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ruma - Moonlight
BGM 출처 - Youtube
- 정신 차려요. 금방 종 쳐요.
- 예? 이거 저 주시는 거에요?
- 잠 좀 깨시라구요.
- 어? 근데 이거 밖에서 사오신 거 아니에요?
- 여자들은 커피도 꼭 이런 거 마시던데..
카라멜 마끼아또? 맞나?
- 네에~ 저 카라멜 마끼아또 엄~청 좋아하는데!
- 하.. 왠일이야.. 정말..
- 이선생니임~
- 아!
- 어! 영어가 체육 바지 벗겼다!
- 뭘 봐 이 자식들아! 안 들어가! 이 자식들이!
- 죄송해요.. 너무 너무 죄송해요..
- 거 죄송 좀 하셔야 되겠네요!
아니 왜 가만히 있는 사람 바지는 벗기고 난리입니까!
- 아니.. 저.. 커피 고맙다는 말 하려고..
- 고마움의 표시가 상당히 격렬하네요.
- 죄송해요.. 근데 커피 정말 잘 마실게요..
- 뭐.. 커피 하나 갖고 그래요..
- 이선생님이 저 뭐 사주시는 거 처음이라서..
- 예? 그런가요?
- 네에~ 처음이에요! 히히..
- 야 서민정!
- 어? 왜..왜..왜?
- 왜 이렇게 놀라? 놀라는 거 보니 청소 안 했구만 이거!
- 해..했는데..
- 하긴 뭘 해.. 이 먼지 봐.. 내일까지 꼭 해! 내가 확인한다!
- 이거 버릴꺼야?
- 어우! 아..아니야..
- 다 먹은 거 아니야?
- 아..아니.. 이거 도로 갖다주면 100원 돌려 줘.
- 얼씨구.. 알뜰하셔라.. 재벌 되겠다?
- 오늘은 이선생님이 졸리신가봐요? 제가 커피 좀 사드릴까요?
- 됐습니다..
- 어? 어디 아프세요?
- 예.. 아픕니다..
- 왜요? 어디가요?
- 몸살 기운이 있어서 약을 좀 먹었더니 늘어지네요..
- 어.. 어떡해요.. 많이 아프시면 양호실 가서 누워 계세요..
- 곧 퇴근할텐데요 뭐..
- 이야.. 이선생 근무 자세 하나는 참 좋아!
책상에 착 엎어져서 그러고 있고 말이야.
사람이 어쩜 그렇게 갈수록 성실해.
성실상이라도 하나 줘야겠어!
- 이선생님 아프셔서 그래요!
교감선생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러세요!
- 죄..죄..죄송합니다..
- 여보세요? 오빠? 목소리가 왜 그래?
- 어이구 왠일이셔? 감기에 다 걸리시고..
그럼 오늘 준이 데리고 못 오겠네?
아.. 어머니가 준이 데리고 가신대? 그럼 밥은 어떡해?
- 얼씨구.. 왜 나한테 죽을 끓여 달라 그래?
집에 아무도 없으면 뭐? 굶던가!
에에~ 엄살 떨지마! 끊는다!
- 이선생님?
- 웃기셔! 식구들 놀러가서 집에 아무도 없다고 나보고 죽 끓여 달란다.
- 학교에서 보니까 이선생님 많이 아파보이던데..
- 많이 아프면 뭐? 많이 아프면 내가 그 집가서 죽 끓여주는게 말이 돼?
- 음.. 좀 이상하긴 하지만..
- 엄~청 이상하지!
- 진짜 아파보이던데..
- 야 어디 가?
- 어? 어.. 약..약속 있어서..
- 약속? 오늘 집에 있는다고 그랬잖아?
- 어? 어.. 갑자기 약속이 생겼어..
- 그럼 갔다 올게!
- 어우.. 괜히 깨우는 거 아니야..?
- 어? 열려있네.. 히..
- 저기.. 이선생님~
- 이선생님?
- 아.. 열이 많네.. 어떡해..
- 하.. 정말 브래드피트랑 똑같다. 히..
- 어? 여기 왠 봉이야?
똑똑똑
- 오빠! 오빠 나야!
- 병원에 갔나?
- 기지배.. 안 온다 그러더니..
- 이리로 나가면 되나?
