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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903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18 09:33:2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최승호새장 같은 얼굴을 향하여

 

 

 

어느 날의 하루는 별 기쁨도 보람도 없이

다만 밥 먹기 위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저녁엔

여물통에 머리를 떨군 소가 보이고

달이 떠도 시큰둥한 달이 뜬다

 

지난 한 해는 바쁘기만 했지

얼마나 가난하게 지나갔던가

정말 볼품없는 돼지해였다

시시한 하루에

똑같은 하루가 덧보태져

초라한 달이 되고

어두운 해가 되고

참 시큰둥하고 따분하게 살았다

 

놀라울 것 없는 이 평범한 삶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빈 새장 같은 죽음의 얼굴은

이빨에 앵무새 깃털을 문 채

웃고 있는데







2.jpg

문덕수()에 관하여

 

 

 

네 품안에 한 알의 씨로 묻혀

너를 닮은 과일로 익고 싶다.

내 물살의 칼날은 꽃잎이 되고

뾰죽한 내 돌부리는 만월(滿月)처럼 깎이어

너를 닮아 차라리 타버리고 싶다

외길로만 뻗는 이 직선을 휘어 잡아다오

부러져 모가 서는 이 삼각(三角)을 풀어다오

꺾이어 모가 서는 이 사각(四角)에서 놓아다오

윤곽이 아니라 그대로 가득 찬 충실이기에

실은 우주도 너를 닮은 충실이기에

네 품안에 떨어질 하나의 물방울로

바다처럼 넘치며 출렁이고 싶다







3.jpg

천양희외길

 

 

 

가마우지새는 벼랑에서만 살고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삽니다

유리새는 고여 있는 물은 먹지 않고

무소새는 둥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들은 날아오릅니다

새들은 고소 공포증도 폐쇄 공포증도 없습니다

공중이 저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놓아 두시지요

외길이 나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내버려 두시지요







4.jpg

박태문봄이 오면

 

 

 

바람 불고 어둠이고 겨울이다

바람 그치고 어둠 걷히면

봄이 오리라

봄이 오면 임이여

그대 눈물 글썽이리라

그대 글썽이는

눈물 그대로 세상을 보면

그대 눈물 그만큼 세상은 밝아오고

임이여그대 눈물 그만큼

그 빛깔만큼

세상은 또 그만치 살고 싶어지리라

한결 더 살고 싶어지리라







5.jpg

천상병갈매기

 

 

 

그대로의 그리움이

갈매기로 하여금

구름이 되게 하였다

 

기꺼운 듯

푸른 바다의 이름으로

흰 날개를 하늘에 묻어 보내어

 

이제 파도도

빛나는 가슴도

구름을 따라 먼 나라로 흘렀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아오르는 자랑이었다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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