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똥 얘기는 끝이 없습니다.
소재가 고갈이라 생각하면 어느 새 과거 저 편에서 아련했던 똥 추억을 건져서 돌아옵니다.
여러분께 생생하고, 리얼한 똥 얘기를 들려드리기 위해 어찌 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오늘도 창 밖의 검은 하늘을 들여다 보며 실낱 같은 똥 내음을 쫓아 제 머리 속을 헤엄칩니다.
소재가 정말 바닥을 친다면, 그 땐 사건을 만드는 방법 밖에..
각설하고, 오늘은 똥 징크스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징크스를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요. 어떤 상황에서도 징크스는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똥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제가 초딩이었던 시절.
동네에 LG마트가 생겼었습니다. 가전 제품 파는 곳이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같은 마트 였는데, 곧 망했지만 엄마와 함께 그 마트에 자주 갔습니다. 문제는 그 마트에만 가면 이상하게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야하는 것 이었습니다.
마트의 화장실은 마트 실내에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마트 밖에 간이로 설치된 화장실 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공용이었어요. 칸도 두 칸.
화장실 내에 휴지가 비치 되어 있던 때도 있었고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사건은 없을 때 일어났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엄마와 마트에 입성하자 마자 배에 신호가 왔습니다. 엄마는 이제는 너무 익숙하다는 듯이, 싸고 오라며 마트에 들어가 버렸고. 저는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걸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무슨 색일까 하고요. 이 마트에서 싸면 무조건 설사였는데 그 색이 참 다채롭고 오묘했습니다.
묽은 갈색에서 연초록, 샛노랑, 황토색 같이 자연친화적인 색깔의 똥을 만들어 냈습니다.
화장실에 앉아 마자 설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똥 쌀 때 휴지를 깔면 똥물이 튀어 오르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엉덩이에 똥물 미스트를 뿌려 댔습니다.
고개를 약간 숙여 다리 사이 좁은 시야각으로 보이는 설사반죽을 눈으로 확인 합니다.
오늘은 약간 회색 빛인 것 같기도 합니다.
배는 또 배대로 아팠습니다. 아랫배를 양 손으로 움켜쥐고 몸을 앞으로 숙여 가슴과 무릎이 닿이게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이 자세가 덜 아프다 할까요. 그런 판단은 본능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있으면 똥꼬 근처에 있던 덜 떨어진 똥물들이 서서히 골을 타고 내려옵니다.
심할 때는 알 사이 주름을 타고 허벅지까지 똥물이 내려올 때도 있었습니다.
알입니다. 알s
복수형입니다.
배의 진통이 가시면서 서서히 정신을 차립니다.
똥꼬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의 설사가 변기에 떨어지며 변기의 똥물에 물결을 일으킵니다.
이것을 마지막 신호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위해 휴지걸이로 자연스레 손을 뻗었습니다.
제 손 끝에 느껴지는 감촉은 3겹의 엠보싱 휴지가 아닌, 제 똥 같은 색을 하고 있는 보잘 것 없는 휴지심이었습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혹시나 누군가 남겨 놓고 갔을 수 도 있는 휴지를 찾아보지만 아무 것도 존재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초딩이라면 그냥 바지 올리고 갔을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똥독의 위험을 알고 있습니다.
그 따끔거림.
저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건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옆 눈질로 변기 수조 뚜껑 위를 슬쩍 봅니다.
변기 수조 뚜껑의 하얗고 매끄러운 세라믹 면을 눈으로 훓을 때, 제 눈에는 이질적인 하얀색이 포착됩니다.
그 이질감은 변기 수조 뚜껑의 세라믹 면과 대비되는 부드럼움이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손에 착 감길 듯한 입체감.
명량 해전, 이순신 장군님께는 단 열두 척의 배가 있으셨지만,
저에겐 두 칸의 화장지가 있었습니다.
고민했습니다. 두 칸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효율적으로 닦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두 칸을 겹쳐 닦는 것. 그 것은 사치란 판단 하에,
우선 떼어 내었습니다.
한 칸을 변기 수조 뚜껑 위에 다시 올려 둔 뒤,
한 칸을 중지 위에 살포시 얹이고 검지로 고정 시켰습니다.
