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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
게시물ID : lovestory_904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20 10:51:1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원각남해 보리암에서

 

 

 

 

 

 

소원 따위는 없고빈 하늘에 부끄럽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

여기 와 무슨 기도냐

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

 

 

 

 

 

2.jpg

 

박이화야화(夜花)

 

 

 

 

 

 

아리아나 호텔 뒷골목에는

밤만 되면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이화장목련장동백장

사철 시들 일도 없고

봄 여름 구분 없이 여기서는

일년 내내 지지 않고

꽃이 핍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잘못 들어선 골목 끝에서 만난

그 꽃들 생각에

나는 지금 잠 못 들고 있습니다

다시 몰래 가 보고 싶고

그 중 한 송이 질끈꺾어보고 싶은

그런 열락의 꽃들은

단 한 번의 유혹으로

향기보다 지독한 불빛을 풍기나 봅니다

그래선지 밤만 되면 내 몸은

어디론가 불려가고 싶고

이화장 목련장 동백장

그 환한 불빛 따라

나방처럼 퍼드득날아들고 싶어집니다

 

 

 

 

 

 

3.jpg

 

김소월두 사람

 

 

 

 

 

 

흰 눈은 한 잎

또 한 잎

(기슭을 덮을 때

짚신에 감발하고 길짐 메고

우뚝 일어나면서 돌아서면

다시금 또 보이는

다시금 또 보이는

 

 

 

 

 

 

4.jpg

 

조지훈아침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

아 여기 태고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라가 꽃잎을 적신다

 

 

방안 하나 가득 석류꽃이 물들어 온다

내가 석류꽃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5.jpg

 

김수우장터의 봄

 

 

 

 

 

 

도살장에 팔려갈 늙은 소의 코끝에 붙은

살구꽃 잎 한 장

소와 꽃잎이 들여다보는

길 끝광주리 하나 걸어온다

 

 

살 수 있을 것 같다

 

 

자전거 시장꾸러미에 높다랗게 얹혀 실려가는

붓꽃 몇 송이

나를 본다모든 꽃은

오랜 약속에 붙이는 느낌표이다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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