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굴러가는 게 영 시원찮았다.
딱히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평상시와 꼭 같은 것도 아니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하루가 이어졌다.
무엇을 특별하다고 하겠나마는 별로 다를 일도 없었으나 평소와 같다고 하기엔 흐르는 기류가 달랐다.
막연하지만 폭풍전야 같다고 할까.
차곡차곡 미뤄둔 방파제가 마침내 터질 것 같은 조짐.
나는 숨을 들이켰다.
기어코 나는 깨달았다.
그간 행복에 겨워 미루고 있던 문제를!
나는 태풍의 눈에 있었다.
폭풍 속에서 가장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여기저기 난도질당할 것 같아서 제 자리를 지키는 것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바꾸려면 어쨌든 베일 것을 감수하고 걸어야 했다.
부지불식간에 나를 찾아온 그것은,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군인이었다.
올 게 오고야 말았군.
나는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냐, 네가 나를 기어코 잡아가려 한다면 내 물러서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하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가게 될 거라면 지금 당장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 성게 무슨 생각해? "
네 목소리에 이끌려 너의 얼굴을 마주하게 됐을 때에야 하던 생각을 그만뒀다.
아버지껜 조만간 확인해보겠다는 짤막한 답장을 남기고 핸드폰을 껐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내게는 비단 군대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너를 피할 수 없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