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내가 취하는 특단의 조치란 것도 별 것 없다. 그저 예전에 봤던 전설의 고향에 내 상상력을 덧붙여 무서운 모습으로 겁주고는 인간의 탐구심을 이딴데나 낭비하는 놈들한테 겁을 좀 주고 탐구할 생각이 안 들게 하는 것 뿐이다. 한 명 좀 붙잡고 엄청나게 겁을 주면 다른 멍청한 놈들은 그것보고는 알아서 사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겁을 줘도 몇 년만 지나면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놈들이 나온다. 누가 나를 목격했고, 끔찍한 걸 봤다고 말해도 궁금하다는 사소한 이유로 찾아온다.
미,친년놈들. 주기적으로 지랄병이 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놈들의 지랄병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주고 있다. 좆빠지게 무서운 귀신 흉내를 냄으로서.
학교 전체의 지랄병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주는 여자화장실의 지박령이라니! 멋지지 않남. 명찰로 달아둬도 좋을 칭호다.
B고교 여자화장........
[잠깐.]
내 윽박지름에 정신을 못차리던 놈이 흠칫 놀란다.
[여기 여자화장실인데.]
눈을 피한다.
[변태.]
나는 아까의 무서운 귀신의 흉내를 내며 놈의 멱살을 잡으려 다가섰다.
"히...힉...!"
놈은 손을 넣고 있던 주머니에서 무언갈 빼내 나에게 무언가 던졌다. 가루같은 것이 얼굴에 흩뿌려졌다. 내가 털자 후두둑 까맣게 변색된 무언가가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뭐냐, 변태. 뭘 뿌렸냐!]
멱살을 움켜잡고 짤짤짤 흔들어댔다. 흔드는대로 흔들리며 변태는 겨우 대답했다.
"죄, 죄송해요!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뭐냐구우!]
변태는 나한테 더 짤짤짤 털리다가 이실직고했다.
"소문의 여, 여, 여고생 귀신을 보고 싶어서요. 혹시 해를 끼치면 쫓으려고 애들이랑 같이 소금을 챙겼어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변태는 엎드려 절을 하며 사과한다. 나는 소금이 담긴 주머니를 빼앗아 변태가 내게 했듯 놈의 얼굴과 몸에 촵촵 뿌렸다.
[어떠냐?]
이윽고 변태는 자신이 가져온 소금에 의해 잘 절여졌다. 본인은 표정을 숨긴다고 하는듯 한데 찝찝함이 지나치게 표현되는 건 모르는 모양이다.
변태는 풀린 다리로 겨우 일어나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이고서는 후들거리며 여자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에라이 시벌! 빨리 꺼지라고!]
나는 그 등 뒤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며 '좆까'라는 의미가 담긴 저속한 손짓을 해대었다. 변태는 한 번 뒤돌아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갔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하는 것도 마음이 좋진 않다. 나는 여기에 전세 낸 것도 아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공간을 조금 빌려쓰는 것뿐이다. 그러나 나는 무서운 귀신의 흉내를 내며 겁을 준다. 가끔씩 친구들에 의해 억지로 끌려온 마음 약한 아이들이 나에 의해 마음이 부서지기도 하는 걸 알면서도 나는 계속 무서운 화장실의 악몽으로 남는다.
의외겠지만 나라고 해서 이런 짓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조용한 것이 좋은 사색가다. 그렇지만 귀신에 대해 알아봤자 좋은 것이 없다. 귀신을 부르면, 그 귀신 속에 숨은 악의도 같이 불려나온다.
예전에 나와 비슷한 성격의 아이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와 다르게 그 아이는 외로움을 타는 아이였다. 살아있는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없었던 그 아이는 나와 만났고, 죽은 나와 친구가 되려했다. 나는 거절했다. 혼자가 좋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그 다음 날 그 아이는 옥상에서 떨어졌다. 동맥에서는 피가 콸콸 솟고, 팔 다리의 뼈는 기묘하게 뒤틀려 감싸고 있는 살 위로 삐죽 튀어나와있고, 목은 이상한 각도로 뒤틀리고, 터진 머리에서는 뇌수를 흘리며 부르르 떨다가 죽었다.
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황급히 아까 변태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달린다.
안돼, 혜리야. 그러지 마.
싸늘한 복도에는 구름에 가린 희미한 달빛이 쏟아지고 그 아래에는 말 없는 둘이 누군가에게 보여지듯 나란히 뉘여있다.
"왜......"
정신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변태는 그 앞에 주저앉아 있다.
혜리야, 우리는 이러면 안 돼.
우리는 이미 죽었잖아.....
이윽고 구름이 걷히면 달빛이 더 선명해진다. 달 아래, 창문 안쪽, 핏빛 복도가 드러난다.
나란히 누운 둘은 아까 도망갔던 그 두 놈이었다. 귀신을 보고 싶어하던 두 놈은 멍청하게도 바로 집으로 도망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도망오지 않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시 가볼까, 말까로 다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얌전하게 뉘여있는 둘의 몸엔 격렬한 흔적들이 가득이었다.
우웨에엑-하며 게워내는 소리가 들렸다.
두 팔과 다리의 뼈는 살 바깥으로 삐죽 튀어나와있고 동맥에서 흐른 피는 복도에 흥건했다.
마지막까지 겪었던 두려움은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에 가득하고, 머리는 깨져 줄줄 뇌수를 흘린다.
흐른 뇌수는 피와 섞여 엉망이 되어있고, 엉망인 뒤통수는 180도로 돌아가 등이 아닌 가슴의 위에 위치해있다.
[도망가.]
그러나 바닥에 토와 눈물을 쏟던 놈의 귀에는 내 목소리가 닿지 않는 듯 했다.
[도망가라고!!!!!!!]
곧 그 아이가 올 것이다.
동맥에서는 피가 콸콸 솟고,
팔 다리의 뼈는 기묘하게 뒤틀려,
감싸고 있는 살 위로 튀어나온,
목은 이상한 각도로 뒤틀린채로,
터진 머리에서는 뇌수를 흘리며 부르르 떨다가
죽은 혜리가.
[제발 도망가!!!! 너도 죽을거야!!!!!!]
혜리는 찐찌버거였다.
그리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
귀신을 찾는 아이들의 눈 앞에 혜리는 나타난다.
혜리는 산 아이들을 너무나도 미워했다.
그래서 몇 년 째 학교를 떠돌다가
부르면 나타난다
죽을 때의 그 모습으로, 미움을 담아 산 아이들을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살아서도 모두를 미워한만큼이나 죽어서도 용서를 할 수 없었나보다.
나는 혜리를 말릴 수 없다.
혜리는 끝내 나도 미워했으니까.
혜리의 삶의 끝은 모두를 저주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혜리에게 붙잡히면 나는 그걸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나는 무서운 귀신의 흉내밖에 낼 수 없으니까.
아이들을 잡아먹고, 그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강해질 수 없으니까.
약한 힘으로는 도망가라 귀뜸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까.
[도망가......제발...!!!]
멍하니 주저앉은 남학생은 갑자기 어느 한 점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은 복도의 끝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아아........"
나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복도의 끝에는 모두를 미워하는 찐찌버거 혜리가 있었다.
출처
くコ:彡
한 번 읽고 다시 읽을때 처음 읽어볼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드는 소설을 지향합니다. 두 번 읽어도 괜찮은 소설이 되기 위해 노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