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 중학생 때쯤 으로 기억한다. 중학생때부터 락음악에 빠져서 허우적 거렸는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그의 음악이 그렇게 와닿지가 않았다. 뭐 주위깊게 듣지 않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땐 친구들과 독서실을 다녔는데(놀러) 친구들이 새벽만 되면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들었다. 뭔가 싶어서 나도 한 번 들어봤는데, 그 중후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와 깊음, 이외의 깨방정(?) 에 푸욱 빠져버렸다. 위아~~더 칠드런 오브 다~~크니스~~ 시그날 음악을 들을 때에 그 설렘, 세상경험 부족한 나에게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당시 나는 음악의 꿈이 한창 자라날 때였는데 그 라디오 덕에 한국의 여러 인디밴드, 그 밖에 여러 멋진음악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의 음악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니 이게 웬걸, 너무 멋지지 않은가!
후에는 재즈앨범 까지 내면서 특정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음악에 대한 열린마음, 열정이 나에게 좋은 귀감이 됬다. 최근에 자신의 목소리로만 녹음된 트랙 a.d.d.a 까지.
그의 목표는 모든 장르를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발표된 앨범으로만 판단하면 '대략' 그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되지만, 그는 어떻게 생각 했을까.
이렇게 그의 '음악' 만을 이야기해도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음악인으로 뿐만아니라 그의 언행, 철학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척' 이 없었다. 생각은 뚜렷하지만 관철은 없었다. 언제나 당당했다. 진중함과 유머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그의 모든 것에서 그가 뚝뚝 묻어나왔다. 그것이 정말 좋았다. 그가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물론 음악이 가장 좋았지만, 그가하는것이 음악이 아니여도 상관없었다.
이렇게 나한테 '신해철' 이라는 이름은 '음악인' '철학가' 등으로 국한 된 것이 아닌, 인간 '신해철'로 다가온다. 그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의 사상, 인생을 동경 했었다.
20대 초반 방구석에서 열심히 기타를 칠땐 이런 생각도 했었다.
'열심히 하면 언젠가 그와 얼굴을 맞대고 음악, 인생에 대해서 얘기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비보를 듣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를 추억해 보았다.
이정도일지는 몰랐다. 난 그에게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은 영향을 받았었구나.
앞으로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불과 몇주전 모노크롬 앨범에 머신메시아를 들으면서 언제들어도 명곡이구나란 생각을
곱씹었는데..
한국대중음악, 인디씬, 사회, 그리고 나를 비롯한 숱한 젊음 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신해철님을 추모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