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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조금은 특별한 캄보디아 여행 이야기 - 코켈 유적 -
게시물ID : travel_91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플루토2C
추천 : 4
조회수 : 15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0/30 05:30:21


필자는 캄보디아에서 유적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 글이 여행게시판에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장 적합한 듯 해서 여기에 글을 남기는 점을 양해해 주길 바랍니다.


 

코켈(Kor Ker) 조사담


캄보디아에는 앙코르 유적 이외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유적이 많다.

코켈을 다녀온 특별한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staticmap.png
- 코켈 위치 - 


 

1. 코켈로의 이동

 

시엠립에서 오토바이로 3시간즘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유적지, "코켈"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 전인 10세기 초에 건립된 고대 도시유적이다.


연구에 필요해서 이 곳을 가려고 했지만, 우기라서 쉽게 갈 수가 없었다.

마침 요즘, 우기임에도 며칠동안 비가 오지않아 오늘!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3시간에 걸친 운전 끝에, 목적지에 힘들게 도착하였다.

조사를 시작한지 1시간 즈음 지났을 무렵, 하늘이 심상치 않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조사하고 있었는데, 

결국, 역시나 스콜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P1120261.JPG
- 스콜이 내리기 전에 조사하던 유적 -


오토바이로 뛰어가 비옷을 챙겨 입었지만, 이미 흠뻑 젖은 뒤다.

핼맷을 쓰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나섰지만, 한치 앞도 보기 힘들다.

팔, 다리와 같이 스콜이 직접 닿는 곳은 따갑기 그지없다.

 

1시간 같은 5분 간의 사투끝에 

천막과 식탁으로 이루어진 간이 식당을 발견해 오토바이를 들였다. 


퇴역군인으로 보이는 왜소한 할아버지가 과하게 반겨주었지만, 

빠진 이 사이로 흘러 나오는 지방색 강한 크메르어는 도통 알아 듣기 어려웠다. 

이미 한잔 한 듯 하기도 했다.

 

우비를 벗고, 상의를 벗어 물을 짜 내고 있자니,

현지인 남자 셋이 흠뻑 젖은 외국인을 관심있게 바라본다.

식당안에는 술자리가 한창이었나 보다. (아직 10시 반이었다.)

 

그들은 현지 라면 국물에 "슬라 서"라는 전통 술을 마시고 있었다.

슬라 서는, 직역하자면 "백주". 즉, 흰 술이라는 뜻으로 도수가 높은, 

충분히 정제되지 않은 청주와 같다.

 

아무튼 그들에게 일부러 밝게 현짓말로 인사를 건내니, 다들 너무 좋아한다.

자연스럽게 세 남자의 술자리는 네 남자의 술자리가 되었다.

 


 

2. 숲 속의 유적


술자리에서는 절반만 말이 통하면 더욱 흥이 나는 법.

건배가 오가며 자연스럽게 친해져 갔다.

 

한 명은 40대, 지뢰를 밟아서 한쪽 다리와 한쪽 눈을 잃은 9남매의 아빠.

또 한명은 31살 농부, 또 한명은 20대 새신랑이라 한다.

자연스럽게 나도 여기에 무엇을 하러 왔는지 말하게 되었다.

 

다들 토박이 답게 밀림 속에 숨어 있는 유적들에 대해서 잘 아는 듯 했다.

하지만, 미리 조사 해 왔던 유적 이름과 이 사람들이 말하는 유적 이름은

같은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랐다.

어쩌랴, 비가 그치면, 숲속에 있는 벽돌 유적을 안내받기로 했고,

일단은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술과 함께 초록색 구아바를 먹었다.

 

11시 반 즘음 되었을 때에 비가 그쳤다. 

젊은 새신랑이 내 오토바이를 몰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오토바이만 겨우 지나 다닐 수 있을 길 아닌 길이 있었고, 

그 길 아닌 길은 스콜로 인해서 웅덩이가 가득했다. 

가끔 10m 가 넘어 보이는 물 웅덩이도 나왔다.

 

익숙한 운전 솜씨로 날 안내 했지만,

내 오토바이는 이런 길에 익숙한지 못한지 엔진에서 흰 연기가 날 정도였다.

10분가량 정글 속을 달리다 보니, 붉은 벽돌 사원이 나왔다.

 



 

우기의 숲속 조사는 정말 쉽지 않다.

모기를 비롯한 벌래, 그리고 가시돋친 풀들...

그래도 늘 하던 일 하듯 조사를 시작했다.

 

어느 곳이든, 특히 숲 속의 유적은 99.9% 도굴당한 상태이다.

이 유적 또한 도굴 구멍이 그대로 방치되어, 위험천만한 상태로 놓여 있었다.

벽돌 건축에 적용된 고대 건축 기술을 확인하고, 발을 되돌렸다.

 

 

3. 숲 속의 마을, 그리고 공기총


남루한 식당으로 되돌아 오니,

나머지 두 명이 계획한게 있다는 듯 날 반겼다.

역시나, 나이 많은 쪽 아저씨가 괜찮으면 자기집에서 점심 하잔다.

배도 고프고 해서, 흥쾌히 승락하고, 코켈 마을 "쿰 코켈" 로 향했다.

사실, 이 분이 다리 한쪽이 없다는 사실을 의자에서 일어난 이 시점에 알았다.

 

오토바이 두대를 나눠 타고 다 같이 마을로 이동했다.

2~3백명 정도가 살고 있을 듯한 작은 마을이었다.

