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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하기로 한다
게시물ID : lovestory_90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5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9/10 11:25:0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조예린, 달우물




폭풍이 씻어간 밤하늘이

검은 수정처럼 깨끗하다


바다는 모른다

모른다 하고

흩어진 폐허가 아직

잔설(殘雪) 같다


그 위로

샘물같이 솟아오르는 만월

찢어진 날개를

물에 적신다


타는 물줄기를 따라

물을 들이킨다


달빛이 얼음보다 차다

차다

 

 

 

 

 

 

2.jpg

 

윤홍선, 가을 하루




모든 것이 사라져 가고 있는

들길에서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을

나는 용서하였다


인간의 하늘에 떠 있던 약속처럼

흐르는 구름

가을들 끝으로 사라지고


나는 빈 나무로 서서

커다란 가을의 품 속으로

한 줌의 갈대들과 함께

용서를 위하여 흔들리고 있었다

 

 

 

 

 

 

3.jpg

 

조정권, 무제(無題)




밀어보다 만 벽

굴리다 만 바퀴

진흙덩이로 막힌 샘

어디선가 뿌리들이 타들어가는 냄새

해를 찌르러 간 창

수심 속 자갈 바닥을 쓸고 간 물살

 

 

 

 

 

 

4.jpg


최문자, 공회전




사랑이 미끄러운 줄

나는 안다

속도제한 없는 아우토반 free-way

그곳을 나는 안다

거의 참을 수 없을 만큼 달릴 때

그때는 느낄 수 없었던 수막 같은

눈물 현상을

바퀴가 혼비백산하던 그 황홀을

팽팽한 그 차로에서 나와

어지러운 허리띠를 풀 때야

나는 알았다

한 발자국도 물러날 수 없는 쓸쓸함에다

징그런 수술자국 하나 긋고

어디를 건드려도

눈물 차오르던 고속주행의 후유증

그 후로

자주 멈추는 자동차를 위하여

동맥까지 우울하게 떨려오는 시동을 미리 건다

쓸쓸한 바퀴의 노동 끝에 묻었다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진흙빛 허무를 내려다보며

사랑만 닳아지는 공회전을 한다

헛바퀴가 돌아갈 적마다

헛소리를 지르다 제자리에 기절해버리는

그런 아픈 바퀴를

나는 네 개씩이나 달고 다닌다

뒤늦게야 그걸 알게 되었다

 

 

 

 

 

 

5.jpg

 

 

김사인, 유리창




사랑하기로 한다

5분이 지나면

마른 풀과 짚으로 만든 잠자리에 돌아가

혼자 눕기로 한다

긴 침묵 끝에

우리는 두 개의 강이 되기로 한다

만나면 몸짓으로만 사랑하기로

돌아가 먼 곳에 하나씩

어린 물고기를 키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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