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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드디어 말하고 말았구나
게시물ID : lovestory_90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17 10:10:4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종길저녁해

 

 

 

어느 해 늦가을 어느 날 오후

나는 경부선 급행열차를 타고 있었다

 

열차가 수원(水原)을 지날 무렵

서호(西湖)에 반사된 현란한 저녁해가

차창 가득히 어떻게나 눈부시던지

 

나는 골든 델리셔스라는

사과덩이 속을 파고드는

한 마리 눈 먼 벌레가 되었다

 

추수가 끝난 들녘도

잎이 진 잡목 숲도인가(人家)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과육(果肉속이었다







2.jpg

이우걸모란

 

 

 

피면 지리라

지면 잊으리라

눈 감고 길어 올리는 그대 만장 그리움의 강

져서도 잊혀지지 않는

내 영혼의

자줏빛 상처







3.jpg

김선우감자 먹는 사람들

 

 

 

어느 집 담장을 넘어 달겨드는

이것은

치명적인 냄새

 

식은 감자알 갉작거리며 평상에 엎드려 산수 숙제를 하던

엄마 내 친구들은 내가 감자가 좋아서

감자밥 도시락만 먹는 줄 알아

열한 식구 대꺼리를 감자 없이 무슨 수로 밥을 해대냐고

귀 밝은 할아버지는

땅 밑에서 감자알 크는 소리 들린다고 흐뭇해 하셨지만

엄마 난 땅속에서 자라는 것들이 무서운데

뿌리 끝에 댕글댕글한 어지럼증을 매달고

식구들이 밥상머리를 지킨다 하나둘 숟가락 내려놓을 때까지

엄마 밥주발엔 숟가락 꽂히지 않는다

 

어릴 적 질리도록 먹은 건 싫어하게 된다더니

감자 삶은 냄새

이것은

치명적인 그리움

 

꽃은 꽃대로 놓아두고 저는 땅 밑으로만 궁그는

꽃 진 자리엔 얼씬도 하지 않는

열한 개의 구덩이를 가진 늙은 애기집







4.jpg

신달자노을

 

 

 

드디어 말하고 말았구나

지그시 혀 물어

피를 삼키듯

먼 산 바라보며 휘파람만 불던

우리

 

날저무는 녹음천지 아래서

와르르 무너지며

가슴이 터졌구나

 

두 영혼이 겨냥한

불화살을 맞은 하늘

 

하늘도 후련하여라

찬란한 황금등을

그제서야 켜는구나







5.jpg

송수권세한도(歲寒圖)

 

 

 

먹붓을 들어 빈 공간에 선을 낸다

가지 끝 위로 치솟으며 몸놀림 하는 까치 한 쌍

이 여백에서 폭발하는 울음

 

먹붓을 들어 빈 공간에 선을 낸다

고목나무 가지 끝 위에 까치집 하나

더 먼 저승의 하늘에서 폭발하는 울음

 

한 폭의 그림이

질화로같이 따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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