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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신은 석양을 그리다가 망쳐 버렸다
게시물ID : lovestory_901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6/03 07:59:1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병기나오라

 

 

 

일즉 님을 여희고 이리저리 헤매이다

버리고 던진 목숨 이루 헬 수도 없다

웃음을 하기보다도 눈물 먼저 흐른다

 

다행히 아니 죽고 이 날을 다시 본다

낡은 터를 닦고 새 집을 이룩하자

손마다 연장을 들고 어서 바삐 나오라







2.jpg

이영도단란(團欒)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 수()를 놓고

심지 돋우고 이마를 맞대이면

어둠도 고운 애정(愛淸)에 삼간한 듯 둘렸다







3.jpg

박남수밤길

 

 

 

개구리 울음만 들리던 마을에

굵은 빗방울 성큼성큼 내리는 밤

 

머얼리 산턱 등불 두셋 외롭구나

 

이윽고 홀딱 지나간 번갯불에

능수버들이 선 개천가를 달리는 사나이가 어렸다

 

논둑이라도 끊어져 달려가는 길이나 아닐까

 

번갯불이 스러지자

마을은 비 내리는 속에 개구리 울음만 들렸다







4.jpg

홍성란황진이 별곡

 

 

 

신은 석양을 그리다가 망쳐 버렸다

 

앞뒷산 붓자락에

먹물 반쯤

잠겨 버린

 

이런 날

이른 별빛은

목 메이는 설움이다

 

아니서러운 건

별도 아닌

눈물도 아닌

 

시드는 꽃이다

팽팽한

자존이다

 

처절한 이 포복에도 까딱 않는 님이다







5.jpg

신달자

 

 

 

어둠이 내리면서

나의 섬은 밝아 왔다

 

어둠이 내리면서 나의 꿈은

별빛으로 내리고

하루의 심지를 끈 자리에

깨어나는 섬

가장 진실된 나무 하나 자라고 있는

나의 섬에 나는 돌아와 있었다

 

돌아와 있는 이 하나의 사실

눈이 찔리는 저 현실로부터

등을 돌리고 바라보는 신세계

나의 두 발은 초원 위를 걷고 있었다

 

꿈의 마른 잎을 따내면

안식의 꽃 한 송이 피어나고

순한 불빛이 영원처럼

섬을 둘러 왔다

 

돌아와 있는 이 하나의 현실

가슴 깊이 키운 새 한 마리

창공을 난다

몸 하나로

무한 공간을 받쳐 든

나의 섬

 

서서히 어둠이 가고

어둠따라 섬은 떠나고

하늘로 이어진 수천의 층계도 내려앉는다

섬이 지워지고

어제와 같이 아침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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