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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아프다는 소리도 죽음은 내지 못했다
게시물ID : lovestory_90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6/16 08:53:4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병률봉지밥

 

 

 

봉지밥을 싸던 시절이 있었지요

담을 데가 없던 시절이지요

주머니에도 가방에도 넣고

가슴팍에도 품었지만

어떻게든 식는 밥이었지요

 

남몰래 먹느라 까실했으나

잘 뭉쳐 당당히 먹으면 힘도 되는 밥이었지요

 

고파서 손이 가는 것이 있지요

사랑이지요

담을 데가 없어 봉지에 담지요

담아도 종일 불안을 들고 다니는 것 같지요

 

눌리면 터지고

비우지 않으면 시금시금 변해버리는

이래저래 안쓰러운 형편이지요

 

밥풀을 떼어먹느라 뒤집은 봉지

그 안쪽을 받치고 있는 손바닥은

사랑을 다 발라낸 뼈처럼

도무지 알 길 없다는 표정이지요

 

더 비우거나 채워야 할 부피를

폭설이 닥치더라도 고프게 받으라는 이 요구를

마지막까지 봉지는 담고 있는지요

 

바람이 봉지를 채 간다고

사랑 하나 치웠다 할 수 있는지요

 

밥을 채운 듯 부풀어

봉지를 들고 가는

저 바람은 누군지요







2.jpg

이희승남창(南窓)

 

 

 

햇살이 쏟아져서

창에 서려 스며드니

 

동공이 부시도록

머릿속이 쇄락해라

 

이렇듯 명창청복(明窓淸福)

분에 겹게 누림은







3.jpg

이성부철거민의 꿈

 

 

 

부르도자는 쉴새없이

내 가난마저 죽이면서

내 이웃들의 깨알 같은 꿈마저 죽이면서

눈들을 모으고 귀를 모았다

화려한 소식이 곳곳에 파고들어

이마를 쳐들었다세상에 대하여

나무라고 후회하고

나는 또 무릎꿇고 빌고 울었지만

부르도자와 바람은 막무가내

껄껄대는 큰 두 다리

황량한 배반무책임이며 자랑이며 싸움이었다

아프다는 소리도 죽음은 내지 못했다

이 시끄러운 꿈들의 피잠이 들면 그대로

시간은시간을 낳고 있었다

어둠이 깨우치는 것도 어둠

불행은 끝끝내

나의 마지막 의지까지 내리눌렀다







4.jpg

김소월찬 저녁

 

 

 

퍼르스렷한 달은성황당의

데군데군 헐어진 담 모도리에

우둑히 걸리웠고바위 위의

까마귀 한 쌍바람에 나래를 펴라

 

엉긔한 무덤들은 들먹거리며

눈 녹아 황토(黃土드러난 멧기슭의

여기라거리 불빛도 떨어져 나와

집 짓고 들었노라오오 가슴이여

 

세상은 무덤보다도 다시 멀고

눈물은 물보다 더 더움이 없어라

오오 가슴이여모닥불 피어오르는

내 한세상마당가의 가을도 갔어라

 

그러나 나는오히려 나는

소리를 들어라눈석이물이 씨거리는

땅 위에 누워서밤마다 누워

담 모도리에 걸린 달을 내가 또 봄으로







5.jpg

김해강초적(草笛)을 불며

 

 

 

마음 놓고 발을 떼어 놓을

한 덩이 흙도 갖지 않았노라

마음 놓고 몸을 담아 볼

한 칸 구름도 지니지 않았노라

 

그러나 마음엔 하늘 한 자락

고요히 깔린 푸른 잔디밭이 있노라

초롱초롱 어린 별들이 달아 놓은

아름다운 노래가 켜 있노라

 

가난한 내 세월이 슬프기도 했건만

푸른 잔디밭엔 언제나 아침이 찾아왔고

허술한 내 모습이 외롭기도 했건만

구김 없는 노래는 기()폭보다도 선명했더니라

 

넋이 자갈밭에 구울러 깨어져도 좋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발길에 채어

풀잎과 함께 썩어 버려도 아까울 것 없다

 

내 오직 하늘 한 자락

어깨에 걸치고 살아가리

내 오직 어린 별들이 켜 주는

아름다운 밤을 지키며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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