한 가족당 평균 10명이니, 집이 열채면 100명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캄보디아 시골의 흔한 고상목조가옥들이 길을 따라 군데군데 서 있다.

집집마다 마당에는 오리, 개, 돼지, 소, 거위가 있고, 애들이 참 많다.

애들은 외부인이 신기한건지 외국인이 신기한건지, 뚫어져라 처다본다.

 

그의 집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 젊은 아주머니, 그리고 9명의 아이들. 대가족이었다.

8명이 그의 아들 딸이고, 1명은 손자라고 한다.

형제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없어 보였지만,

...


그리고, 어머니 인줄 알았던 할머니가... 부인이었던 것.

부인인줄 알았던 아주머니는 첫째 며느리, 첫째는 일하러 갔고.

그는, 닭을 잡으려고 하는데, 먹겠냐고 한다.

 

헐... 무리하는 것 아닌가? 

나중에 닭값 줘야겠다라고 생각하고 ㅇㅋ 라고 말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상황이 전개되었다.

 

공기총이 등장했다.

공기총에 공기압을 밀어 넣더니, 은구슬 하나를 장전했다.

한 명은 닭을 몰고, 다른 한명은 공기총을 들었다.


 

 

 




"탕~" 

빗나갔다.

 

똑똑한 닭들은 이제 돌아 오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오리는 어떠냔다?

나야 딱히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풀이라고 뜯어 먹고 싶을 만큼 배고픈 상황인지라, 승락했다.



오리는 상당히 느렸고, 심지어 뭉쳐서 다녔다.


 


오리를 노린 공기총은 정확하게 운 나쁜 한 오리의 목을 관통했고,

남자애가 뛰어가더니 능숙하게 가져왔다.


 


4. 캄보디아식 오리고기


할머니가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가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고프다는 감각이 희미해져 갈 때 즈음, 

캄보디아식 전통 소스인 "크릉" 소스에 볶은 "챠 크다으 사잇 띠어"가 나왔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담은 현지술 슬라서도 재등장이다.

 


 

조미료가 듬북 들어간, 최근 한국에서 말하는 나쁜? 식당의 맛이었다. 

9남매와 8명의 어른이 먹기에 오리 한 마리는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를 했지만, 

이 모든 걸 기우로 날려 버릴 만큼 강한 향신료 맛에 밥 한공기식 비우기에 충분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웠다. 

외국인이 캄보디아 요리를 잘 먹는게 신기한지 다들 좋아한다. 

사실 캄보디아에 처음 왔을 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미 7년간 캄보디아 음식에 단련된 혀를 장착하고 있다.

 

그렇게 특별한 점심을 마쳤다. 

당일치기 조사이기 때문에 3시에는 출발을 해야 하기에 감사의 뜻으로

오리값을 지불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토바이를 몰았던 친구가 안내역을 자청해, 그러자고 했다.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


P1120314.JPG

 

너무 논 탓일까 시간이 부족해서 조사를 마치고 나니 3시 반이 되어 버렸다.

슬슬 집에 가려고 하니, 젊은 친구가 갑자기 안내비로 20달러를 달라고 한다. 

감사의 뜻으로 얼마쯤 주려고 생각하고 있긴 했으나, 

성인 장정 하루 일당이 5달러인데 20달러를 달라고 딱 잘라 말을 하니 

약간 괘심한 느낌도 들었다.

(현지에 오래 살다보면 현지 물가에 익숙해진다.)

 

막상 지갑을 열어보니 돈이 부족했다. 

술 값, 오리 값 기분좋게 내다보니까 은근히 많이 썼던 것이었다. 

집에 갈때 넣을 가솔린 값까지 생각하니,

난처해졌다.

 

그 친구에게 지금 가진 돈이 부족하다고, 

그런데 집에 갈 때 가솔린 넣어야 되니까 3달러만 빼고 

나머지 전부 다 줄테니까 이것만 받아라고 하고 잔돈까지 탈탈 털어서 줬다. 

 

7~8달러즘 됐으려나? 그래도 고맙다고 한다.

이렇게 그 친구와 이별을 하고, 오토바이를 시엠립으로 향했다. 

 


 

5. 집으로


시엠립으로 가는 세 시간 동안 경치의 변화는 무쌍했다.

바나나 농장이 가득한 마을이 나오기도 하고,

감자 밭이 끝없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루가 이렇게 끝나려나 싶었는데, 저 멀리 다가오는 스콜 구름이 심상치 않았다.

코켈을 나설때에는 정말 화창했지만, 

30분 쯤 달렸을 때, 눈 앞에 나타난 검은 구름들이 아직 오늘 일정이 끝나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듯 했다.

 

 

스콜이 오기전에는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

1분 정도 굵은 빗방울이 하나 하나 떨어지다가

그리고, 천둥번개와 함께 빗방울이 억수같이 쏟아진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이 부족하기에, 천천히라도 오토바이를 몰았다.

 

하지만, 눈 앞에 떨어진 벼락에 

심장이 쫄깃해지고,

비를 피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높은 건물 같은게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게 있을리 만무했다.

어느 정도 가다보니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는 오두막이 나왔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그 무리에 들어가서 벼락이 멎기를 기다렸다.

여기가 절 대 안전하지는 않은걸 알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있으니 마음이 그나마 편했다.

 

비가 그쳐야 할 텐데...

마음을 졸이기 30분즘 되었을 때에

빗줄기가 약해졌고 다시 출발했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시엠립에 들어 올 수 있었고,

긴 긴 여정은 이렇게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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