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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캔들 판매 후기
게시물ID : fashion_1306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앗
추천 : 16
조회수 : 921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4/10/28 20:51:44
 
 
 
 
안녕하세요. 마이캔들&캔캔들 판매자입니다.
 
사실 오늘 아침에 친구가 좌표보내줘서 그 베오베 글을 봤어요.
그런데 하고싶은 말도 많고, 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이제야 글을 올립니다.
 
 
우선은 감사드립니다.
저희 물품 구매해주신 것도 감사하고, 칭찬의 글과 리플을 남겨주신 것도 전부 감사드립니다.
차근차근 후기(혹은 일기) 적어볼게요.
 
 
너무 사적이고 지루한 이야기다 싶으면
과감하게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1. 참가 동기
 
처음에는 제 사진 엽서만 팔 생각이었어요.
여행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 둘로 어떻게 선순환을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남자친구(죄송...)덕분에 엽서 판매를 기획하게 됐어요.
 
학교에서 팔아본 경험이 있는데, 워낙 소량이었고 주로 지인들이 사간 탓에
이게 내 사진이 괜찮아서 팔린건지, 지인동원을 한건지 구분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오유 벼룩에가면 모르는 사람들만 있을테니까, 정말 내 사진이 먹히는지 보자.
이런 마음이 시발점이었던것 같아요.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해야지!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쩌면 사진만 팔아서는 부스사용비+인쇄비+차비도 못빼는건 물론, 기부도 못 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 하더군요.
 
뭐 다른걸 추가할 게 없나 보다가, 일전에 친구랑 만들었던 소이캔들이 생각났어요.
만드는게 좀 고생스럽긴 했어도 일단 저는 무지무지 잘 쓰고있었기 때문에
판매품목으로 올려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친구를 설득했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2. 캔들의 준비 과정
 
30개정도면 되겠지? 하면서 재료들을 계산하고, 예상 적정판매가와 맞춰봤더니...
 
적자였어요.
어떻게 이런 결과가!? 싶을 정도로요.
 
소매로 구매했기 때문에 단가가 비쌌고, 그에 비해 판매가가 너무 낮았던거죠.
 
그래서 판매개수를 늘리고,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며칠을 고민했어요.
마음같아서는 우드심지 넣고, 상자 바깥에 리본도 매고, 스티커도 붙이고, 컵도 좋은 걸로 쓰고 싶은데...
그러자니 누구도 사지 않을 법한 가격이 되더군요.
그렇다고해서 성에 안차는 물건을 팔기도 싫었고요.
 
여차저차 제 자신과, 단가사이 어디쯤에서 타협을 봤습니다.
 
제작은 저희가 손이 느려서 그런지 총 3일이나 걸렸어요.
그 마저도 만든 다음날은 피곤해서 학교수업에 지장이 있었고...
특히 시험기간에 하려니까 상당히 부담스럽더라구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 다 심적으로 많이 지쳤고,
이게 과연 인기가 있을까, 팔리긴 할까 하는 걱정에 잠식되어가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3. 벼룩에 가면서
 
긴장, 설렘, 걱정
어제 올린 홍보글 별로 반응 없던데...
안 팔리면 평생 쓸 소이캔들이 생기는구나.
 
우리 읽을 책이라도 가져왔어야 했던거 아닐까?
 
 
 
 
 
4. 벼룩에서
 
10:40분쯤 도착했는데, 제 부스를 찾는게 힘들만큼 사람이 많아서 놀랐어요.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물건 꺼내고 진열하는데,
어느분이 오셔서 소이캔들 파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그래서 맞다고 하니깐 향 맡아볼 수 있냐고 하셔서 당연히 된다고 하고 열어드렸고...
 
얼떨결에 첫 판매.
웃기시겠지만, 너무 기쁘고 놀라워서 구매자분을 끌어안을 정도였어요.
 
그 뒤로 1시 무렵까지는 눈코뜰새 없이 물건 설명해드리고, 판매하고 그랬네요.
 
 
사은품으로 드리려고 티라이트를 만들긴 했는데,
'이거 쓸 데 없다고 싫어하시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집에서 모아둔 쇼핑백 바리바리 싸들고 온 보람이 있구나 싶기도 했고요.
 
