이고 감기로 인한 콧물조차도 그 여심을 녹이는데 큰 한 몫을 했다. 어찌 보면 이 서정적이란 감수성은 빠른 템포와 거볍고 쿨 한 노래에 익숙해져버린 10대 들을 심심하고 따분하게 느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마음의 공허와 고독을 점차 알게 되는 또래들은 촌스럽게만 느껴지는 그 노랫말이 절절히 우리 마음을 달래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공연이 마냥 촌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컨츄리 풍의 곡 빠르고 경쾌하게 흐르는 곡 고양이 포르테, 비틀즈의 곡을 통해 이 사람이 노래만 불러재끼는 가수가 아니라 편곡과 음악적 재능이 다재다능하다는 포스를 뽝- 느끼게 해주었다. 특히나 이번 소품집에서 바이올린(소영)과 벤조(장현호)를 통한 곡들의 경쾌함은 공연장의 관객들의 몸을 들석이게 했다.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말 그대로 찌질한 감성 혹은 이별에 관한 노래들은 곱게 포장되어있는 찌질함과 서정적인 노랫말들은 개인적인 취향이었을까. 확 와 닿지는 않는다. 구수하고 진한 국물 보다는 단백하고 깔끔함이라는 표현이 더욱더 어울린다. ‘산책’을 듣고 있다면 갑자기 마치 커피프린스 1호점이 생각난다 해야할까?
특히나 그의 곡 중 가장 내 마음에 와 닿던 것은 ‘그 길을 같이 걷고 싶어’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익숙하게 생각하고 곱게 소폭이 쌓인 추억의 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는 그 표현은 어찌 보면 누구나가 가졌을 욕망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자랑마저 해버리고 싶은 그 마음 말이다. 그리고 가을이라는 분위기에 맞추기까지 했으니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곡이라 생각된다. 아직 그의 노래를 다 들어 보진 않았지만 분명 우리가 가진 소소한 감정을 담백하게 풀어내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좋은 뮤지션이라 생각된다. 다음엔 확 삔(?)도가 나가 버린 듯이 더욱더 촌스럽고 찌질한 노래를 불러 봐주었으면 좋겠다. 여성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될 수 있지만
추가로 음악을 확인해 보니 공연장에서 들었던 ‘고양이포르테’ 벤조와 바이올린이 포함된 그 경쾌함은 mp3가 아닌 오로지 공연장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평상시에 이곡을 좋아하는 분 경쾌함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직접 공연장에 가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가면 후회 없이 즐기다 올 거라 확신한다.
(아직도 11월 15일날 콘서트를 한다는 이지형씨의 멘트가 지금까지 기억나니 공연이그만큼 매력적이었다는 걸 뜻하나 보다 이런 좋은 뮤지션 얼른 대중들에게 더욱더 사랑 받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