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014년 이후로 페미니즘에 호의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페미니즘은 태생적으로 과도기적인 사상일수밖에 없고, 대한민국 수준으로 근대화되고 어느정도 성평등이 실현화된 국가에서는 결국 양측 성별을 대변하는 새로운 성평등 사상이 등장해야만 합니다. 페미니즘은 이 흐름을 거부하려고 구태적인 페미니즘으로 회귀하려 하고 있고, 이런 시도들이 낳는건 혜택과 맞바꾼 실질적인 여권의 후퇴와 성대립의 심화밖에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진보권에서도 스탠스를 바꿔주기를 바래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원이 될수는 없다고 말한 버니 샌더스처럼요.
그러나 지금 당장 대선에 나선 대통령 후보에게 페미니즘을 외면하고 전쟁을 선포하라는건 스스로 철없는 요구라 생각합니다.
정치인의 스탠스는 언제나 국민들의 의식과 보조를 맞춰나가야 합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에 회의를 느끼기는 커녕, 인터넷 자주하는 사람이 아니면 메갈리아라는 이름도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젊은층에서도 페미니즘 자체에는 여전히 흐릿한 인식만 갖고서 애매한 호의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고요.
증거라기엔 뭐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는 물론이고 정치인중에 대놓고 반페미즘을 표방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죠. 심지어 보수에서도요. 미국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으로 트럼프를 뽑은게 섵부른 선택이었다는 말을 듣는데,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걸 논해볼 단계조차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가 페미니즘에 척을 지지 않는다고 차별적이라고 취급하는건, 북한한테 주적 선언 안한다고 빨갱이 취급하는 보수 인사들이랑 별 다를게 없는 태도입니다. 국민 전체를 대변해야 하는 입장인 사람에게서 나와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기를 바랄 수는 없어요.
물론 지금 상황이 모두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광화문 대통령이라는, 지금은 꽤 오래 전에 들었던 표어가 제 맘을 움직입니다.
저는 그가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이기 떄문에 천천히 의견을 조율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페미니즘 외의 다른 적폐들을 청산하는것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안티페미니스트라고 해서 그것만이 제 인생의 염원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건 사족입니다만
제가 페미니즘에서 가장 역겹게 생각했던 부분은 메X리안같은 쓰레기같은 단체를 백업하는 작태에도 있지만
성평등이라는 전인류 공통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를 페미니즘이라는 일개 사상과 동일시시켜 독점하려 드는 오만함과 나아가서는 그 페미니즘과 충돌한다면 다른 가치들은 모두 무시해도 된다고 여기는 아둔할 정도의 맹목이었습니다.
"나중에 말고 무조건 지금 당장!!"
"페미니즘보다 우선인게 세상에 어디있어!?!?"
"있다고? 그럼 너도 한남충!!!"
↑ 이게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이죠.
근데 요즘 보면 반페미니즘이 벌써부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상대를 그대로 닮는 듯 보여서 씁쓸할 때가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