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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람냄새가 그리웠다
게시물ID : lovestory_90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25 10:13:0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형기랑겔한스 섬의 가문 날의 꿈

 

 

 

나 어느새 예까지 왔노라

가뭄이 든 랑겔한스 섬

거북 한 마리 엉금엉금 기는

갈라진 등판의 소금꽃

 

속을 리 없도다

실은 만리장성으로 끌려가는

어느 짐꾼의 아깨에 허옇게

허옇게 번진 마른 버짐이니라

 

오 박토여

반쯤 피다 말고 시들어 버린 메밀 농사와

쭉쭉 골이 패인

내 손톱 밑의 반달의 고사(枯死)

 

가면 가는 그만큼

길은 뒤에서 허물어지나니

한 걸음 뗄 때마다 낭떠러지 하나씩 거느리고

예까지 온 길 랑겔한스 섬

 

꿈꾸는도다 까맣게 탄 하늘

물도 불도 그 아래선

한 줌 먼지 되어 풀썩거리는 승천의 꿈

랑겔한스 섬의 가문 날의 꿈이니라







2.jpg

노향림

 

 

 

바다가 앞에 와 있었다

뻘밭 사이에 처박고 있는

그의 얼굴이 늘 보고 싶었다

신음소리가 귀신이 되어 나오던

집 한 채

철사토막 같은 손으로

바다소나무들은

양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사람냄새가 그리웠다

긴 복도 끝

육조 다다미방에 복막염으로

나는 누워 있었다

사금파리야생초생고무 냄새

바람 사이의 흐릿한 호얏불

오래 문 닫힌 대장간에 쌓여 있는

정적(靜寂)들이 보고 싶었다

손과 발을 달고 날아다니는

아이들 소리들이 보고 싶었다

 

나는

심심풀이로 바다의 몸을

만지작거리곤 했다

꿈에서 깨어나면 미끈거리는

소금기만이 마음에 가득히

묻어났다

바다는 늘 앞에 와 있었다







3.jpg

문정희새떼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피도 흘러서 하늘로 가고

가랑잎도 흘러서 하늘로 간다

어디서부터 흐르는지도 모르게

번쩍이는 길이 되어

떠나감 되어

 

끝까지 잠 안든 시간을

조금씩 얼굴에 묻혀가지고

빛으로 포효(咆哮)하며

오르는 사랑아

그걸 따라 우리도 모두 흘러서

울 이유도 없이

하늘로 하늘로 가고 있나니







4.jpg

이수익토르소

 

 

 

모가지도 버려야 한다

두 팔도 잘라야 한다

남아 있는 흉상으로 더욱 절실한

언어를 만들기 위하여

무서운 단죄를 내려야 한다

파괴의 구도로 이루어질 뿐인

토르소

차라리 상실이 아름다운







5.jpg

조태일

 

 

 

멍청하게 와버린 봄빛 위에서

머리 푼 저 북풍은 살아 있다

흰 이빨은 펄펄 살아 있다

 

만인에게 후려치는 내 눈물보다도

더 예쁘고 날쌘 남도평야는 살아 있다

누런 땅빛은 영원히 살아 있다

 

남루한 삼베 치마저고리를 걸친

저 누님 같은 아낙네의 살빛은 살아 있다

그의 전신경은 펄펄 살아 있다

 

눈을 감으면 어지럽게 쏟아지는

쌀은 펄펄 살아 있다

쌀 속의 모든 사연은 살아 있다

 

북풍이 봄빛을 깔아뭉개는 소리

내 눈물이 만인을 내리치는 소리

쌀이 쌀을 살해하는 소리

모든 소리들은 다 살아 있다

 

펄펄 살아서 쌀은

내가 밤마다 훔치는 한국어를 노래한다

뱀의 혀보다도 더 빨리 노래하며

내 온몸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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