 
엽서 사진은 제가 찍은건데,
친구는 어느새 본인이 다녀온 것과 같이 자연스레 술술 팔고 있더군요.
 
3시가 지나자 사람들이 급격히 빠지는게 느껴졌어요.
그만큼 양초 판매도 줄어들었고요.
 
마지막에는 큰캔캔들만 남았었는데
가장 가격이 비싼 제품이어서... 이거 얼마냐고 물어보실 때 마다 말씀드리기 민망하더라고요.
 
 
 
 
5. 기부금
 
10%가 의무여서, 그에 맞게 냈습니다.
캔들 하나가 견본품이고 약간 상태가 메롱해서 깎아드리려고 했더니, 그냥 그 만큼 더 기부해달라는 분도 계셨는데요.
 
어제 오늘 생각해보니 제가 욕심부린 것 같아요.
 
사실 구매자 분들은 좋은 취지니까, 약간 비싸거나 혹은 망설여지는 물건이 있어도 구매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잘해서 잘 팔았다고 착각하고 있었어요.
 
후에 조금 더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6. 느낀 점
 
누군가 내가 만든 물건을 좋아해준다는게 이런 기쁨이구나
 
오유가 정말 큰 커뮤니티였구나
 
 
 
 
 
7. 업자 논란
 
 
어디까지가 업자인가? 간이사업자 등록을 한 사람? 아니면 과다한 이익금을 남긴사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우리가 지금 놓치고 있는 업자들이 많다는것이고
어떻게보면 지금 논란인 분들은 애교일 수도 있다는것
 
저는 판매부스를 거의 떠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꼼꼼히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정말 눈에 보이는 업자들이 많았어요.
 
1000-2000원에 떼왔을법한 그런 공산품을 파는 사람들, 그리고 어디선가 계속 조달되는 물건들.
 
오유에 미리 홍보글을 올리지 않아서
사람들이 아이디를 모르고,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아서 논란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8. 소이캔들의 가격에 대해서
 
 
어느분이 원재료 값을 대충 계산해서 올려주셨는데요.
얼추 비슷합니다만 저는 조금 더 들었어요.
 
일단 등록된 사업자가 아니면 도매사이트를 사용할 수 없고,
저희 둘이서 당일에 들고 갈 수 있을법한 물건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판매가 끝난 이후에
다음 번에 한 번 더 간다면 이러이러하게 단가를 낮추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마이캔들과 달리,
캔캔들 구매자분들은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죄송합니다. 캔은 특히나 소량이라 어쩔 수 없었네요...
 
 
 
9. 자리에 관해
 
저희도 나무에 약간 가리는 위치여서, 손님들을 애타게 부르지 않으면 쓱쓱 지나치시는 분들이 대다수였어요.
약간 아쉽지만 정말 초대박 인기판매자님 옆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겠죠....
 
아 그리고
장소가 협소하다는 지적은 몇 차례 있어왔는데
계속해서 구로공원인걸 보면, 운영진 분들께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시는것 같아요.
우리도 방법을 같이 모색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같이 만드는 벼룩시장이니까요.
 
 
 
 
10. 다음번
 
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흑흑
 
이번 일로 인해서, 수제품 생산자들 전체가 상당히 울적해하는것 같고...
저 역시도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지적을 당할까봐 무서웠고 지금도 무섭습니다.
 
또한 저는 벼룩시장의 의미를 축제에 가깝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재능기부도 하고, 공연도 하고, 수제품도 만들고, 중고물품도 팔고... 이것저것 다 하는 그런곳이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수제품 생산은 취지에 안맞는다는 의견을 많이 보았고,
모두가 만들고자하는 방향이 그쪽이라면 더 이상은 참가는 어렵겠지요.
 
 
 
 
11. 지난번
 
3회때 제 캔들을 사셨다는 분이 계셔서요.
 
저는 이 번이 처음이고, 그 이전에는 어느 플리마켓에도 참여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학교 축제를 빼고서요.)
 
 
 
 
12. 운영진 분들께
 
덕분에 좋은 경험할 수 있었고, 많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13. 혹시 몰라서
 
캔들 태우실 떄 가장자리까지 다 녹이신 후에 끄셔야 아래로 아래로 파이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14. 사진
 
좋아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사진전 하라고 말씀해주신 분, 덕분에 많은 용기 얻었습니다.
 
 
 
 
모두 좋은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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