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세월호 청와대 감사. 5급 2명을 보내 단 하루 만에 종결지었다. 청와대 행정관 4명을 만난 게 전부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20여 동안 감사를 진행한 안행부, 해수부, 해경의 경우와 크게 대조된다.
감사 아니라 면죄부 주기 위한 요식행위
대충한 것도 모자라 감사 중간결과 발표를 4일 앞두고 피감기관의 장에 해당하는 박 대통령에게 사전 서면보고를 했다. 또 최종발표를 미뤄오다가 감사원 국감(16일)에 임박한 지난 10일에야 의원들에게 보고서를 돌렸다. 야당의원들이 자료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다.
참사 당일 낮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자료 한 줄 열람하지도 못했다. 청와대가 “(당일 대통령 행적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감사원 직원들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돌아섰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기간은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다음날부터 시작된다. 청와대가 규정까지 어기며 거부하는데도 찍소리도 못한 것이다.
이러고도 부족했나. 감사원이 청와대가 감사원에 제출한 답변서까지 손 봐줬다는 의혹도 있다. 감사원이 당일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청와대가 보낸 A4 용지 2장 분량의 답변서에 청와대에게 유리한 내용 몇 가지를 추가해 발표한 정황이 포착된다.
청와대 작성문건 VS 감사원 발표문건
두 자료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7시간 행적’이 크게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이 청와대가 작성해 건네줬다며 ‘대통령 보고 및 조치사항’이라는 문건을 공개한다. 참사 당일 대통령 동선과 위치를 언급한 청와대 문건으로는 유일하다. 이 자료와 감사원이 발표한 ‘청와대 세월호 침몰 감사결과’를 대조해 보면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들어온다.
청와대가 작성한 문건에 나오지도 않은 내용이 감사원 발표에는 들어 있다. “떠 가지고 구조한 인원 제외하고는 거의 다 배에 있는 것 같다” “미구조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 많다”라는 보고가 당일 10시52분~11시30분에 이뤄졌다는 감사원 주장은 청와대가 작성한 당일 보고 일지에 나오지 않는다. 그 시각 청와대 보고 일지에는‘비서실 서면보고’ ‘안보실 서면보고’ 등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 미구조 인원이 선내에 갇혀 있다고 보고했다는 정황은 없다.
‘전원 구조’ 오보와 관련해 감사원이 발표한 내용이 청와대 작성 문건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청와대 문건에는 13시07분에 비서실이 “370명 구조, 사망 2명, 이런 보고도 있었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13시00분 “비서실이 해경으로부터 구조자 370명(희생자 2명) 보고 받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구조자가 370명이 아니라 166명이라고 정정보고한 시각도 차이가 난다. 청와대 문건에는 15시30분으로 돼 있지만 감사원은 14시50분에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靑 불리한 것 언급 안 해, 일부 내용 꾸며 넣은 정황도
감사원이 “미구조 인원 대부분 선체에 갇혀 있다”라는 보고가 이뤄졌다고 제시한 시각은 감사원이 꾸며 넣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가 확실히 이뤄진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 또 감사원이 오보에 따른 정정 보고 부분을 강조하고 구체화한 것은 오보로 인해 청와대도 큰 혼란을 겪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변명이 될 만 한 것은 강조하고 불리한 것은 아예 언급도 안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미구조 인원 실종 또는 선체 갇혀 있을 가능성”을 보고 받고 박 대통령이 어떤 지지를 내렸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감사원은 단지 두 가지 사항에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 안보실을 재난콘크롤타워로 볼 수 없으며 ▲박 대통령이 300명 넘는 승객이 배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감사원 감사결과의 요지다.
대통령이 당일 17시 15분 중대본에 나타났을 때 승객들이 완전 침몰한 배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세간의 의혹제기에 대해 감사원이 대통령을 보호하고 나선 거나 다름없다. 감사원이 ‘아니다’라고 단정 지으며 제시한 증거는 중대본에서 발언한 박 대통령의 동영상이다. 그래서 그 동영상을 다시 면밀하게 검토해 보았다.
중대본 동영상이 증거? 다시 면밀하게 살펴보니
(일시: 4월16일 17시30분 / 장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박 대통령: .아직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런 승객이나 학생들을 구조하는데...그리고 지금 5시 넘어 일몰시간 가까워오는데 어떻게든 일몰 전에 생사 확인해야 한다...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
이경옥(안행부2차관): (학생과 승객들이) 갇혀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다.
박: 아...갇혀 있을 때에...예...
............
박: 지금 많은 승객들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경찰 특공대라든가 구조인력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이: 공중에서 하고 수면에서, 해상에서 하고 있는데 선체가 문제...진입시도를 하고 있다....40명 투입했는데 바로 선내로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박: 부상자들은 치료를 충분히 받고 있는가?
▶관련 동영상: http://youtu.be/zLn_sp91A0s
이 대화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이 승객들의 상태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다는 게 드러난다. 대통령은 ‘빠져나오다’라는 동사를 반복 사용했다. 승객이 스스로 배 밖으로 빠져 나오면 구조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반면 안행부 차관은 ‘갇혀있다’는 단어를 사용했다.
‘선내 진입’ 부분 답변 나오자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라고 묻자 안행부 차관이 “배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 없다”고 답한다. 박 대통령은 탄식하듯 “아..갇혀있을 때에...”라며 어물거리는 말투로 대꾸하더니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는 듯 가는 “예”라는 말을 작은 신음소리처럼 읊조렸다.
구조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묻는 장면도 있다. 안행부차관이 “진입시도하고 있지만 선내로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답한다.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이 뭔가 중요한 지시나 특단의 조처가 나올 줄 알았다. 어찌된 영문일까. 차관이 자신의 대답에 마침표도 찍기 전에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당시 침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중대본을 찾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면·유선 보고라도 제대로 이뤄졌으면 이럴 리 없다. 대통령의 이런 허점을 감추기 위해 감사원은 면피용 감사결과를 내놓고 답변서까지 꾸며 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