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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텃새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새는 언제나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하늘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하늘 바깥에서 노숙하는 텃새
저물녘 별들은 등불을 내거는데
세상을 등짐지고 앉아 깃털을 터는
텃새 한 마리
눈 날리는 내 꿈길 위로
새 한 마리
기우뚱 날아간다
유경환, 혼자 선 나무
나무 위로 바람 없이
날아오르는 꽃잎을
아이가 쳐다보고 있다
뾰족탑 위로 바람 없이
오르내려 흩어지는 구름 조각 끝
아이가 턱에 걸고 있다
날아오르는 일이
가장 하고 싶던 갈망이었음을
뉘에게도 말한 사람이 없었던 때
꽃잎보다 구름보다 높게
전봇대만큼 키 크는 꿈을
대낮 빈 마을에서 아이가 꾼다
그 아니는 지금껏 혼자인
늙지 않으려는 나
조창환, 독약 같은
먹을수록 허기지는
순금의 탄식이다
시퍼런 면도날 하나로
썩둑 그어버린
모닥불이다
수정 구슬 속의
번개 자국이다
저 무명의 캄캄한 살 속에
들이붓는
독약 같은
그리움
박인숙, 묘지송
세상의 수많은 무덤들아
모두 다 누구의 사랑들이니
내 가슴속에는
새끼를 치고 또 새끼를 쳐도
종내는 한 믿음에서
한 절망으로 번지는
무사마귀 무덤들로 가득한데
누구의 사랑이
이다지도 예쁜 봉분을 만들어 주었니
김신용, 그 우물을 기억함
제 몸을 찢어
그 상처로 만들어 놓은
피와 고름만 고여
이제는 황폐해져 버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수로(水路)를 통해, 흐르는 물줄기를 고이게 한
그 고통의
돌들로 견고히 쌓은, 그 원형의
아득함으로 지금은 무너져 있는, 속을
들여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미궁처럼
어두워, 이제는 누구도
삶의
두레박을 내리려 하지 않는, 어쩌다
지나가는 갈증이, 목을
축이려 해도, 난파된 시간들만
목구멍에 걸리던, 그 원형의
포근함이, 자연의
강간 자국처럼 변해 있는, 그 돌들을
한 단 한 단 쌓은 손길이, 자연에 대한
윤간처럼 느껴지는, 그러나 한때
바구니에 담겨 강물을 떠내려가는 아기를 안아주는
손길 같았던
그것은 피부의 따뜻함이 아니라
그 피부 깊숙이 고여 있는 울음 같았던
그 물줄기를, 몸 밖으로 흘려버려
이제 스스로 사막이 되고, 박제가 되어버린
우리 하루하루의 노동이
미래라는 무덤 속에 산 채로 매장당하고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