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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너의 빛이 되고 싶다
게시물ID : lovestory_904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06 10:42:3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신미균막내 삼촌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압핀을 본다

무얼 붙이고 있기는 했는데

그 무엇이 떨어져 나가자

할 일 없이 그저 숨죽이고

납작하게 붙어있다

아무런 무늬도 없고

평범하게 생긴 조그만 쇳조각이라

손톱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떨어질 것 같다

 

회사가 문 닫았다고

식구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어디론가 출근했다가

들켜버린 막내 삼촌 마냥

겸연쩍게 씩 웃으며

그냥 힘없이

툭 떨어질 것 같다

 

나는 압핀이 잘 붙어있게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었다







2.jpg

김명인고산행(高山行)

 

 

 

열차는 평산을 지났다 한다

산역(山驛)에서는 낡은 의자에 기댄 남자들 두엇

불을 끄고 통과할 어느 역에도

어쩌면 정거하지도 않을 기차를 우리들은 기다렸다

밤은 깊고 자정 가까이

달은 떠올라 헌 거적대기 같은 빛이

세상을 덮어주기도 하였지만

오늘 가지 못하면 내일

갈 수도 없고

마침내 영영 가지 못할 그곳에 가기 위하여

저쪽 어느 역에서도 우리들처럼

정든 마을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

서성대는 사람들이 있었을까

발 밑에는 버리고 가는 낙엽 또는 떨어져 뒹구는

젖은 노자 몇 닢







3.jpg

박철미술연필

 

 

 

을왕리 가을 바다에 와서

갑자기 미술연필이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꽉 찬 자유를

흔들리며 유혹하는 쓸쓸함을 보면 누구나

엉뚱한 생각을 한번쯤은 할 것이다

 

고등학교 때 화실에 다니며 곱게 곱게 심을 세웠던

일제 투모로우나 독일제 홀바인 미술연필은

모두 가짜였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선을 그렸다

 

깊어만 가는 가을바다가

누가 밤새 파놓은 인공호수라 해도

나는 이렇게

희망의 말뚝을 박아야하는구나







4.jpg

이덕규고슴도치

 

 

 

고슴도치를 보았습니다

숲 곳곳에 난무하던 칼들이

그의 등에 다 꽂혀 있었습니다

어디내게

더 꽂을 칼이 없냐는 듯

착한 눈을 꿈벅이고 있었습니다

몸 전체가 칼집이 되어

잔뜩 웅크린 채 풀벌레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어서어서

내가 죽어야 모두 편안들 하다고

간절히 눈빛으로 말하곤

어디론가 조용히 돌아서 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나는 나직이 엄마라고 불러봅니다







5.jpg

김후란너의 빛이 되고 싶다

 

 

 

빛나는 게 어디 햇살뿐이랴

 

침묵의 얼음 밑에 흐르는 물

저 벗은 나무에도

노래가 꿈틀거리듯

 

보이지 않는 곳 어디에서나

생명은 모두

제 몫의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빛나는 건 어딘가로 번져가는 것

무지개 환상 펼쳐가는 것

 

어둔 마음 열어주려

가슴에 흰 깃 눈부시게 날아든

까치처럼

 

나도 기쁜 소식 전해주는

너의 빛이 되고 싶다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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