여기서 문제,
제가 간과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이건 설사였습니다.
여러분 물이 묻어있는 휴지에 손가락을 쑤셔보신 적 있으십니까.
휴지는 곧 제 기능을 상실하고, 쓰레기로 전락합니다.
일이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손 끝에는 물기가 가시 질 않습니다.
손톱 사이에도 끼인 듯한 이 느낌.
저는 어떻게든 처리를 하기 위해서 수조 뚜껑 위의 마지막 한 칸을 집기 위해서 팔을 뻗었습니다.
신이시여..왜 제게 이런 시련을....
휴지는 제 손 안에 안착하지 못하고 나풀나풀 거리며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바닥은 축축한 물기가 남아있었습니다.
휴지는 이내 재떨이에 담아주는 물에 젖은 휴지처럼 되버립니다.
지금 필요한건 물휴지가 아닌 그냥 휴지..
고민에 빠집니다.
대책은 없는 것인가.
그 순간 머리 위 전구 다마가 빤짝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입니다.
저는 휴지심을 빼어 냅니다.
원통형의 휴지심을 찢어 펴니 얼추 휴지 한 칸 반 정도의 크기가 됩니다.
대의를 위해 작은 것이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걸 똥꾸멍에 묻은 똥들에게 말했습니다.
우선은 큰 놈부터 덜어내고 차차 모두 덜어주겠다며 타협을 합니다.
휴지심을 손바닥 위에 올려봅니다.
두껍습니다.
단칼에 해결하리란 마음으로 있는 힘껏 똥꾸멍을 파고 듭니다.
휴지와는 또 다른 그 두꺼운 맛.
어느 정도 묻어 나와줄 지 가늠할 수 도 없는...
휴지심을 확인합니다.
휴지심의 흡수력은 0에 수렴했던 것입니다.
묻은 설사가 흡수 되지 못하고 유리 위에 물방울이 맺히듯, 똥이 맺혀 있으면서 꼴에 영롱히 빛까지 냈습니다.
핵심은 건들지도 못한 채 겉에 묻은 물기를 그대로 묻혀 나오기만 한거 였습니다.
이미 일회용으로 그 쓰임을 다 한 휴지심을 구겨 휴지통으로 집어 던졌습니다.
머리를 쥐어 싸맸습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 앞에 놓인 기분 이었습니다.
후라이드냐 양념이냐...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똥물에 절인 닭똥집보단 낫지 않을까요.
무심히 저는 제가 휴지심을 던져 넣은 휴지통 안을 바라봤습니다.
여러분, 쓰레기장 곳에서도 쓸만한 것이 있다는 걸 아십니까.
닦을 때 보통 휴지를 몇 칸 정도 쓰시는지요.
저는 처음은 4~5칸에서 시작해서 양에 비례해서 줄여서 마지막은 한 칸으로 확인 사살 후 끝을 내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휴지통 안에는 거의 새 휴지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한번 닦는데 무분별한 양의 휴지가 쓰이고 있었습니다. 나무야 미안해.
깊은 빡침과 함께 이것이 내 동아줄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엄지와 검지를 이용.
휴지통 안의 휴지들을 집어 들어 올려봤습니다.
저 찍어 누른 부분을 제외하면 깨끗했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저는 조심스레 흰 부분만을 발췌하여 제 똥꾸녕에 갖다발랐습니다.
똥구녕의 물기가 서서히 가셨습니다.
길고 긴 어둠이 깔린 새벽에 나뭇 잎 사이 사이 맺힌 이슬이
동이 터 오르며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 빛에 증발해버리듯.
제 똥꾸녕 언덕엔 밤이 지고 그렇게 뽀송한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새들이 지져귀고, 나비가 나풀거리며 날아 가고, 꽃들이 만개한 지상 낙원.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에서 튄 물방울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만드는 무지개.
변기 물이 빨려 들어가는 걸 보며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는.
시원찝찝한 마음으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옵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비누로 깨끗히 씻습니다.
그리고 옆에 비치되 있는 휴지를 두 장 뽑아 손을 닦습니다.
?!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