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핵심인사의 메모에 따르면 기억을 잘못하고있는건 송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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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선후보 검증] 2007년 11월 18일 서별관회의 참석 인사 증언... 회의 내용 메모록도 확인
[오마이뉴스 글:이경태, 글:구영식, 글:황방열, 편집:김도균]
참여정부가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의사를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사전 문의' 논란이 7개월 만에 재점화됐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이 대북결재 제안의 당사자였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2016년 10월)과 인터뷰(2017년 4월 21일 자 <중앙일보>)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11월 18일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참여정부 핵심인사 A씨는 <오마이뉴스>에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확인하고 결정하자고 말한 사람은 정작 송 전 장관 본인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송 전 장관이 스스로 '표결 전 북한에 의사를 타진해보자'고 제안해놓고 이를 문재인 후보가 제안했다고 잘못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서별관회의 내용을 청와대 공식 수첩에 자세하게 적어놓았고, 이를 근거로 <오마이뉴스>에 이같은 증언을 내놓았다. <오마이뉴스>는 서별관회의 내용이 적힌 A씨의 메모록을 직접 확인했고, A씨의 증언이 '사전 모의' 논란의 진실을 밝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에 확인해보자고 한 것은 송민순 본인... 11월 18일 메모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사전 문의' 논란의 출발점인 2007년 11월 18일 서별관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북측의 반발에 대해서 너무 우려하지 말라면서 유엔에서 남북대표부 간 막바지 접촉 경과를 설명했다. (중략) 나의 주장이 계속되자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 다른 세 사람도 그 방법에 찬동했다. 나는 '그런 걸 대놓고 물어보면 어떡하나. 나올 대답은 뻔한데. 좀 멀리서 보고 찬성하자'고 주장했다. 한참 논란이 오고 간 후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즉 송 전 장관은 외교부에서 파악한 바로는 찬성'으로 표를 던져도 북한의 반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에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를 두고 논쟁이 오고 갔지만, 문재인 후보가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냈다는 것이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참여정부 핵심인사 A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회고록 내용이 잘못됐다"라며 "내가 그 회의에 참석했고 그와 관련한 메모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메모를 보면 북한의 의사를 확인한 후에 결정하고 제안한 사람은 정작 송민순 본인이었다"라면서 "문재인 실장은 (북한에 의사를 확인하자는 제안에) '(북한 인권결의안 결정에 대한) 양해나 통보 등은 정무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까지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실장은 그날 회의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는 쪽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실제 A씨가 작성한 '2007년 11월 18일 자 서별관회의' 메모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 A씨의 메모는 짙은 파란색의 청와대 공식 수첩에 담겨 있었다. 그는 그 수첩에다 당시 참석자들의 발언을 아주 자세하게 적어 놓았다.
또한, A씨는 "처음에 북한에 보낼 통지문을 작성한 것은 외교부다"라며 "(외교부에서) 작성한 통지문을 구술해보라고 하니, 북한을 자극하는 워딩들이라서 다시 작성해서 국정원에서 보냈다"라고 전했다.
다시 작성해 국정원에 보낸 통지문의 내용과 관련, 그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남북관계에는 변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라며 "(찬성인지 기권인지 등)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 "송민순 주장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실제로 참여정부가 당시 북한에 보낸 '통지문'에 북한 인권결의안 찬성 혹은 기권 여부가 적혀 있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미 지난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16년 10월 21일 여권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김만복이 보낸 대북 통지문에 기권 결정 문구가 없다"라고 보도했다(관련기사). MBN도 같은 날 "(북한에 보낸) 이 문건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간에 남북은 같이 갈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라고 보도했다(관련기사).
다만 이 부분에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참여정부가 북한의 반응을 보고 찬성·기권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과 이미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을 결정했지만 송 전 장관이 회의에서 주장한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통지문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민순 전 장관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자고 주장했다"는 A씨의 증언은 그간 진행됐던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전 문의' 논란을 발화시켰던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정확하지 않은 개인의 기억과 메모에 기초하고 있다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김만복 전 국정원장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지난 4일 <일요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언론에는 송 전 장관이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는데 그 이상이다"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북한이 '묵인'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말 우리가 찬성을 해도 괜찮다고 했는지 확인을 해보자고 해서 그렇게(북한과 접촉하게) 된 것이다."
이어 김 전 원장은 "송 전 장관의 주장(북한의 묵인)을 확인해봐야 하는데 '당신네들이 정말 결의안을 찬성해도 좋다고 이야기했습니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 없었다"라며 "그래서 '이번 결의안에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남북관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결의안 찬성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참여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 통지문을 보낸 이유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주장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0일 <중앙일보>와 한 전화통화에서도 "2007년 11월 18일 서별관회의에서 송 전 장관이 '북한이 (찬성해도) 괜찮다는데...'라고 주장해 내가 '그럴 리 없으니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이 내 메모가 조작이라고 주장해주면 고맙겠다"
다만 문재인 후보 측이나 참여정부 쪽 인사들이 '사전 문의' 논란이 처음 벌어졌던 2016년 10월 왜 A씨의 증언과 같은 내용으로 송 전 장관을 반박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에 A씨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이 나온) 당시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라며 "(2007년 11월 18일 서별관 회의) 메모도 뒤늦게 찾았다"라고 말했다. 메모를 찾은 뒤에는 이미 대응하기에는 늦은 때였고, 다시 끄집어내는 것이 적절한지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작성한 '메모'의 증거력에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저쪽(송 전 장관)에서 이를 '조작'이라고 주장해주면 고맙겠다"라며 "(11월 18일 회의) 메모만 있는 게 아니다, (관련 메모가 적힌 수첩에는 참여정부 당시 회의 등의) 다른 메모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송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내 수첩을 빌려서 한) 메모도 적혀 있다"라도 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