- 헉.. 내 가방..
- 힝.. 어떡해..
- 아야!
똑똑똑
- 오빠! 오빠 문 좀 열어 봐!
- 누구세요?
- 뭐야? 열려 있었네? 진작에 열어볼걸..
- 어? 너 왠일이야..
- 기척이 없길래 그냥 가려다가 갑자기 걱정되서 다시 왔어.
난 또 쓰러졌나 했네..
- 어.. 잠들어서 못 들었나본데..
- 많이 아프냐? 열 많이 나네..
- 뭐야.. 간 줄 알았더니..
- 약은 먹었어? 온 김에 죽 좀 끓여 놓을게.
- 그래라..
- 아이구! 절대 사양은 안 하시죠? 아래 층에 아무도 없지?
- 이게 뭐야? 이게 왠 봉이야?
- 저거 타면 빨라..
- 이야~ 집에 언제 이런 게 생겼어?
이거 되게 재밌다 오빠!
- 어? 오렌지 주스가 없네? 주스 마시면 좋은데..
- 나갔나..?
- 으.. 추워..
- 신지야! 신지야 너 밑에 있니?
- 어! 오빠! 왜?
- 헉!
- 어? 뭐야? 왜 안 열리지?
-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 어? 열리네.. 오빠! 몸 괜찮으면 내려와서 먹어. 여기가 더 따뜻해.
- 안 그래도 내려가려고! 여기 너무 춥다..
- 혼자 내려올 수 있겠어? 받쳐줄까?
- 됐어..
- 어우.. 여기 왜 물이 들어있어.. 으.. 춥다..
- 그렇게 추워? 보일러 더 올렸는데..
- 괜찮아.. 야 이제 가봐..
- 혼자 괜찮겠어?
- 괜찮아.. 참 가방 가지고 가라.. 위에 있더라..
- 가방? 나 가방 안 갖고 왔는데?
- 어? 그럼 위에 있는 여자 가방은 뭐야?
- 갈게. 나오지 마.
- 어이 전처!
- 죽 맛있더라.. 고마워..
- 치.. 갈게!
쿵
- 엄마야!
- 뭐야.. 아닌가..?
- 아.. 어떡해.. 미치겠네 정말..
- 어!
- 헉!
- 서..서선생? 서선생! 언제 왔어요?
- 어? 잠깐 잠깐 잠깐. 어딜 가요? 왠일이에요?
- 아니.. 저.. 죄송해요.. 되게 아프신 거 같아서.. 문병 왔다가..
- 근데 왜 숨어서?
- 아.. 정말 죄송해요.. 사실.. 뭐 좀 찾으려고..
- 혹시 수첩이요?
- 안 돼요! 그거 보지 마세요!
그거 보지 마시고 저 주세요! 보면 안 돼요! 보지 마세요!
- 보지 마시라니까요! 얼른 주세요! 제발!
- 미안한데.. 벌써 다 봤습니다..
- 네? 아.. 벌써 다 보셨구나..
- 이거 설마.. 진심은 아니죠?
- 진심인데..
- 아니.. 서선생같은 사람이 왜 날?
난 이혼남에다 애아빠입니다.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서선생이 누구보다 잘 알텐데.. 난 아직 애엄마를..
- 말 안하셔도 돼요.. 뭘 기대한 건 아니에요.. 그냥 신경쓰지 마세요..
- 괜찮아요?
- 네.. 저 이제 가봐야겠어요..
- 올라 가실래요? 내려 가실래요?
- 올라갈게요..
- 그럼 올라가세요.
- 저.. 수첩 좀 던져주세요..
- 예..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서선생! 서선생 울어요?
- 아니요..
- 바보같이 왜 울어요.. 고작 나같은 놈 때문에..
- 그게 아니라.. 너무 창피해서요..
- 예?
- 너무 창피해서요.. 몸빼 바지에.. 무등 타고.. 흑..
세상에 이렇게 이상하게 고백하는 여자가 어딨겠어요..
- 드물긴 할거에요..
- 오늘 일은 제발 잊어주세요.. 네?
- 예.. 잊을게요..
- 거짓말.. 이걸 어떻게 잊어버려요.. 흑..
- 노력은 해볼게요..
- 흑.. 고맙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