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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26
게시물ID : lovestory_903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아자씨
추천 : 1
조회수 : 4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8/01 12: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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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아듀, 마드모아젤 사강 26 / 낭만아자씨 



 내가 장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미누나가 미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냥 미인도 아니고 무포에서는 최고의 미인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은 쳐다볼 미인이 한 남자를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었다. 검지 손가락만 까딱거려도 어떤 남자라도 무릎을 꿇릴 수 있을 텐데도. 그러나 사랑에 빠지면 어디 그런가. 미인이 추남에게 더 예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마찬가지로 미남이 추녀에게 더 멋지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그것이 사랑의 위대하고 오묘한 힘이다.

 애초에 편지의 내용은 문제가 아니었다. 편지는 누나의 현 위치를 알리는 역할만 하면 됐다. 두 사람은 그날 무포고 운동장에서 몇 번이나 눈길이 마주쳤고ㅡ승미누나가 그 형만 보고 있었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ㅡ 점심도 멀지 않은 자리에서 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럼 이야기는 다 끝난 것이었다. 

 내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쓴 것처럼 해서 보여준 편지에 승미누나의 반응은 '에게게! 요롷게 짧아?' 였다. 나는 버럭 화를 냈다.

 "누나 참 답땁하네! 머, 문학을 알아야 말을 하지. 미사여구 총동원해가 개발새발 길게 쓴다꼬 좋은 줄 아나? 편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짧으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야 되거등. 그기 잘 쓴 편지고, 그래야 문학이 되는 기라. 한 번만 더 읽어봐라꼬, 어떤공!"

 나는 다른 누나들에게도 편지를 보여 줬다. 누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했다. 

 "성오 말이 맞네! 이런 편지 받는 남자는 황홀하겠다야!"

 "맞다, 맞어! 몇 번 읽어보니까 진짜 잘 썼다야!"

 "맞다! 우리야 오글거리도 당사자는 좋아하겠드아!" 

 "만나자는 말을 안 집어넌 것도 기똥차다! 암만 그래도 여자인 니가 먼저 만나자 카머 안되지!" 

 누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했다.

 편지는 이랬다.

  그날, 내 눈이 그대만 따라다닌 거 알죠?
  이제 어떡하죠, 그대가 내 가슴까지 들어왔는데?

 편지는 그렇게 보내는 것으로 낙착이 됐지만 승미누나의 사진이 문제였다.

 둘이 불꽃 튀는 눈빛으로 수차례 수작을 주고 받았다고는 해도 이렇게 짧은 편지만 달랑 보내면 누군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이 승미누나의 주장이었다. 자기야 재우형에게 물어서 알았지만 그는 자신을 모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승미누나의 또 다른 걱정이었다. 그래서 진짜 예쁘게 나온 사진을 편지에 동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나는 질리고 말았다. 내가 볼 때는 예쁘기만 한데 못생긴 것처럼 나왔다고 짜증을 부리면서 계속 다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누나만큼 예쁘면 사진사가 아닌 소가 사진을 찍더라도 그 남자가 넘어올 것이라는 얘기는 결코 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의 수고를 내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아닌가 말이다. 

 속성으로 인화한 사진을 보며 좋아하던 승미누나가 10분도 안돼서 

 "사진이 와 이따구야!" 

 짜증을 부리면서 다시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보채는 변덕을 보면서 나는 여자 앞에서는 인내도 용기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나는 평생을 '변덕은 여자들의 특권이자 미덕'이라 자기최면을 걸어 놓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을 꼬박 속성 사진을 찍느라 돈과 시간을 물 쓰듯이 쓰던 승미누나가 급기야는 울기 시작했다.

 "암만 사진을 찍으머 머하노, 옷이 꾸지리한데에! 정윤희도 이래 입혀 놓으머 안 예쁠 끼다아! 엉엉!"

 그러면서 친구들을 원망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접근금지령이 내려진 승미누나의 집 안에, 방 안에, 옷장 안에 있는 서울 유명백화점에서도 최고가였다는 그 명품옷들과 같거나 같은 급의 옷을 사고 싶다는 것이었다. 

 "가시나들이 그만 돈도 못 빌려 주나 말이다, 더럽은 가시나들아아! 내가 돈 띠묵으까봐 그라는 거 다 알거덩, 가시나들아! 엉엉!"

 애먼 사람들을 잡아도 유분수지 다들 부잣집 딸들이긴 해도 용돈을 넉넉하게 쓰는 정도지 그렇게 비싼 옷을 사는데 빌려줄 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들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해야 될 만큼 절박하지 않았으므로 통장을 가진 누나도 없었다(승미누나가 여태까지 친구들에게 빌린 돈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음악다방을 생업으로 삼은 유정이누나만 돈을 모으고 있었으나 적금을 깨서 승미누나에게 빌려주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고 했다.

 더구나 밉상인 것은 다른 누나들이 옷을 빌려주겠다는데도 싫다는 것이었다. 남이 입던 거여서 싫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무시하는 수준이었다. 촌스럽다는 것이었다. 그 옷들 중에는 만만찮게 비싼 명품도 있었는데 말이다.

 한 생각이 떠올랐다. 뽕브라더스를 써먹으면 될 것 같았다. 억울한 엉덩이를 희생해가며 뽕브라더스와의 관계를 영 끊지 않은 것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였던 것이다. 승미누나의 말도 안되는 변덕이 짜증스러웠지만 만남을 성사는 시켜줘야 했다.

 ㅡ27편에 계속됩니더.
 그동안 워떤 가심패기 아픈 일이 있어 연재가 지지부진, 지리멸렬하였으나 지금부터는 적어도 1주일에 1편씩은 올리도록 해볼랍니더. 텔레파시루다가 위로와 격려주시기를 앙망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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