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엔 얼떨떨해서 '그냥 그런갑다....' 했는데
막상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소름이 돋더라구요.
그렇게 저만의 이야기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요즘 공게에
자신이 겪은 일들이 많이 올라오기에
저도 한번 끄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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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할아버지를 잘 따랐어요.
할아버지도 저를 제일 아껴주셨구요.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지금은 고3;;) 할아버지가 위독해지셨다고 하더라구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죽는다'라는 개념이 무서워 몰래 울었어요.
그래서 가족이랑 같이 낙산사, 통도사 등 절을 갔을 때마다
이 소원을 빌었어요.
' 제 수명의 3년을 가져가셔도 되닌까 할아버지를 3년 더 살게 해주세요.'
라구요.
(저희집은 불교를 믿고, 그 당시 이상하게 절을 많이 갔어요. 할아버지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였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이 소원을 빈건 비밀로 했어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머니 같은 경우에는 제가 그 소원을 빈 것에 대해 정말 슬퍼하실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1달간 입원해 계시다가
마침내 퇴원하시게 되었어요. 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다시 전 제 생활에 신경을 썼고 아프셨다는 사실을 잊어먹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가 중2가 되었어요. 겨우 2년이 흘렀지만, 죽음 이란 것에 공포심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어요.
그래서였는지, 할아버지가 다시 위독해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덤덤했어요.
그냥 짠- 한 기분만 들고...
그러다가 결국 ... 할아버지는 세상과 작별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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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지나지 않고 2학기 쯤이었나
하교길에 갑자기, 정말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나는거에요.
'할아버지 잘 계실까. 한번 더 뵈러 갔어야했는데...'
온통 할아버지 생각만 하다가 갑자기 걸어가던 발이 멈췄어요.
이걸 뭐라 얘기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잘 걸어가다가 우뚝 섰다고 해야할까요. 멍- 때리다가 갑자기 확 깨서 섰다고 할까
여튼 그런 식으로 뜬금없이 걸어가던 행위를 멈췄어요.
그리고 '???' 하고 생각하던 찰나
제 코앞. 정말 코앞. 스칠정도로 코앞에서
버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어요.
알고보니
저는 횡단보도에서 두걸음 정도 걸어나갔고, 딱 거기서 멈춘 덕에 버스에 치이지 않았어요.
저는 너무 얼떨떨 해서 .... ' 버스에 치일뻔했다 ㄷㄷ'
하고 집으로 갔어요.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절 아껴주셔서 한번 도움을 준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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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게분들의 실화보다 임팩트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가끔 생각나면 소름이 살짝씩 돋아요...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어디다가 풀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겨서 뭔가 후련하네요..
이야기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 몰라 황급히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