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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마음은 왼쪽으로 흘러내린다
게시물ID : lovestory_90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9/07 14:51:2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시교, 첫눈




누가 하늘 가득

느낌표를 뿌리는가

백지로 쏟아지는

먼 기억의 파편이여

그것은

또 다른 분수

물보라였다

갈채였다

 

 

 

 

 

 

2.jpg

 

 

김정환, 순금의 기억




온몸이 몇 천만 도로 타면

시체의 기억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아닌, 순금의

기억, 아 기억만을 후대도 아닌

손닿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기만 하는

느껴지지 않고 간직되기만 하는

간직되지 않고, 있는

그런 순금의 보통명사를

남겨줄 수 있을까

 

 

 

 

 

 

3.jpg

 

 

이형기, 엑스레이 사진




폐허의 풍경을 잡은

이 사진은 앵글이 기막히다

뼈대만 남은 고층건물

앙상한 늑골 새로

죽어서 납덩이가 된 도시를 보여준다

그 배경

담천(曇天)을 가로질러 모여든

까마귀 떼

무엇인가를 파먹고 있다

사람의 가슴이

가슴속에 흐르는 피가 붉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터지는 검은 먹물

이제 폐허는 질척거린다

내일이면 함몰(陷沒)

그리고 필경은 늪이 될 게다

수수께끼의 광선 엑스레이는

이처럼 오직 사실만을 증명한다

 

 

 

 

 

 

4.jpg

 

 

여태천, 마음은 왼쪽으로 흘러내린다




바람 때문일까

바람은 불지도 않았는데 모든 게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었다

때가 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이 방의 공기들은 시간의 무게중심을 따라

한 곳으로 모여든다

해가 지고 방이 붉어지는 일처럼


무거워진 한쪽 어깨를 동쪽으로 조금씩 내리는

어디 먼 남미에서 왔을지 모를

하늘은 푸르고 구름이 하얀 그림

갑자기 마음을 들켜버린

그림의 안쪽이 궁금해지는 것은

바람의 탓이 아니다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

기울어진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침묵으로 애써 버텨보는

그림의 안쪽

허물어지는 건 밖의 문제도

시간 때문도 아니다

안쪽에서 바람이 불고 있었다

 

 

 

 

 

 

5.jpg

 

김광규, 가을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은

허전하다

땅을 덮은 것 하나도 없이

하늘을 가린 것 하나도 없이

쏟아지는 햇빛

불어오는 바람

하늘을 가로질러

낙엽이라도 한 잎 떨어질까 봐

마음 조인다

얼마나 오랫동안

저렇게 견딜 수 있을까

명령을 받고

싹 쓸어버리기라도 한 듯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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