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처자입니다.
그냥 좀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가 고민이어서 고민게에 올려보아요.
우선 가족구성은 저, 엄마, 아빠, 오빠가 있어요.
오빠는 현재 밖에서 살고 있고 저랑 엄마, 아빠랑 월세 집에 살고 있어요.
모든 문제의 근원은 술이에요.
아빠는 술을 좋아해요. 너무나 많이.
고혈압과 당뇨. 다 앓고 있으면서도 한 자리에 앉아서 소주 3병을 까요
외식을 나가면 2~3시간은 기본으로 앉아있죠.
30분은 밥 먹고 나머지는 아빠가 술드시면서 떠드는 시간. (대부분 다른 사람 욕..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둥..)
이제 좀 나가고 싶은데 한병 더 먹어야겠다고 고집부리고.. 엄마가 그만먹으라고 하면 화내고..
혼자 말하는걸 좋아해서 그냥 한쪽귀로 흘리고 밥상머리 앞에 앉아만 있어요..
그래서 어느새부턴가 엄마, 저, 오빠는 외식나가는걸 싫어하게 되었죠.
하지만 먹으러 가자...고 하면 두말없이 따라나서야 하는게 저희 집이에요.
제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아빠는 매우 이중적인 사람입니다.
밖에선 정말 멋져요. 잘생기셨고 똑똑하시고 모르는게 없고 돈 잘쓰고 회사 사장이셨기 때문에 아랫사람 다룰줄 알고 파워있고..
모임을 정말 좋아해서.. 연말되면 정신없어요. 각종 모임때문에 술약속이 끊이질 않아요.
그것 때문에 매년마다 집안에선 큰 일들이 자주 터졌죠..
밖에서 착한사람이었으니..... 화가 안쪽으로 쌓이게 되죠.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와서 자는 사람 깨워서 밖에서 있엇던 일을 짜증내고 화내요.
안방에서 말하고 있는게 제 방까지 다 들릴정도로.
노이로제 걸릴만큼. 새벽에 몇시간동안 주저리주저리..
횡설수설 말하는걸 듣고만 있어야 해요.
그러다 아침에 술 깨면 다시 멀쩡해지면서 말이 없어져요.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돌아와요. 집안에선 말을 거의 안하세요.
늘 그런 스토리인듯.. IMF의 여파로 회사가 부도가 나고
엄마는 식당일 나가시고 아빠는 우울증으로 술만 드셨습니다.
정말 우울증이 심해진건, 일요일이었나..
방안에 있었는데 거실에서 큰 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오빠가 아빠를 말리면서 몸싸움을 하고있었어요. 칼이 손에 들려있었고.. 피가 팔을 타고 흐르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문 빨리 닫으라고 소리치고.. 방안에 갇혀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가 초등학생이었는데..
그래도 흘러흘러 시간은 지나갔고.. 아빠는 여전히 술드시러 나가고..
오빠는 집에없었기 때문에 무슨일이 생기면 여자 두명이 감당해야했어요.
연말이었어요. 추운겨울이었는데 식당일 하시는 엄마를 아빠가 의심을 했죠.
밖에서 바람피는거 아닌지.. 핸드폰을 던지고.. 온 집안을 때려부수고
화를 이기지 못해 주먹으로 베란다 유리창을 깨부셨어요..
아빠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길래 무서워도.. 다가가서 괜찮냐고 119불러야 하지 않겠냐고..
이 독하신 분은 버티시더라구요. 싫다고. 그 다음해에도 연말만 되면 온갖 물건을 던지고..골프채 휘두르고..
연말마다 엄마와 집을 나와야 했어요. 다들 새해로 넘어가기전에 하는 연말가요제 화목하게 볼 때
저희는 역에서 기차시간 기다리면서 봤네요.. 오빠가 지방에 있었기 때문에 찜질방, 거기 아니면 갈데가 없었어요.
다시 집에 갔을땐 대문열쇠가 바뀐적도 있었어요.
대학생 때는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뭔가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어느 밤인가 아빠가 술드시고 저보고 밖에 가서 뭐좀 사오라고 시켰죠..
내려갔다가 집쪽을 올려다보는데 창문에 걸터앉아서 외치더라구요..
거기서 죽는거 똑똑히 보라고..
