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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의 시詩
[칼럼] 혁신학교는 답이 아니다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에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쓴 시라고 한다.
'왜 달리는 줄도 모르는 경주마가 되어 트랙을 질주하게 하는'
거대한 무의미의 체제가 되어버린 교육에 대한 통렬한 비난이다.
그나마 옅게 존재하는 교사 집단의 개혁적 에너지는 혁신학교로 집중된다.
혁신학교는 ‘배움으로부터 도피하는 아이들’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수업 과정과 학교문화의 개선 운동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설정이 매우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학교교육이 강요하는 배움 그 자체가 실제의 사회경제적 삶과,
그리고 한 존재의 내적 성장과 사실상 무관하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혁신학교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중산층의 진입장벽으로 귀결되고,
오늘날 이 거대한 낭비의 종착점이자 모든 교육적 에너지의 블랙홀인
대학입시를 피해 갈 수 없게 된다면 이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인가?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칸막이를 치고 일제고사를 보는 초등학생 아이들 ⓒ 오마이뉴스
"다들 학원 셔틀버스만 오면 사라져 버리잖아요"
'아홉살 인생'의 중심엔 학원이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주일 평균 약 7시간으로 중,고등생보다 더 길었다.
엄마들은 "사춘기엔 공부에 손 놓으니 그전에 진도 쭉쭉 빼야 한다"고 한다.
3학년이 6학년 과정을 배우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수학학원, 논술학원, 학습지, 속독 교육, 첼로 교육 등
저녁까지 학원을 보내도 엄마들은 "너무 적게 보낸다,
내가 애들 인생 망치는 거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먼저 학원에 보내달라고 하기도 한다.
학교나 학원으로 연결되지 않은 동네 친구가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TV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니 진우는
"엄마가 다운받은 EBS 다큐를 1.2배속으로 보여주는 걸로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남학생들은 모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 한번 달리기와 줄넘기를 가르치는 학원, 팀을 짜 축구를 하는 수업을 듣는다.
대안학교 아이들은 여가 시간이 더 주어지지만, 친구가 없는 사정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