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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를 어른으로 만든 건 시간이 아니라 망각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90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7/15 08:43:5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목월봄비

 

 

 

조용히 젖어드는

초가(草家지붕 아래서

왼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月谷嶺삼십 리(三十里)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마을이라

봄비는 나려

 

젖은 담 모퉁이

곱게 돌아서

모란 움 솟는가

슬픈 꿈처럼







2.jpg

김기택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

 

 

 

창문이 모두 아파트로 되어 있는 전철을 타고

오늘도 상계동을 지나간다

이것은 32저것은 24저것은 48

일하지 않는 시간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나는 또 창문에 있는 아파트 크기나 재본다

 

전철을 타고 가는 사이

내 어릴 적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어떤 모습이었을까무엇을 하며 놀았을까?

나를 어른으로 만든 건 시간이 아니라 망각이다

아직 이 세상에 한 번도 오지 않은 미래처럼

나는 내 어린 시절을 상상해야 한다

지금의 내 얼굴과 행동과 습관을 보고

내 어린 모습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노인들의

어릴 적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듯이

기억은 끝내 내 어린 시절을 보여주지 못한다

지독한 망각은 내게 이렇게 귀띔해 준다

너는 태어났을 때부터 이 얼굴이었을 거라고

 

전철이 지하로 들어가자

아파트로 된 창문들이 일제히 깜깜해지더니

또 다른 아파트 창문 같은 얼굴들이 대신 나타난다

내 얼굴도 어김없이 그 사이에 끼여 있다

어릴 적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3.jpg

오일도저녁놀

 

 

 

작은 방안에

장미를 피우려다 장미는 못 피우고

저녁놀 타고 나는 간다

 

모가지 앞은 잊어버려라

하늘 저 편으로

둥둥 떠가는

저녁 놀

 

이 우주에

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또 무엇이랴

저녁놀 타고 나는 간다

붉은 꽃밭 속으로

붉은 꿈나라로







4.jpg

김용호, 5월이 오면

 

 

 

무언가 속을 흐르는 게 있다

가느다란 여울이 되어

흐르는 것

 

이윽고 그것은 흐름을 멈추고 모인다

이내 호수가 된다

아담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호수가 된다

푸르름의 그늘이 진다

잔 무늬가 물살에 아롱거린다

 

드디어 너아리따운

모습이 그 속에 비친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 속에 언제나 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방긋 피어난다







5.jpg

오세영강물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 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 격류도

()에선 쉴 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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