그래..차라리 그래버리라고 하는 마음과 아무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과...
그런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어요.
엄마가 왜이러냐고.. 아빠를 막았고..놔바놔바..이러면서
술먹은 사람 힘이 정말 쎈데 엄만 그걸 막으면서 참..
저는 아무런 힘도 없고 무능력하고.. 이 상황이 그저 거지같고.. 아빠가 밉고..
그 이후에도 불을 지르겠다느니 죽겟다느니 그래서 경찰을 불렀었는데,,
경찰은 그냥 가족의 일이기 때문에 알아서 하시라고 하고 가더라구요.
유치장에 재워도 하루밖에 못있는다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그 위험한 상황에서 해결되는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혼..하려고 법원까지 갔어요.
온가족이 아침부터 가서 모든 서류를 작성하고 도장 찍고 제출만이 남았는데
아빠가 어디로 가버리신거에요. 그걸 부모님이 동시에 서류를 내야하는데, 엄마한테 내라고하고 가버리신거죠.
처음하는 이혼(?)이라 절차를 잘 몰랐는데, 직원은 절대 두명이 같이 있어야한다고 하더군요.
고의로 그랬는진 몰라도 차, 교통비도 없이 법원에서 집까지 그 먼길을 걸어오셨어요.
시에서 시를 횡단한거에요.. 정말 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4년전이네요.
친척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고
모든게 술때문이리라.. 하며 알콜치료센터인가 그 높은 자존심 겨우겨우 굽혀달라고 하면서
집에서 통원하려고했으나 어떠한 일로 흐지부지되었고,
정신병원은 엄마가 유일하게 반대하셔서 안갔습니다.
그래도 정신병원 갈 정도는 아니라고..
평소에도 어려운책 많이 읽고 회사 운영할정도로 똑똑한 사람인데
그런곳 가면 안된다고...사람 더 이상하게 된다고...반대하셨어요..
뜻하지 않은 기회로 새로일으킨 회사도 많이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아빠는 신용불량자이십니다. 파산신청을 어떤 이유에선지 예전에 안했어요.
이젠 엄마 명의로 회사가 있기에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몇일전에는 수천만원의 빚액수가 적힌 통지서가 날라왔습니다.
십년넘게 갚아왔는데 또 새로운 빚이... 정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 와중에도 또 3일전에 집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부모님 생각땜에 죽지못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꼇다..
누가 먼저 죽으나 무슨 소용있느냐.. 회사에 불지를거다.. 이러면서 밤에 나갔다가 아침에 들어왔어요.
아빠도 심각하지만 저도 좀 심각한 상태에요..
아빠가 집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긴장해있고 얼어있고,
한달 전쯤엔 술먹고 들어와서 갑자기 제 방문을 때리면서 화내길래
저는 발작하다시피 울면서 소리질렀죠. 나가라고.
숨이 턱턱막히고 온몸이 떨려서 계속 소리를 질렀어요.. 소리가 안멈춰서 내가 드디어 미친건가 할정도로..
엄마는 우리 애 어쩔거냐고.. 당신때문에 이상해진거 아니냐고..
그 뒤로 방에서만 생활해요. 아빠가 거실에 있으면 화장실 가기도 겁나고.. 깨어있지만 밥먹으러 거실에도 나갈 수 없고.
방문잠그고 자고.. 안그러면 안정이 안되고,, 절 죽일것같고.. 너무 무서워요.
그동안 모은돈으로 독립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역시 안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빠한테 말할 수 있겠냐........그리고 난 네 걱정이 된다. 혼자서 어떻게 살수있겠냐고...
사실 혼자 살수도 없을것 같아요. 무서워서 밤에 불도켜고자고...
집에 아무도 없는 날에는 절대 밤에 잠을 못자요. 새벽까지 TV보다가 아침에서야 겨우 잠이 들고.
아빠가 밖에서는 멀쩡한 사람이듯, 저도 장학금 받으면서 대학졸업하고 직장다니고 했어도..
점점 행동에 제약이 하나씩 늘면서 나도 속은 온전하지 않구나.. 라는걸 느꼇어요.
지금도 가족이긴 한걸까요.
그냥 집을 쉐어하고있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어요.
대화도 없고.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고. 안부도 묻지 않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또 예전 생각이 떠올라서 힘드네요..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