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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것은 애달픈 연륜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904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05 10:27:1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현승전환

 

 

 

이제는

밝음의 이쪽보다

나는 어둠의 저쪽에다

귀를 기울인다

 

여기서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어둠의 저쪽에다

내 귀를 모두어 세운다

 

이제는 눈을 감고

어렴풋이나마 들려오는 저 소리에

리듬을 맞춰 시도 쓴다

이제는 떨어지는 꽃잎보다

고요히 묻히는 씨를

내 오랜 손바닥으로 받는다

 

될 수만 있으면

씨 속에 묻힌 까마득한 약속까지도

그리하여 아득한 시간에까지도 이제는

내 웃음을 보낸다

순간들 사이에나 떨어뜨리던 내 웃음을

이제는 어둠의 저 편

보이지 않는 시간에까지

모닥불 연기처럼 살리며 살리며







2.jpg

박목월그것은 연륜이다

 

 

 

어릴 적 하찮한 사랑이나

가슴에 박여서 자랐다

 

질 곱은 나무에는 자줏빛 연륜이

몇 차례나 몇 차례나 감기었다

 

새벽 꿈이나 달 그림자처럼

젊음과 보람이 멀리 간 뒤

나는 자라서 늙었다

 

마치 세월도 사랑도

그것은 애달픈 연륜이다







3.jpg

천상병피리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달은 가지 않고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 불고

벌레소리도 죽은 이 밤

내 마음의 슬픈 가락에 울리어오는

피리느 어느 곳에 있는가

옛날에는

달 보신다고 다락에선 커다란 잔치

피리 부는 악관이 피리를 불면

고운 궁녀들 춤을 추었던

나도 그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볼 수가 없다면은

만져라도 보고 싶은

이 밤

그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4.jpg

윤동주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5.jpg

이정록뒷짐

 

 

 

짐 꾸리던 손이

작은 짐이 되어 등 뒤로 얹혔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임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끗발 조이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안았다

세상을 거머쥐려 나돌던 손가락이

제 등을 넘어 스스로를 껴안았다

젊어서는 시린 게 가슴뿐인 줄 알았지

등 뒤에 두 손을 얹자 기댈 곳 없던 등허리가

아기처럼 다소곳해진다토닥토닥

어깨 위로 억새꽃이 흩날리고 있다

구멍 숭숭 뚫린 뼈마디로도

아기를 잘 업고 다니는 저 뒷짐의

둥근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밀쳐놓은 빈손 위에

무한 천공의 주춧돌이 가볍게 올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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