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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직 그대만이 나의 사랑이외다
게시물ID : lovestory_90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6/09 09:00:1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임학수조선의 소녀

 

 

 

분홍 저고리와 긴 치마자락

기름도 안 바른 머리단과 숫된 마음색

한마디 묻는 말에도 가벼이 낯 붉히고

때때로 눈 처들면 그 맑은 웃음마저

너무나 수줍은 조선의 소녀

오직 그대만이 나의 사랑이외다

 

원망이란 모르고 한갓 믿음뿐

몸과 팔 연약하면서도 절갤랑 굳나니

내 만일 조심스레 그 손을 어루만지면

()처럼 고개 숙이고 다시 들 줄을 몰라

너무나 유순한 조선의 소녀

오직 그대만이 나의 사랑이외다

 

봄 오면 두던에 올라 아지랑이 나는 새로

한가히 허리 굽혀 나물 캐기 노래하며

가을들 금()이랑에 철늦은 잠자리 쫓아

어린 사슴처럼 어여삐 그 다리의 뛰노는 양

너무나 천진스런 조선의 소녀

오직 그대만이 나의 사랑이외다







2.jpg

장순하시간의 얼굴

 

 

너는 바람인가

움직일 뿐 얼굴이 없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머리도 꼬리도 없다

휘둘러 서발 막대에 거치는 것이 없다

너는 쏜살인가

나아갈 뿐 멈춤이 없다

뒷걸음도 게걸음도

부지런도 게으름도 없다

이정표 없는 네 길엔

발자국도 없다

널 지은 창조주도

어찌하지 못하는 너

절대의 권능 쥐고

생사조차 주관한다

인정도 사정도 없고

예외도 실수도 없다

만인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닌 너

너와 나는 이인삼각

애환 함께 하였건만

어느 날 고개 돌릴 너

끝내 얼굴 없는 너

번지 없는 빈집에

문패 달랑 걸어놓고

온데간데없는 너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

그러나

천지에 꽉 차서

없는 곳이

없는 너







3.jpg

정완영초봄

 

 

 

내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 내면

새 한 마리 날아가며 하늘빛을 닦아 낸다

내일은 목련꽃 찾아와 구름빛도 닦으리







4.jpg

황금찬보내놓고

 

 

 

봄비 속에

너를 보낸다

 

쑥순도 파아란히

비에 젖고

 

목매기 송아지가

울며 오는데

 

멀리 돌아간 산굽잇길

못 올 길처럼 슬픔이 일고

 

산비

구름 속에 조는 밤

 

길처럼 애닯은

꿈이 있었다







5.jpg

장정일지하인간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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