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라 30년을 서울에서만 살다가,
당신을 따라 오게 된 마산은 참 외롭다. 벌써 6개월이 되어가는구나.
하루에도 몇번씩 우울해지고, 엄마가 보고싶고, 친구들이 보고싶고.
그나마, 일자리를 구하게 되어 집에만 있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랄까.
주간, 야간 번갈아 일하는 당신.
처음 야간일 땐 문에 잠금쇠란 잠금쇠는 다 잠그고, 안방 문까지 잠그고 잤었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야간일 땐 시간이 안맞아 일주일정도 얼굴도 못 보지만. ㅎㅎ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주방일을 하니 시간은 아홉시..
막 끓인 찌개에 밥을 말아서 그릇만 들고 티비 앞에 앉았는데 문득 내가 너무 궁상맞더라..
그래서 상을 펴고, 이것저것 꺼내 소주 한병을 꺼내왔다.
원래도 술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혼자 마시는건 즐기지 않았었는데 이젠 그렇게 된다.
그래도 내가 우울함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건
내가 좀 가라앉아 보이면 콧바람이라도 쐬러 가자며, 저녁엔 외식을 하자며 어떻게든 풀어주려는 당신이 있기 때문이겠지.
홀짝홀짝 소주 한병을 바우고,
일하느라 답이 없는 당신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조만간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좀 나아질까, 내가 좀 부지런하게 왔다갔다 하면 그래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밤이 늘어간다.
그리고 술도 점점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